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동양시멘트가 정부와 사법부로부터 옛 사내하청업체 동일 소속 해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라는 판정과 판결에 불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표동양시멘트는 해고 근로자들이 결성한 노동조합(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 노조 동양시멘트지부)을 상대로 소송 남발 등을 일삼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삼표동양시멘트는 노조를 상대로 2015년 8월부터 총 5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울 제기하고 일부 조합원들의 재산을 가압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삼표동양시멘트로부터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피소된 조합원 7명은 2015년 8월 구속됐다가 지난해 4월에야 모두 풀려났다.
삼표그룹은 동양그룹 사태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시멘트를 2015년 9월 최종 인수하면서 고용노동부의 판정과 사법부의 판결을 이행해야 하는 주체다. 삼표동양시멘트는 노동부의 판정에 대해선 행정소송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에 대해선 항소로 대응하고 있다.
더욱이 삼표동양시멘트는 현재까지 노동부로부터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부당해고 구제명령 불이행으로 11억 72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았다. 이행할 때까지 계속 강제금을 내야 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일이라 논란은 배가되고 있다.
사내하청업체 동일은 옛 동양시멘트 시절인 1993년 설립돼 강원도 삼척시 소재 동양시멘트 석회석 광산에서 채굴, 가공, 운반과 관련 노무도급을 20년 넘게 맡았던 곳이다. 동일 소속 근로자들은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고용안정, 정규직과 차별해소를 위해 2014년 5월 노조를 결성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달 현재 노조 결성 1000일, 조합원들이 해고된 지 만 2년을 맞았다. 노조는 서울 삼표그룹 본사 앞에서 천막을 치고 “삼표동양시멘트가 해고자 직접고용, 정규직 복직, 해고기간 임금 지급,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라”며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안영철 노조 사무국장은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해야 했고 정규직은 하지 않는 특근과 잔업도 비정규직 몫이었다. 그럼에도 임금수준은 정규직 대비 40% 초반에 그쳤다”며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기업 인수 합병 과정에서 고용불안에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권리를 찾기 위해 노조를 결성했다”고 강조했다.
박 아무개 조합원은 “정상적인 근무 시간은 월 243시간이었다. 하지만 시간외 수당을 받기 위해서라도 잔업과 특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심지어 조합원들 중에선 하루 16시간, 월 500시간 이상을 일하는 경우도 상당수였다”고 주장했다.
노조 결성 이후 노동부와 사법부는 노조의 손을 계속 들어줬다. 노조는 고용안정을 위해 2014년 동양시멘트를 상대로 불법파견 혐의 등으로 노동부 태백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태백지청은 2015년 2월 “동양시멘트와 동일 근로자들은 묵시적 근로계약에 따른 직접고용관계로 입사 때부터 정규직이다”라고 판정했다.
태백지청은 동일 근로자들이 동양시멘트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지만 동양시멘트로부터 임금, 휴가, 복지, 근로시간 등을 결정받았다는 이유를 판정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정이 나자마자 같은 달 동양시멘트는 동일과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당시 노조 조합원 84명을 포함해 100여 명의 동일 소속 근로자들을 해고했다.
노조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자 같은 해 6월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동양시멘트의 위장도급 인정과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동양시멘트에 근로자들에 대해 정규직 복직을 명했다. 동양시멘트가 또 불복하자 같은 해 11월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인정과 함께 동양시멘트가 노조 결성을 이유로 해고했다며 부당노동행위까지 인정했다. 결국 삼표그룹으로 인수된 시점에서 삼표동양시멘트는 이러한 노동부의 결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삼표동양시멘트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해고 근로자들에게 소송을 취하하고 노조를 탈퇴하면 2015년 말 설립한 자회사인 동양라임스톤으로 복직시키겠다고 제안했다. 조합원 27명이 삼표동양시멘트에 확인서를 쓰고 근무 기간별로 500만~230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노조를 탈퇴하고 자회사에 복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외 생계에 시달린 조합원들도 노조를 탈퇴하면서 현재까지 남은 조합원 23명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안 사무국장은 “사측이 자회사를 통한 복직을 제안해 왔지만 자회사가 언제까지 존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처우 개선도 미흡했다. 확인서 내용도 근로자에게 상당히 불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 제48민사부는 조합원 23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모두 근로자지위를 확인했고 삼표동양시멘트의 불법판견을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판결 내용은 조합원 23명 가운데 2007년 파견법 개정 이전에 입사한 6명은 직접고용으로 간주하는 ‘고용의제’ 조항의 적용을 받아 입사 때부터 정규직이라고 판결했다. 그 외 17명에 대해선 동양시멘트가 직접고용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 ‘고용의무’ 적용대상이라고 판결했다. 따라서 해고기간 등에 따라 임금 정산 등 차이는 있지만 모두 직접고용 대상이라는 게 판결의 취지다.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도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같은 달 삼표동양시멘트 등 사측을 불법파견혐의로 공소제기했다.
이에 대해 삼표동양시멘트는 법원의 판결에 즉시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했다. 노조도 지난 1월 조합원 모두가 고용의제 적용 대상이라며 항소했다.
삼표동양시멘트 입장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최병길 사장이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 측과 가진 면담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는 “최 사장은 당시 면담에서 시멘트업계 최초의 불법파견사례를 적용받아 매우 부담스럽다고 했다. 또한 그는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그 파급력 때문에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시멘트 업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며 “최 사장은 (노조와) 벌이는 재판들이 아직 끝나지 않아 재판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주장했다”고 귀띔했다.
삼표동양시멘트 관계자는 “노조와 대화창구를 항상 열어놓고 있다. 언제든지 대화를 통해 사태해결에 나설 수 있다. 또한 자회사로 복직 등 해결방안을 제시했지만 상호 입장 차이로 사태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노조가 농성 당시 공장을 점거하며 대체 인력의 투입을 막아 생산차질이 불가피해 고소와 손해배상소송 등을 제기했다”고 해명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
[단독] ‘AI·구제역 전시상황’에 농어촌공사 노사 순회 설명회 논란
·
‘전범기업’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비정규직 부당노동행위 논란
·
야근, 주말근무 안 하면 이상해 ‘이러려고 게임회사 다녔나’
·
LG디스플레이, 유해물질 노출 제보자 색출·보복 논란
·
‘이건희 동영상’ 고발인 “검찰 생색내기 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