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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영장 기각, 특검 연장 걸림돌 되나

법조계 기각 가능성 높게 예상…추가 수사 및 영장청구 어려워

2017.02.22(Wed) 09:43:07

“편한 표정이던데요. 살짝 웃는 것처럼도 보이고. 그래서 생각했죠. 특검 수사가 생각보다 단단하지 못했구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서울중앙지검 우병우 특별수사팀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그는 “우리 수사를 받고 나갈 때는 그렇게 표정이 밝지 않았는데, 특검팀 수사를 받고 새벽에 나오는 모습을 보니 우병우 전 수석이 정말 편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며 “그때 ‘아, 특검팀 수사가 우 전 수석에게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았구나, 그럼 영장을 청구해도 기각일 가능성이 높겠구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근거 있는 자신감?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표정이 밝다. 사진=고성준 기자


박근혜 정부의 핵심으로 불리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특검의 줄다리기 싸움에서 우 전 수석이 웃었다. 법원이 구속영장 기각을 결정지은 건 ‘혐의 소명’ 여부였다. 5시간 넘게 진행된 영장실질심사 끝에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6기)는 “영장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소명의 정도와 다툼의 여지라는 표현은 통상 법원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가 일방적이고 입증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며, 피의자 측의 해명과 반박도 상당 부분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 쓰는 표현이다. 검찰 입장에서 가장 기분 나쁜 영장 기각 사유이기도 하다. 

사실 우 전 수석의 권한과 범죄 혐의를 봤을 때 영장발부까지는 ‘애매하다’는 게 법조계 내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사정기관을 총괄하고 대통령 측근과 고위공무원 비리를 감시하는 민정수석에겐 막강한 직무권한이 부여되는데, 특검팀은 그가 민정수석의 권한을 넘어서 공무원이나 민간인 인사에 압력을 넣고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어제 법원 내에서도 우 전 수석의 범죄 혐의를 봤을 때 기각일 수밖에 없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특검팀 입장에서야 국민적 여론을 감안해 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법원은 법리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게 원칙이고 여론까지 감안해도 기각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법원 관계자 역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해도 영장이 나온 것 아니냐”며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구속된 마당에 우 전 수석의 영장이 기각됐다는 것은 그만큼 ‘허술한 수사’라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자연스레 특검팀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구속으로 특검팀 수사를 마무리하려던 계획이 무산됐기 때문. 청와대 입성에 최순실 씨의 입김이 있었다는 의혹과 함께, 최 씨가 가지고 있던 인사 자료에 관여했는지도 확인이 어렵게 됐다. 6일밖에 남지 않은 수사 기간을 감안할 때 기존 혐의를 입증할 보강 수사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의혹 수사는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영장이 기각되면, 관련 자료를 한 번 다시 훑어보고 영장실질심사 때 법원에서 의아하게 생각한 부분들을 어떻게 보강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데 반나절 이상 소요된다”며 “그러고 나서 새로 자료를 모으고, 관련 참고인을 불러 조사한다고 해도 최소 2~3일은 필요하다. 따라서 추가 영장 청구는 힘들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특검팀의 수사 기간 연장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상황.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8일로 예정된 1차 수사기한 만료 앞두고 수사기간 연장 신청서 제출했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수사기간 연장 카드를 선택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

역대 11번의 특검 중 기간 연장을 거부한 사례는 단 두 번뿐이다. 2003년 대북송금 특검과 2012년 내곡동 특검 때인데 대북송금 특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악영향 미칠 수 있다”며 거부했다. 그리고 내곡동 특검 당시에도 청와대는 “정치 특검으로 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기간 연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1일 오전 박영수 특별검사가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특검팀이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이종현 기자


실제 황교안 권한대행은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 사실 발표 직후 “관련 법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는데, 지난주 대정부질문 때는 “지금 단계에서 연장을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연장 승인에 부정적 입장도 내비쳤다. 자연스레 황 권한대행도 공정성과 수사의 편향성을 거론하며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주 중 박 대통령의 깜짝 대면조사가 이뤄질 경우 특검팀의 수사 기간 연장 명분도 약해지게 된다. 

특검팀 관계자 역시 “황교안 권한대행이 수사 기간을 연장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있다”며 “우 전 수석 아들 꽃보직 의혹과 롯데 등 다른 대기업들의 미르 재단 자금 출연 대가성 의혹 등, 여러 수사 사안에 대해 진행된 자료들을 잘 정리해서 검찰이 계속 수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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