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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위민원트] 남자의 핑크, 남자는 핑크

당신을 젊게, 부드럽게 만들어줄 핑크 패션 활용법

2017.02.21(Tue) 10:44:42

남자라고 칙칙한 색만 입어야 하는 건 아니다. 남자들도 밝고 화려한 색을 가까이해야 멋쟁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특히 그것이 핑크일지라도.

 

배우 이종석의 화사한 핑크 패션. 사진=연합뉴스


핑크는 여자만의 전유물인가. 그런가. 핑크는 여성성을 듬뿍 담고 있는 컬러라고 ‘금발이 너무해’의 리즈 위더스푼은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무엇이 여자의 것이고 무엇이 남자의 것이란 말인가. 그 경계는 누구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런 심오한 생각을 깊이 해본 적은 없었다. 여자는 치마와 붉은 계열을, 남자는 바지와 푸른 계열의 옷을 입는 건 봄이 오면 꽃이 피는 현상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년 전 밀라노 맨즈 컬렉션의 구찌 쇼를 보기 전까진 말이다. 

 

그 시즌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다 지아니니는 쇼를 몇 주 앞두고 돌연 떠나버렸고, 새로 자리에 오른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2주 만에 첫 쇼를 완성해야 했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모두의 활활 타오르는 의심과 새싹만큼의 기대를 담은 그의 첫 쇼는 그 시즌 쇼 중 단연 베스트일 만큼 센세이션했다. 런웨이의 남자들은 시스루에 레이스 그리고 파스텔톤의 색, 몸매를 여실히 드러내는 실루엣의 옷을 입고 등장했다. 저들이 입은 옷이 과연 여성복인가 남성복인가 수없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쇼를 본 수많은 눈은 쇼가 마무리될 즈음 ‘아름답고 놀랍다’는 공통된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쇼가 끝나고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남성복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남자의 것이란 누구의 판단으로 생겨난 것일까.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그 어떤 조건도 없는 아름다움은 아닐까. 그저 입었을 때 아름다운 옷. 그것은 남녀의 구분을 넘어서는 것이 아닐지.

 

궁극의 미에 대한 패션계의 흐름은 현재 젠더리스라는 트렌드를 만들었다. 남자의 디테일도 여자의 것이, 여자의 디테일도 남자의 것이 될 수 있는 옷, 남녀의 경계를 나누지 않은 옷. 중성적 스타일을 추구하는 ‘유니섹스’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남성복은 여성의 것이라 치부되었던 것들을 남성 아이템에 적극 반영했다. 레이스, 플라워 패턴, 실크 소재, 유연한 실루엣, 파스텔톤 컬러 등을 이용한 제품이 많아졌고 다양한 셀럽들을 통해 접할 수 있다. 

 

핑크를 이용한 스타일링은 10년은 젊어보이게, 날카롭고 차가운 인상을 부드럽게 완화할 수 있다. 핑크 셔츠와 진의 파스텔톤으로 코디한 배우 조정석. 사진=연합뉴스


이 중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색을 이용하는 스타일이다. 파스텔 계통의 옷들 중 남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건 핑크다. 작년 한 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주목받은 컬러는 팬톤이 선정한 페일 도그우드라는 연한 핑크색이다. 핑크색에 대한 편견만 버리면 핑크를 이용한 스타일링은 남자들을 10년은 젊어보이게 하며, 날카롭고 차가운 인상을 완화할 수 있다. 핑크는 한없이 따뜻한 색이기 때문이다. 

 

수트 차림이라 해도 연한 핑크빛이 도는 셔츠를 매칭하면 무거웠던 스타일이 금세 산뜻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 핑크색 니트 톱을 매칭하면 따스한 소재와 따뜻한 색이 만나 좀 더 온화해진 인상의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핑크는 가볍게 전체 스타일링에 포인트를 준다면 놀라운 효과를 누릴 색이다. 그것을 남자들도 알아야 한다. 스타일에 대해 흥선대원군처럼 쇄국정책을 펴던 사람일지라도 핑크색 하나만으로도 멋쟁이가 될 수 있단 걸.

 

공작의 형형색색 화려한 날개도 사자의 얼굴을 감싸고 있는 볼륨감 넘치는 갈퀴도 암컷이 아닌 수컷의 것이다. 역사 속 남성들은 미에 대한 열망이 드높았다. 현대의 남성이야 화려함을 숨긴 절제미를 미덕으로 여기고 있으나 과거의 남자는 그렇지 않았던 거다. 중세시대의 남성복은 레이스와 현란한 패턴, 겹겹의 레이어드 등으로 극히 화려했다. 화려했던 남자들의 그 시대까진 아니더라도, 남자들은 좀 유연한 마음으로 패션의 봄날 같은 젠더리스의 시대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정소영 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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