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노조 설립 시도 방해 논란

LG디스플레이가 직원들의 노조 설립 시도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화의 LG’ ‘인재경영’을 표방하는 LG그룹이 사원들의 정당한 노조 활동을 방해한다면 기업 이미지 실추 및 법적인 제제도 받을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구미 E5공장의 유해물질 노출과 관련된 정보를 언론에 제보한 내부고발자를 색출하기 위해 용의선상에 오른 현장직 근로자의 휴대전화 통화목록 열람을 강요하고, 내부고발자를 찾아낸 후 두 달 가까이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등 보복 행위를 해 최근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관련기사 LG디스플레이, 유해물질 노출 제보자 색출·보복 논란).

특히나 LG디스플레이가 내부고발자를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고소하고 내부적으로 징계위원회까지 구성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내부고발자에 대한 지나친 보복 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 내부고발자가 지난 17일 ‘LG디스플레이우리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사내게시판에 노조 설립 및 가입 관련 공고문을 게시했지만, 사측이 이를 임의로 삭제하고 징계로 엄벌하겠다는 공지를 게시해 파문이 일고 있다.

LG디스플레이우리노동조합 위원장 A 씨는 “언론 제보 이후 수많은 직원들로부터 새로운 노조를 설립해달라는 요구가 제기됐다. 사측의 보복 행위에도 불구하고 큰 용기를 내 노조를 설립하게 됐다”며 “회사가 사내게시판의 공고문을 임의로 삭제하는 등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이럴수록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진다는 걸 아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장직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구미공장에서 근무하는 현장직 근로자 B 씨는 “직원들 사이에서 기존 노조에 대한 불만이 크다”며 “‘우리노조’가 구미, 파주, 본사 직원들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사내게시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회사가 이를 막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 ‘LG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기’로 불리는 이유를 알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LG디스플레이는 우리노조 위원장이 사내게시판에 게시한 5건의 글을 지난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모두 삭제했다. LG그룹 자유게시판에 게시된 글마저도 삭제했다. 이어 ‘노동조합 활동 관련한 사항 등 업무 외 내용은 게시 금지’, ‘본 게시판 안내 가이드 위반 시 게시물 삭제 및 징계 조치함’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지글을 게시했다. 즉 LG디스플레이 사내게시판에 동의 없이 우리노조 관련 게시글이 올라오면 게시자를 징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사내게시판에 노조 설립 및 가입 관련 게시글을 올린 건 정당한 노조 활동”이라며 “회사가 이 글을 임의로 삭제하고, 게시자를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건 노조 활동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A 씨는 “인트라넷을 통해서만 사내게시판에 접속할 수 있고, 스크린 캡처 기능이 되지 않아 자료 입증이 어렵다. 공장으로 들어가면 보안 애플리케이션이 작동돼 휴대전화 카메라로도 모니터 화면을 찍을 수가 없다”며 “관련 글을 다시 올린 후 징계를 받으면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기가 쉽다. 하지만 이미 내부고발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라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노동청으로부터 우리노조가 설립된 사실을 통보받은 건 2월 21일이다. 게시글을 삭제한 이후에 알게 된 것”이라면서 “관계부서 협의 없이 공고문을 게시할 시 징계를 할 거라고 적은 건 추후 발생할 사례가 재발되지 않기 위함이다. 우리노조 위원장을 겨냥해서 적은 내용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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