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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기업’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비정규직 부당노동행위 논란

옛 GTS 근로자들 “노조 결성했더니 문자해고, 감시 탄압”…사측 “부득이하게 도급계약 해지”

2017.02.16(Thu) 11:58:56

일본 다국적 유리제조 기업 아사히글라스(한국법인명 아사히초자화인테크노코리아)가 국내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단체 해고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폐업 전까지 10년 가까이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을 맡던 GTS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현 민주노총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을 결성했더니 한 달 만에 휴대폰 문자 하나로 해고 통보를 받아 거리로 내몰렸다고 성토한다. 이들은 경상북도 구미시 소재 아사히글라스공장 인근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천막을 치고 현재까지 20개월째 복직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정부서울청사 앞 천막농성장에서 20개월째 복직을 요구하는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 사진=비즈한국DB

 

아사히글라스는 지난 2004년 경상북도와 구미시로부터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조건으로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돼 2006년부터 구미공단 내에서 공장을 가동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이 회사는 공장부지 33만㎡를 50년간 무상임대, 5년간 국세 전액면제, 15년간 지방세 감면 등 막대한 혜택을 받고 있다. 

 

아사히글라스는 국내에서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 LCD)용 글라스 기판 등을 생산하면서 연평균 1조 원대 매출, 매출대비 10%대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비정규직지회는 이 회사가 국내에서 받는 세제혜택만 연간 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이들은 아사히글라스가 국내에서 천문학적 경영실적을 거둠에도 비정규직에게 착취 수준인 최저임금 지급으로 일관했다며 국부유출 의혹까지 거론하고 있다. 

 

아사히글라스가 제2차 세계대전 전범기업인 점도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일본기업 1493곳을 조사해 발표한 299개 전범기업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내하청업체 GTS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140명이 노조를 결성한 때는 2015년 5월 29일이었다. 아사히글라스는 한 달 후인 6월 30일 사내 전기공사를 이유로 GTS 근로자들에게 휴무를 줬다. 하지만 같은 날 아사히글라스는 GTS에 7월 31일부로 계약 해지와 함께 7월 1일부터 GTS 근로자들의 출근 중단을 통보했고 공장 현장에 용역을 배치해 출근을 막았다. 문제는 당초 아사히글라스와 GTS의 도급계약 만료기간이 같은 해 12월 말이었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지회는 계약기간 조정 등 어떠한 협의 절차도 없이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차 아무개 비정규직지회 위원장은 “주 4일 3교대, 주말 2교대 방식, 잔업과 특근을 거부할 수 없는 빡빡한 근무일정에도 항상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만 받았다. 몇 년을 일해도 신입과 급여와 차이가 없었다”라며 “결국 구미공단 최초로 비정규직 노조를 결성하고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한 지 한 달 만에 해고통보를 받았다. 조합원들은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차 위원장은 “짜인 각본처럼 도급계약 중도해지로 GTS는 폐업했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을 포함해 GTS 전체 170명의 근로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GTS는 폐업 이후 희망퇴직을 접수받았지만 턱없는 조건을 제시했다”라며 “이후 생활고에 시달린 조합원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현재 22명만 남아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아사히글라스 관계자는 “해고가 아니라 도급계약 해지가 정확한 표현이고, 노조를 결성했다고 계약을 해지한 것은 아니다. 당시 삼성과 LG 등 주요 거래처를 포함해 산업계 전반에서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수요 감소로 이를 생산하던 계열사 PGK와 HTG가 9개월간 공정을 멈춘 상황이었다”라며 “부득이 계열사 소속 정규직 직원들을 GTS가 담당하던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공정에 대체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계열사 직원들에게도 희망퇴직을 받던 상황에서 옛 GTS 근로자들을 복직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해명했다.

 

비정규직지회는 근무 당시 모욕적인 아사히글라스 공장 내 작업 문화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이들은 아사히글라스 소속 직원들이 공장 내에서 작업 규정을 위반했다며 수시로 붉은 색으로 눈에 확 띄는 ‘징벌조끼’를 징계절차도 없이 한두 달씩 입게 했다고 밝혔다.

 

경상북도 구미 아사히글라스 본사 전경. 사진=아사히글라스 홈페이지

 

정부서울청사 천막농성장에서 ‘비즈한국’이 만난 비정규직지회 소속 A 씨는 “화장실에 슬리퍼를 신지 않고 작업화를 신고 다녀왔다거나 지게차를 운전하면서 장갑을 끼지 않았다는 등 징벌조끼를 입히는 이유도 가지가지였다”며 “이 조끼를 입게 되면 ‘나는 불량 작업자’란 수치심 속에서 작업을 해야 했다”라고 토로했다.

 

노조 결성 이후 현재까지 아사히글라스의 지속적인 감시와 탄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도 나왔다. 이 회사는 경찰과 철거용역을 동원해 공장 인근 비정규직지회의 천막농성장을 강제철거 했는가 하면 현수막 설치 등을 이유로 철거할 때까지 하루 50만 원을 부과한다는 법원 집행문을 발급받으며 노조를 압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사히글라스는 지난해 5월 경비 용역을 통해 비정규직지회를 사찰했던 것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나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비정규직지회 소속 B 씨는 “공장 앞 천막농성장 인근에서 계속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이 있어 경찰에 신고했더니 아사히글라스가 고용한 용역경비였다. 이 사람이 카카오톡으로 조합원의 동태를 경호이사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하던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는 아사히글라스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고 해고된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게 재취업과 생활안정대책을 마련하라고 판정했다. 중노위는 판정문을 통해 아사히글라스의 ‘전기공사 이유로 GTS소속 근로자를 휴무시킨 후 용역직원을 고용해 조합원의 공장 출입을 막은 행위’, ‘GTS와 도급계약을 중도해지한 행위’, ‘계열사 소속 근로자를 GTS 근로자들이 담당한던 업무에 대체 투입한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했다. 

 

아사히글라스는 중노위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아사히글라스 관계자는 “중노위의 판정 내용이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중노위의 판정과 달리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GTS에 대한 도급계약해지를 무혐의로 처분했다”라며 “최저임금문제는 당사가 아닌 하청업체 GTS와 소속 근로자들 간 문제다. 이와 별도로 GTS는 연간 400%의 상여금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사는 비정규직지회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이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고소한 상황이다”라며“전범기업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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