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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무덤, 휴가도 맘대로 못 쓰는 한국 직장인

법정 근로시간 있으나 마나, 개선은 답보상태

2014.06.03(Tue) 08:35:30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장시간 근로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러나 야근 등 장시간 노동이 보편화 돼 있음에도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3분의 2에도 못 미칠 만큼 ‘고비용 저효율’ 구조다.

근로기준법 상 법정 근로시간은 원칙적으로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법 규정은 있으나 마나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에게 야근 문화는 뿌리 깊게 고착화 된 상태다. 장시간 노동시간 단축은 어제오늘의 과제가 아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 진전은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 생산성 떨어지는 최장시간 근로국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최장시간 근로 국가 중 하나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092시간으로 OECD 평균 1765시간보다 430시간 가까이나 많았다.

우리보다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긴 OECD 회원국은 멕시코(2317시간)와 칠레(2102시간) 뿐이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은 가장 짧은 독일(1317시간), 네덜란드(1334시간)에 비해 연간 700시간 이상이었다.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독일, 네덜란드보다 하루에 3시간 이상 더 근무를 하는 셈이다.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자영업자들까지 감안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실제 노동시간은 이보다 훨씬더 길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오래 일하면서도 생산성은 떨어지는 전형적인 ‘후진국 형 근로문화’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기준 우리 근로자들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9.75 달러로 OECD 평균(44.56 달러)의 65.5%에 불과했다. 반면 우리보다 훨씬 짧게 일하는 네덜란드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우리의 2배(59.73 달러)나 됐다.

이달 OECD가 발표한 '일과 생활의 균형' 부문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36개국 가운데 꼴찌 수순인 34위에 그쳤다. 한국보다 이 부문 지수가 낮은 국가는 멕시코와 터키뿐이었다. OECD는 한국인의 연평균 근무시간이 거의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평가 항목에 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 일상화 된 야근, 휴가도 제대로 못써

조사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야근에 시달리고 연월차 등 휴가를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공통분모로 드러나고 있다.고용노동부가 올해 진행한 ‘일하는 방식과 문화에 대한 인식’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근로자 10명 중 4명꼴인 43.6%가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야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야근을 하는 원인으로는 야근을 당연시하는 회사 문화(25.8%), 근무시간 중 낮은 업무 효율(20.9%), 상사 눈치(9.4%) 등 기업 문화가 주된 이유였다. 야근을 하지만 업무 성과에 도움이 된다는 비율은 25%에 그쳤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38.4%)와 보통이다(36.7%) 답변이 도움이 된다는 답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근로자 10명 중 3명은 직장한 부여한 휴가를 절반도 쓰지 못했다.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업무 특성(62.5%)과 처리할 업무(43.1%) 외에,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33.2%), 업무태도에 대한 부정적 평가 우려(21.9%)가 주요 원인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서도 연·월차 휴가를 모두 썼다고 응답한 근로자의 비율은 22%에 그친 바 있다.

근로자 10명 중 7명꼴인 72.6%가 자기계발, 휴식 기회가 부족해 업무 효율성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직무소진’ 상태를 경험한 것으로 답했다. 하지만 근로자 개인이나 조직 차원의 대응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자 33.5%가 직무소진 경험 시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인사담당자의 64.1%가 직무소진 방지를 위한 별도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취업포털 사이트들의 조사 결과는 더 심각했다. 지난해 12월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8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6%가 ‘일상적으로 야근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야근 시간과 빈도는 하루 평균 3시간, 주당 4번 수준이었다. 야근을 하는 직장인들은 월평균 48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야근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68.6%)은 야근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이 중 50%는 야근 식대조차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좋은 일 연구소가 지난해 4월 남녀 직장인 1984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직장인 86.5%가 ‘일주일에 1회 이상 야근한다’고 답했다. 야근 빈도는 주 3회 이상(53.3%), 주1~2회(33.2%)로 조사됐다.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는 경우도 무려 14.7%로 나타났다. 20대 근로자 22.9%가 주2회 정도 야근을 한다고 응답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30대(19.3%)와 40대(23.4%) 직장인들은 각각 주 3회 정도 야근한다는 답변이 가장많았다.

   


◆ 잦은 야근 건강에도 좋지 않아

잦은 야근은 근로자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연구소는 ‘20년 이상 지속된 야근은 유방암 발생 위험을 지극히 높인다’, ‘야간은 발암 물질 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월 영국 서리대 수면연구센터 연구팀은 잦은 야간 교대근무는 몸의 균형을 깨뜨려 당뇨병, 심장마비, 암 등과 같은 부작용 유발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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