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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수 활성화 방안 ‘샤워실의 바보’ 된 까닭

내수 부진 자초해놓고 활성화 방안은 현실성 없어…소득 줄었는데 남는 돈 쓰게 한다?

2017.02.25(Sat) 20:23:00

[비즈한국] 최근 경제학에서 ‘샤워실의 바보(a Fool in the Shower Room)’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가 정부의 섣부른 시장 개입을 비판하기 위해서 한 비유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샤워실에서 처음 물을 틀면 찬물이 나오는데 이를 못 참고 손잡이를 더운물 쪽으로 돌렸다가 뜨거운 물에 놀라서 다시 찬물 쪽으로 돌렸다가 이번엔 찬물에 놀란다는 지적이다. 

 

‘샤워실의 바보(a Fool in the Shower Room)’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가 정부의 섣부른 시장 개입을 비판하기 위해서 한 비유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경제정책을 보고 있으면 ‘샤워실의 바보’ 그 자체다. 정부는 지난 23일 최근 들어 소매판매 부진에 서비스업까지 둔화하고 있다면서 ‘내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정부가 분석한 내수 부진 이유를 살펴보면 다 예측 가능하거나 심지어 정부가 자초한 것들이다. 정부는 ‘민간소비는 심리 위축으로 소매판매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부동산 시장 조정 등의 영향으로 서비스업도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 청탁금지법은 그 장점에도 불구하고 3·5·10 규정(식사 3만 원·선물 5만 원·경조사비 10만 원 이하)이 농축산물과 화훼 등 내수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이미 제기됐던 사안이다. 

 

부동산 시장 부진은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부동산 부양을 통해 경기를 살리려고 금리를 낮추고 주택 건설 허가를 늘리는 정책을 폈다. 이에 가계 부채는 지난해에만 141조 2000억 원이나 늘었고, 부동산 시장은 과열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주택담보대출을 엄격히 하는 등 칼을 휘둘렀고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식었다.

 

섣부른 정책으로 살아나던 내수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자 정부가 이번에는 설익은 내수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월~목요일 매일 30분 초과근무 후 금요일 2시간 단축 근무 △농축산물 소비 위축 최소화를 위한 신상품개발 △화훼 소비 진작을 위한 1테이블 1플라워 운동 추진 등. 대부분 현실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게다가 내수 활성화 방안 발표 다음날인 24일 내놓은 ‘2016년 가계동향’을 보면 정부 대책의 진정성에까지 의심이 들게 한다. 정부는 내수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출 여력을 실제 소비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남는 돈을 쓰게 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가계 동향을 보면 지난해 월급쟁이(도시 근로자) 가구의 수입은 196만 3280원이었다. 이는 2015년 201만 345원보다도 4만 765원 줄어든 수치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제 수입 감소는 이보다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통계 자료를 각 부처가 미리 공유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부가 월급쟁이들 소득이 줄어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출 여력 운운한 내수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셈이다. 

 

특히 내수를 가장 크게 책임지고 있는 중산층은 소득이 더욱 쪼그라든 상황이다. 지난해 도시 근로자 전체 소득에서 3분위(소득을 5구간으로 나눠 분류한 계층 중 중간층)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18.03%였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7년(18.02%) 이래 9년 만에 최저치다. 중산층의 삶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만큼이나 어려워진 셈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경기가 달아오르면 찬 물을 붓고, 식으면 뜨거운 물을 붓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며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일 때는 연착륙 방안을 고민하고, 냉각 기미를 보일 때는 부양 방안을 고민해 가계와 기업 등 시장참가자가 이리저리 쏠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컨트롤타워를 맡은 정부의 역할인데 지금 정부는 오히려 앞장서서 경기의 급변동을 가열시켜 시장참가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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