[비즈한국] 스마트폰에 뭐가 또 새로울 게 있을까? 사실 LG ‘G6’를 숫자만으로 뜯어보면 그렇게 새로울 것도 없다. 5.7인치 화면에 이미 나와 있던 퀄컴 스냅드래곤 821 프로세서, 방수처리된 금속 케이스 정도랄까. 제원표에 이렇게 쓰인 스마트폰은 세상에 많고도 많다. 그 사이에서 LG는 뭔가 ‘다름’을 만들어내야 했다.
그게 지난해에는 ‘G5’의 모듈이었다. 사실 매우 파격적인 아이디어였다. 금속 케이스를 쓰되, 배터리를 바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품 아래 쪽을 뜯어내는 설계다. 그리고 그 부분을 다른 액세서리로 채우는 모듈을 함께 발표했다. B&O와 함께 만든 오디오 모듈은 첫 발표 소재로 적절했다.
G5는 단연코 2016년 MWC에서 가장 주목받은 스마트폰이었다. 상도 받았다. 하지만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모듈로 하드웨어를 변경해야 할 만한 필요성이 그리 많지 않았고 적극적인 LG의 지원에도 새로운 모듈은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다. 다른 제품과 호환성을 가져가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모듈이 디자인을 제한해버리기 때문이다.
LG가 선택한 답은 ‘포기’였다. 모듈에 대해서는 지금도 아쉽긴 하지만 이상과 현실에 거리가 있다는 것을 비싸게 확인한 셈이 됐다. 그 대신 선택한 ‘다름’은 디스플레이였다.
G6를 처음 만져보면 가장 먼저 ‘작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실제로도 작은 편에 든다. 화면은 5.7인치지만 기존 5.7인치 스마트폰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작다. LG전자 측은 “5.2인치 폼팩터에 5.7인치 스크린을 넣었다”고 말하는데 정말 손에 쥐면 5.2인치 스마트폰을 쥐는 느낌이 든다. 조금 더 콕 짚어서 이야기하자면 ‘갤럭시S7’과 비슷하다.
G6가 큰 화면을 작은 기기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디스플레이 덕이다. LG전자는 G6에 18 대 9 비율의 화면을 집어 넣었다. 기존 16 대 9보다 좀 더 길쭉해졌다고 보면 된다. 전작인 ‘V20’과 비교해보면 이해가 쉽다. V20도 5.7인치 디스플레이를 썼는데 두 제품을 포개 보면 전혀 다르다. G6의 화면은 V20보다 약간 더 길고 폭은 꽤 많이 줄어들었다. 같은 5.7인치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이는 화면 크기를 재는 기준 때문이다.
화면 크기는 대각선 길이를 기준으로 한다. 이 때문에 같은 5.7인치라고 해도 면적이 같지는 않다. 특히 길이를 늘리면 그만큼 폭은 더 급격하게 줄어든다. 전체적인 면적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G6는 같은 5.7인치라고 해도 V20보다 손에 더 쏙 들어오게 만들 수 있다.
여기에 LG는 위아래 폭도 파격적으로 줄였다. V20과 비교하면 LG는 유리 위 아래 금속 부분이 연결되는 공간만큼을 지워냈다. 그래서 화면은 길어졌지만 스마트폰은 길어지지 않았다. 이 18 대 9라는 낯선 화면을 기기에 밀어넣는 기술 만큼은 성공했다고 하기에 충분하다.
G6가 포기한 또 다른 부분은 ‘배터리 교체’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6’ 이후 배터리 일체형 디자인을 쓴 것을 기회로 봤다. G5에 배터리를 강조했던 부분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배터리 용량이나 이용 시간이 이전에 비해 길어졌고 일체형 배터리에 대한 인식도 꽤 달라졌기 때문에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 듯하다. V20도 하루 쓰는 정도로는 배터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별로 없기 때문에 G6도 비슷할 듯하다.
대신 일체형 배터리는 여느 제품들이 얻은 이득을 그대로 끌어 안았다. 메탈 케이스와 방수, 그리고 전체적으로 ‘딴딴한’ 느낌까지 갖게 됐다. 뒷판은 강화 유리를 썼는데 손때가 묻는 문제도 그대로 품었다. 뒷면은 양 옆 끝을 살짝 둥글게 처리해서 손에 쥐는 느낌도 좋다. G6의 가장 큰 긍정적 변화는 역시 손에 쏙 들어온다는 점이다.
카메라는 G5 이후 꾸준히 이어온 듀얼 카메라를 쓴다. 71도, 125도의 두 가지 화각으로 사진을 담을 수 있다. 픽셀 수는 1300만 화소로 4k 비디오 촬영은 기본이다. 카메라 속도도 빠르고 화질도 좋은 편이다. 사실 카메라는 V20과 비슷한데, 차이가 있다면 18 대 9 화면을 이용한 ‘스퀘어 카메라’ 앱이다.
18 대 9는 사실 2 대 1 비율인데, 이는 곧 1 대 1 화면을 두 개 붙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스퀘어카메라는 이 화면을 잘 이용한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사진 두 장을 이어붙이거나, 4장의 사진을 하나로 붙이는 등 정방형 사진을 만드는 네 가지 시나리오를 한 앱에 담았다.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7.0의 듀얼 스크린을 이용할 때도 G6는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보여준다.
다시 18 대 9 화면 이야기를 해보자. G6는 이 화면으로 얻은 게 많다. 최근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밀고 있는 비율이기도 하다. 디지털 전용 영화 포맷으로 영화 업계가 미는 규격이다. 아직 표준은 아니지만 이미 콘텐츠 업계에서는 꽤 호응이 좋은 포맷이다.
G6의 디스플레이는 이 외에도 돌비 비전과 HDR10 등 HDR 화면을 재생할 수 있다. 색을 더 생생하고, 밝은 곳은 밝게, 어두운 곳은 어둡게 표현할 수 있는 기술로 최근 TV나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에서 주목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OLED TV처럼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기존 모바일 디스플레이에 비해 콘텐츠의 색은 확실히 더 살아 있는 느낌이다.
G6는 전체적으로 잘 만든 스마트폰이다. 어떻게 보면 낯선 특별함보다 일반적인 경험에서 답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나쁘게 이야기하자면 평범해졌다는 이야기고, 좋게 보면 시장이 원하는 것을 고급스럽게 잘 담아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 평가는 종이 한 장 차이인데, 결국 판매 성적과 소비자 평가로 결정되는 부분이다. 특히 그 변화를 디스플레이 하나로 만들어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LG전자는 제품 발표 내내 ‘소비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게 제품 곳곳에서도 느껴진다. 하지만 LG전자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은 꼭 하드웨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발표회 뒤에 이어진 조준호 사장의 인터뷰에서도 소프트웨어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됐는데, 새 하드웨어를 새 기능으로 차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요소들을 기존 LG전자의 기기에도 폭넓게 끌어안아 G, 혹은 V 시리즈 전체의 경험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G6는 더할 나위 없이 잘 만든 제품이다. 하지만 이제 시장이 원하는 흐름은 급격한 변화나 혁신보다 오랫동안 믿고 쓸 수 있는 신뢰와 일관성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아직도 업데이트를 해주네?’라는 생각은 신제품에 대한 수요를 막는 게 아니라 다음 제품도 다시 그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큰 방아쇠가 된다. G6의 진짜 평가는 내년 이맘 때까지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바르셀로나=최호섭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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