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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변종 도박? 요즘 ‘핫’ 신촌 카지노 주점 체험기

술값만큼 칩 지급…영리목적 도박 아니면 단속 못해

2017.02.17(Fri) 17:47:02

지난 14일 저녁 7시 30분.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인근은 젊은 연인들로 가득했다. 겨울방학인 데다 추운 날씨였지만, 마침 밸런타인데이여서 한 손으로는 팔짱을 끼고, 다른 한 손으로는 초콜릿 상자를 들고 가는 커플들로 넘쳐났다.  

 

목적지는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었다. 요즘 ‘핫’하다는 카지노 주점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주점 건물 앞에는 블랙잭, 룰렛, 홀덤, 미녀딜러 등의 카지노 용어들이 적힌 대형 광고물이 서 있어 제대로 찾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7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리자, 형형색색의 카지노칩과 달러($) 문양으로 그려진 해골 모양의 문이 나왔다. 안으로 들어서자 단정한 복장의 종업원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카운터를 지키던 여성 딜러가 발렌타인데이 기념이라며 소박하게 포장된 초콜릿 봉투를 건넸다.

 

신촌에 위치한 카지노 주점 내부.

 

평일 입장료는 만 원이었다. 칵테일 무제한 파티가 열리는 주말(금·토요일)보다 5000원 쌌다. 입장료를 지불하면 1만 원 상당의 음료와 같은 금액의 칩이 동시에 제공된다. 생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업소 문을 연 지 30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가게에는 이미 10여 명의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룰렛, 바카라 테이블은 여성 딜러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블랙잭 테이블에는 30대 남성 손님과 20대 대학생 커플 손님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잠시 후 강원랜드 카지노에서는 보지 못할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바카라 게임을 할 줄 모른다”는 손님에게 한 여성 딜러가 차근차근 게임 방법을 설명해주고, 먼저 자리를 잡은 고객도 딜러를 도와 설명을 보탰다. 초면이지만 친근한 분위기였다. 

 

직접 카지노 게임에 참여해보기로 했다. 기자는 고스톱, 민화투를 제외한 카드게임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게임 방법도 모른다. 룰렛, 바카라, 블랙잭 순으로 배워 보기로 하고, 각 테이블의 딜러로부터 방법을 배워나갔다. 입장하면서 받은 1만 칩스(1만 원)를 1000칩스로 교환한 후 직접 베팅에 나섰다.

 

1만 칩스에서 시작한 판돈은 최대 2만 3000칩스로 커졌다가, 다시 1000칩스로 줄었다가, 1만 칩스로 회복하기를 반복했다. 최종적으로 게임 시작 20분 만에 칩을 모두 잃고 말았다. 바카라 게임에 함께 참여했던 30대 후반의 한 남성 고객과 제법 가까워졌다.

 

그는 이틀 내리 이곳을 찾은 것이었다. 전날 첫 방문 당시 입장료로 받은 1만 칩스로 7만 칩스까지 벌었다고 한다. 그 금액을 현금화할 수 없어 멤버십 포인트로 적립해뒀고, 이를 사용하기 위해 재방문하게 된 것이었다. 도박 중독 우려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쳇바퀴 돌듯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다보면 무료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강원랜드 카지노를 찾았지만 매번 돈을 잃었고, 허탈감까지 더해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동안 잃은 돈만 수백만 원일 것이다. 술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카지노를 즐기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카지노 주점만 한 곳이 없다. 칩을 벌어도 현금화할 수 없고, 술밖에 못 사먹기 때문에 도박 중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막을 수 있다.”

 

게임을 하면서 20대 젊은 커플과도 가까워졌다. 커플 중 여성 고객은 블랙잭을 할 줄 몰랐는데, 딜러와 남자친구 그리고 기자까지 합세해 게임 방법을 알려주니 금세 방법을 익혔다. 과감한 베팅과 연속 블랙잭으로 테이블의 분위기는 한껏 달궈졌다. 그는 벌어들인 3만 칩스를 포인트로 적립했다.

 

그는 “남자친구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재미있게 놀았다. 남자친구는 돈을 모두 잃었지만, 내가 3만 칩스롤 벌었으니 오히려 1만 칩스를 번 셈”이라며 “다음에는 동성 친구들과 놀러와야겠다. 주변 커플들에게도 추천하고, 개인 블로그에도 글을 올릴 생각”이라며 방문 소감을 전했다.​ 

 

카지노 주점에서는 술값만큼 카지노칩을 받아 룰렛, 바카라, 블랙잭 등의 카지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최근 서울 강남, 신촌뿐만 아니라 광주, 대전, 전주 등 전국 각지에서 카지노 술집이 성행하면서 유사한 형태의 주점들이 우후죽순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 카지노 주점은 손님이 벌어들인 칩을 상품권으로 교환해주는 등 불법 도박 행위도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제2의 바다이야기’라는 얘기마저 떠돌고 있다.

 

기자가 체험한 주점에서 카지노 게임은 볼링, 당구, 탁구 등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처럼 느껴졌다. 판매하는 주류 가격은 최저 1만 원부터 최고 70만 원까지 다양하다. 가격대가 다양하다 보니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염려도 없지 않아 있었다.

 

주점 대표 송 아무개 씨는 “변호사를 고용해 불법 여부를 검증했으며, 고객이 벌어들인 칩스는 현금이 아닌 멤버십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있다”며 “고객 중에는 강원랜드 카지노를 드나들던 도박중독자도 있는데, 그에게서 도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줘 고맙다는 인사까지 들었다. 너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에 따르면 문체부는 이달 초 카지노 술집 운영의 불법 여부를 내사했다. 그 결과 도박장소 개설 관련 법령인 형법 247조(도박장소 등 개설)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에는 위배되지 않았다. 카지노 술집에서는 술 판매로 인한 수익만 발생할 뿐 카지노로 인한 수익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중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최근 카지노 술집가 성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경찰서 내부적으로 불법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검토 중인 사안이라 정확한 답변을 하긴 곤란하다”고 대답을 피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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