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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시간 끌기’에도 헌재는 갈 길 간다

“어떻게든 8명 이름 넣어 결정문 쓸 것…헌재가 대응 태도 드러내는 건 이례적”

2017.02.11(Sat) 13:43:19

“각자 탄핵심판에서 주장한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준비서면을 23일까지 제출해 주세요.” 

 

헌재가 이제 ‘빠른 일정 추진’으로 방향을 잡았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9일 심리에서 국회와 대통령 측에 준비서면을 각각 요구했다. 이와 함께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채택된 증인들이 불출석하면 재판부가 납득하는 사유가 아닌 이상 재소환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특히 시간을 끌고자 ‘증인 채택’을 거듭 요구하고 있는 박 대통령 측에는 “반복된 답변을 할 수밖에 없거나 검찰 조서 내용과 동일한 내용의 증인신문을 적극 제지하겠다”는 뜻을 강경하게 전달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12차 변론기일인 2월 9일 오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다른 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헌재가 이렇게 구체적인 일정을 주도하는 배경에는 “이미 헌재의 입장이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쪽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입장 정리 자료를 23일까지 달라고 한 것은 22일까지 예정된 증인신문 기일 이후 추가로 일정을 잡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겁니다.” 헌재 흐름에 밝은 대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어떻게든 2월 말 변론을 종결하고, 최종 변론을 진행한 뒤 결론을 내겠다는 헌재의 입장이 드러났다는 것인데, 그는 헌재의 선고 일정이 3월 13일 전에 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지금은 몰라도 10년 뒤 어떤 식으로 헌재의 입지를 흔들지 모른다”며 “어떻게든 정당성과 명분을 확보해야 하는 헌재 입장에서는 한 명이라도 재판관이 많을 때 결정을 내리려고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7명의 재판관보다 8명의 재판관이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때문에 그는 이 권한대행의 퇴임일인 3월 13일 이전에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99%라고 내다봤다.

 

물론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출석 의사를 밝히는 것. 헌법재판소가 3월 초 결론을 내리려 했다고 하더라도 박 대통령의 출석을 거부하고 탄핵 결정을 내리면 앞서 언급한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 “나가서 직접 설명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고, 재판관의 임기 일정에 맞춰 탄핵 여부를 결정하면 박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지지층에서는 “어떻게 당사자의 입장을 직접 듣지도 않고 탄핵을 결정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헌재에 쏟아질 것이기 때문.

 

피청구인 당사자인 대통령이 직접 해명을 하기 위해 출석하겠다고 밝히면 헌재는 22일 이후 추가로 변론기일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 이유다. 특히 대통령 측이 출석 의사를 밝히고서 경호상 문제를 이유로 출석을 미루거나, 기일 재지정을 요구하면 탄핵심판은 막바지에 지연될 수 있다. 대통령 대리인단 역시 9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출석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대통령과 상의해보겠다”고 밝혀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앞의 대법원 관계자는 “헌재 입장에서 박 대통령이 나온다고 하면 22일 이후, 그리고 이 정미 소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인 3월 13일 전에 추가로 일정을 잡아 박 대통령의 해명을 들은 뒤, 결정문에는 이정미 소장 대행의 이름까지 넣어 8명의 재판관의 결정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검팀의 수사 기간 연장 여부도 헌재 결정 시점과 자연스레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선 탄핵이 되더라도 구속만큼은 피해야 하기 때문. 검찰 고위 관계자 역시 “출마 가능성이 높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지지층이 대부분 겹치는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기한 연장을 해주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들었다”며 “그렇다면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헌재의 탄핵 결정을 2월 말이 아닌, 3월 초로 미뤄야 하고 그렇다면 더더욱 박 대통령의 출석을 빌미로 헌재 결정을 미루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헌재 내부에서는 ‘탄핵’ 쪽으로 점치는 분위기가 더 지배적이지만, 일부에서는 “특검팀의 수사 진행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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