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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경영 VS 낮잠 경영

"낮잠 권하는 기업이 더 성공한다“

2014.06.03(Tue) 08:40:33

   


지난해 D사에 입사한 A대리는 요즘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D사는 기계 설비 전문 업체로 매출 1조원대에 육박하는 중견기업이다. 연봉도 대기업 못지 않고 복리후생도 잘되어 있다. 그런데도 A대리가 회사를 옮기려는 이유는 ‘야근’ 때문이다.

“거의 매일 야근해 집에 가면 밤 10시가 넘는다. 씻고 자기 바쁘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여친 얼굴보기 어렵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특근을 시킬 때가 많아 취미 활동은 엄두도 못 낸다. 부장급 이상 간부들은 야근을 당연시하지만 일반 직원들은 불만이 많다. 연봉이나 수당을 덜 받아도 출퇴근이 자유로운 직장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저녁이 있는 삶.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사고 있는 이 말은 역설적으로 야근이 많은 한국의 직장문화를 꼬집는다. 미국의 권위 있는 직장 평가 사이트인 글래스도어에는 한국기업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담겨 있다.“출근은 칼같이 시키면서, 정시 퇴근하면 눈치를 준다.”

한국의 기업이 야근을 많이 시키는 것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1인당 근로시간이 OECD 국가 평균 1,705시간이지만 한국은 400시간 더 많다. 야근이 잦으면 건강에도 해롭다. 실제로 국제 암연구소는 야간 근무 비율이 높을수록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야간작업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이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야근 기업이 줄지 않자 정부는 ‘매주 수요일을 야근없는 가족의 날’로 정했다. 올해로 시행 5년째이며 현재 140개 민간기업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대표적인 기업이 효성그룹이다. 효성 산업자재PG는 매월 첫번째, 세번째 수요일을 “야근 없고 팀 회식 없는” ‘무무(無無)데이’로 정해 시행해오고 있는데 반응이 매우 좋은 편이다. 이 회사는 또 매월 둘째 주 중 하루를 정해 모두가 반차 휴가를 사용하는 ‘owner’s day’를 실시하고 있다.

효성은 서울 본사와 국내 여러 사업장에서 정시 퇴근을 장려하고 있다. 나아가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많이 갖도록 지원하는 각종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효성이 가족친화경영을 앞장서 실천하는 데에는 조현준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의지가 크기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실제로 효성에는 직원 가족과 함께 하는 행사가 유난히 많다. 일례로 ‘직원 가족 기 살리기’ 프로그램은 참여도가 높아 10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1500여명의 직원과 가족이 함께 해 다채로운 행사를 벌였는데 비용 일체를 회사가 지원했다.

SK이노베이션도 ‘야근없는 기업’에 속한다. 이 회사의 특색은 ‘초과근무 제로’ 제도다. 직원이 야근을 하면 상급자가 불이익을 받는다.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데 야근을 시키는 ‘간 큰 상사’는 없을 거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좀 더 기발한 방법을 구사했다. 바로 ‘원초적 먹통 작전’이다. 밤 7시 이후에는 직원들의 모든 PC가 먹통이 돼 일을 하고싶어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현대백화점은 회식문화도 타 회사와 구별된다. ‘112’원칙이 그것으로 회식을 1차로 끝내되 2시간을 넘지 못한다. 폭탄주는 구경도 못한다. 밤 11시 이후엔 법인카드 결제도 불가능하게 해 3차 4차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원초적 먹통 작전’이 효과를 거두면서 이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도 점점 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부산은행이 야근없는 회사로 유명하다. 부산은행 사무실 컴퓨터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7시면 자동으로 꺼진다. 부산은행은 이날을 회식, 회의, 야근이 없는 ’3무(無)데이’로 정해 시행해오고 있는데 직원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이처럼 야근을 없애려는 노력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도 야근을 당연시하는 기업이 다수다. 대기업은 물론 IT업종에서 야근 사례가 많으며 특히 중소기업의 야근률이 높다.

같은 IT업종이지만 일본은 한국과 완전 딴판이다. 일본 IT업체 휴고는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전 직원이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낮잠을 잔다. 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전화도 음성 안내로 돌려놓는다. 이 회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업무 효율성 때문이다. 실제로 낮잠 제도 시행 후 업무상 실수가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실적이 크게 올랐다.

휴고 외에도 낮잠을 권장하는 일본 기업들은 많다. 게임회사 ‘GMO’는 직원들의 낮잠 전용 공간인 ‘GMO시에스타’를 운영하고 있고 IT회사 오쿠타는 20분간 낮잠을 자는 ‘파워 낮잠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야근은 물론 없다.

일본에는 ‘낮잠 카페도’ 성업 중이다. 우리나라에는 낮잠을 잘 수 있는 카페가 그리 많지 않다. 더욱이 일본처럼 침대를 제공하는 카페는 두 눈 뜨고 찾아봐도 없다. 문화의 차이로 보기엔 발상의 전환이 놀라울 따름이다. 일본의 많은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배경에는 ‘낮잠 경영’ 같은 신선한 제도 도입 때문일지 모른다.

문홍식 기자

moonhs0910@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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