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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까지 쏜 ‘최순실 시크릿 백’과 장시호 비화

대포폰 인사검증자료 등 결정적 역할…법조계 “그럼에도 우병우 영장 쉽지 않을 것”

2017.02.20(Mon) 10:38:13

국정농단 의혹의 장본인 최순실 씨가 평소 절대 몸에서 떨어뜨리지 않았던 에르메스 가방. 일명 ‘최순실 시크릿(Secret) 백’. 최 씨가 화장실에 드나들 때조차 갖고 다닐 정도로 분신처럼 여겼던 만큼, 최 씨가 애지중지하던 이 백은 아무나 만질 수 없었는데 이에 접근할 수 있었던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였다.

 

특검 수사에 장시호 씨가 확보한 증거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월 1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한 장 씨.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특검팀에 따르면 장 씨는 평소 최순실 시크릿백에 궁금증이 많았다. 그러던 중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자신의 집으로 잠시 피신 왔던 최순실 씨가 핸드백을 놓고 나가자 이를 열어본 것. 장 씨는 당시 백 안을 사진으로 찍으며 동생뻘인 최순실 씨 측근 김 아무개 씨에게 “이게 미래에 언니(장시호 자신)를 구할 거다”라고 말했다는데, 장 씨의 발언은 현실이 되고 있다.

 

박영수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지난해 4월부터 6개월간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해 570여 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 같은 정황을 확인한 데는 최 씨의 백 안을 들여다 본 조카 장시호 씨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장 씨가 ‘시크릿 백’이라고 불리던 에르메스 가방을 열었을 때 가방 안에는 삼성 폴더형 휴대전화가 들어있었다. 장 씨가 몰래 휴대폰을 열어보니 단 네 명만 통화를 하기 위해 개설된 휴대전화였다. 이 휴대전화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의 이름이 있었고, ‘삼성동 이모’라고 돼 있는 번호도 있었다.

 

원래 최순실 씨 일가는 예전부터 박 대통령을 ‘삼성동 이모’라고 불러왔는데, 이를 통해 장 씨는 박 대통령과 최 씨가 ‘대포폰’으로 보이는 폴더형 휴대전화로 연락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장 씨는 통화 내역을 조회해 박 대통령 측에서 심야 시간이나 새벽에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도 빈번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전화번호를 외워두고 있던 장 씨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휴대폰 번호를 특검팀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장시호 씨는 이모인 최 씨와 수사 초반 관계가 틀어지며, 특검팀 수사에 적극 협조해 왔다. 장시호 씨는 수사 초반 최 씨를 옹호했지만, 자기가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운영하는데 주도했다는 최 씨의 책임 전가 진술을 확인한 뒤 특검 수사에 협조했다. 특히 구속된 뒤 ‘제2의 태블릿PC’ 등 결정적 증거를 특검에 안겨주며 ‘귀인’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 특검 조사 초기부터 “이모 핸드백에 민정수석실로부터 온 인사검증 자료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는데, 특검팀은 그간 2개월 동안 장 씨의 진술을 입증할 실물 증거를 확보 못하다가 최근 앞서 언급한 최순실 측근 김 씨의 외장하드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처럼 장 씨가 듣고 본 것들은 의혹들을 부인하던 여러 피의자들의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한편 박 대통령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마지막 수사 대상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특검은 우 전 수석이 해당 인사검증 자료에 개입했는지를 조사했다. 지난주 소환한 우 전 수석을 상대로 특검은 이를 집중 추궁한 뒤 지난 19일 우 전 수석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영수 특검팀이 박근혜 정부 실세로 불렸던 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수사팀 내에선 사정업무를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남용한 의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영장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평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국민 여론을 볼 때 우병우 전 수석은 검찰(서울중앙지검) 수사 당시 팔짱을 낀 사진이 나오는 순간 구속이 당연한 게 됐다”며 “여론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특검은 범죄 혐의와 죄의 무게와 관계없이 우 전 수석의 구속을 시도해야만 하는 그들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도 영장 청구의 불가피성은 인정하지만, 영장 발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당연히 (영장청구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지만, 혐의가 애매한 것도 사실”이라며 “직권남용의 죄는 통상 양형이 세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입증도 어렵다. 특히 우 전 수석은 도주의 우려가 없고, 특검팀이 지목한 직권남용 행위와 업무와의 연관성이 완전히 없지도 않은 점, 개인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한 행동이 크게 없는 점을 감안할 때 발부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달리 우 전 수석이 구속되지 않기를 바라는 여론이 없지 않느냐”며 “만일 우 전 수석이 구속된다면 여론에게 비판을 받지 않으려는 법원의 본능적 심리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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