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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돼도 갤럭시S8은 나온다

‘경영공백’은 정치적 선전도구…이번 기회에 책임경영 발판 마련해야

2017.02.17(Fri) 12:00:03

삼성그룹 총수가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그간 많은 재벌들이 구속되고 실형까지 받았지만, 아직까지 삼성은 이러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7일 새벽 이재용 부회장 구속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대다수 언론들은 재벌 총수 구속에 따른 경영 공백이 우려되며, 나아가 우리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줄 것이라는 분석을 앞 다투어 내놓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경영 공백’이다. 삼성 측도 그동안 핵심적인 방어 논리로 사용해 온 ‘궁극적 용어(Ultimate term)’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어들은 의미 자체를 상대방이 반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자주 활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비슷한 예로 ‘국론분열’, ‘승복’과 같은 단어들이 있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인해 경영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이재용 부회장이 그동안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 그룹 전반의 경영을 지휘해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등기이사지만 아직 대표이사를 맡은 적은 없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벗어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회사에 대한 최종적인 경영적 판단 권한은 대표이사에게 있다. 이건희 회장은 2008년까지 삼성전자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가, 삼성특검 수사로 인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전문 경영인들이 대표이사를 돌아가며 맡고 있는 상황이다. 즉, 경영공백이라는 말이 성립하려면 이 부회장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단지 이건희 회장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실상 회사를 이미 물려받아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물론 일부에서는 대한민국 재벌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사실상 오너 일가가 회사를 장악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해왔으니 경영 공백이라는 말이 성립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꼭 그렇지도 않다. 회사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직책을 CEO, 즉 최고 경영 책임자라고 부른다. 이처럼 경영에는 늘 책임이라는 단어가 따라붙는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와 관련된 책임을 물었던 적이 없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백혈병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고가 터졌을 때도 그랬다.

 

함께 구속영장이 신청된 박상진 사장은 불구속됐는데, 이 부회장은 구속됐으니 사실상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책임을 진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본인의 경영 승계를 위한 뇌물죄 혐의로 구속된 것이지 회사의 경영 책임을 물어 구속된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이 10만 명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다. 대표이사만 해도 3명이다. 반도체와 가전, 스마트폰 사업을 각각 책임지고 있는 권오현, 윤부근, 신종균 사장이 포진하고 있다. 또 그 아래는 각각 사업부를 책임지고 있는 사장 직급의 사업부장이 있다. 가령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사람은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이다.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고 당시 책임을 지고 소비자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한 바로 그 사람이다. 반도체 백혈병 사고 역시 권오현 대표이사가 공식 사과했다.

 

현실적으로 이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적인 인수·합병(M&A) 같은 선 굵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재벌 총수가 내린 결정이 반드시 옳은 결정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오히려 전문경영인에 의한 집단 의사결정이 더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있다.

 

하물며 단기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다. 전 세계를 호령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은 그대로다. 10년 연속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한 텔레비전 사업도 굳건해 보인다. 오는 4월 예정된 갤럭시S8 출시 준비도 굳이 말할 것이 없다. 여기에 경영 공백이 일어날 틈은 별로 없어 보인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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