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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대리인단 ‘흔들기 전략’, 헌재는 이미 알고 있었다

후임재판관 임명 소식에 흔들기 재시도 예상…헌재 “이미 볼 것 다 봤다”

2017.02.25(Sat) 16:12:32

​[비즈한국] ​“대통령 대리인단이 마지막 변론을 앞두고 강하게 항의하고 지연 전략을 펼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재판관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관들은 지난 22일 김평우 변호사 등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4시간여에 걸친 ‘필리버스터’급 구두 변론과 재판부 비난 발언 준비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덕분에 헌재 재판관들이 흔들리지 않고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재판 흔들기 전략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인데,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최후변론일(27일)까지 어떻게든 지연 전략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 그럼에도 헌재는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22일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이정미 소장대행과 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이날 대통령 대리인단 측의 흔들기 전략을 헌재는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강일원 주심 재판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할 계획이라는 첩보도 변론 시작 전 이미 전해들은 상태였습니다.” 

 

헌재 관계자가 밝힌 22일 변론 뒷얘기다. “헌재 재판관이 국회 측 대리인”이라는 김평우 변호사 등의 모독적 발언들이 이어졌지만 헌재는 실제 전혀 동요하지 않았는데 그는 “대통령 대리인단이 강하게 항의하며 재판을 방해하고, 주심 재판관 기피신청을 할 것이라는 점 등을 미고 있었고 공정성 시비가 확산될 것을 우려해 대리인단의 발언에 정면 대응하지 않기로 미리 방침을 정했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오히려 “변론 당일 박 대통령 변호인단의 자극적인 발언에도 ‘감치’ 등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건 ‘공정성 시비’를 벌여 헌재를 흔들려는 대통령 측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재판관들은 표정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재판부는 실제로 변론 내내 김 변호사의 모욕적 언사에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였는데, 기피 신청까지 당한 주심 강일원 재판관은 씁쓸한 표정으로 수차례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박한철 소장의 임기가 끝나면서, 재판관이 8명만 남아 재판이 계속 지연될 경우 재판관 정족수 문제로 ‘기각’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양승태 대법원장은 3월 13일 임기가 끝나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후임을 지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법원은 “헌재가 운영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이같이 정했지만, 오히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를 빌미로 다시 탄핵심판 지연 전략을 모색할 수 있는 상황.

 

만일 3월 13일까지 탄핵 선고를 하지 못해 이 권한대행이 퇴임하면 재판관 수는 7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재판부 구성이 심판 정족수를 겨우 충족시키고, 만에 하나 1명이라도 박 대통령 탄핵을 기각하면 박 대통령은 직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 재판관 수가 줄어들수록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는데, 꼭 탄핵심판뿐 아니라, 이후 일반사건 심리도 7명으로는 처리가 어려워 후임 임명이 시급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측은 탄핵심판 지연을 막기 위해 27일 최종 변론 이후 후보를 지명하고 인사청문 절차를 요청할 방침이다. 실제 임명까지 최소 두 달 이상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박 대통령 측에서는 이를 공략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자가 임명된 뒤 충분한 심리를 거치자며 최종 변론을 미루자 하거나 선고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을 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헌재 내부는 이번 탄핵심판이 재판관 임기나 후임 임명과는 상관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변론종결의 의미는 사실관계와 쟁점 정리에 필요한 것을 재판부에서 이미 확인을 했다는 것인데, 최종변론기일을 잡았다는 것은 이 사건과 관련해 볼 것 다 봤다는 의미라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헌재는 항상 진행 과정에서 계속 판단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헌재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헌재는 재판 진행 과정이나 언론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우리의 판단이 언론에서 예상 가능하게끔 끌고 간다”며 “여지껏 재판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보면 대략의 결론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박근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김평우, 조원룡, 이동흡 변호사(왼쪽부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막말 변론을 서슴지 않은 대리인단은 다음주 최종변론에서 또 한 번 헌재 흔들기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법조계는 다음주 월요일 대선 일정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주 월요일(27일) 헌재가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하면 본격적으로 평의가 진행된다. 평의는 헌법재판관들이 사건 최종 결론을 위해 여는 회의로, 서기 등 다른 배석자 없이 헌법재판관들만 참여해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된다. 

 

최대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주심 재판관이 쟁점을 정리하면 가장 후임 재판관부터 의견을 밝히고 소장(현재는 이정미 소장대행)은 다수가 이미 결정되면 의견을 밝히지 않는 게 관례다. 선임이라는 이유로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지 않게끔 하려는 시스템이다.

 

통상은 미리 최종표결을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보안을 위해 정당해산사건 때처럼 최종 표결은 선고 당일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인용, 기각 등 가능한 경우의 수에 따라 결정문을 미리 정리한 뒤 탄핵심판 선고 당일 재판 30분 전에 표결을 해서 다수의견에 따라 주문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4년 옛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때도 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재판부는 최종변론기일을 종결하면서 “선고 기일은 추후에 통보하겠다”고 밝힐 방침인데, 통상 헌재는 선고 3~4일 전 선고 기일을 알려왔다. 한편 다음주 월요일 있을 최종변론에서는 대통령 측 대리인들이 “변론 종결은 부당하다”며 장시간에 걸친 ‘필리버스터’급 변론을 또 다시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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