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포켓몬고(GO)’ 열풍이다. 국내 출시 6일 만에 무려 700만 건의 다운로드가 이를 증명한다. 청소년은 말할 것도 없다. 요즘은 직장인까지 가세해 점심 시간에 회사 주변에서 포켓몬을 잡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다.
포켓몬GO의 원작은 1996년 2월 게임 프리크가 닌텐도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용으로 출시한 ‘포켓몬스터 적&녹’이다. 이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꾸준히 후속작이 출시됐고,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90년대 전설적인 미디어 믹스 사례로 등극한다.
‘포켓몬’이 국내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1999년 6월 도서출판 대원(현 대원씨아이)이 판권을 구입해 어린이 만화잡지 ‘팡팡’에 출판만화 ‘전격 피카추’를 연재하면서 부터다. 이와 동시에 캐릭터 사업과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방영이 함께 추진됐다.
당시 대원에서는 전 계열사에서 일본어에 능숙한 직원들을 차출해 10명 규모의 태스크포스(TF)팀까지 만들 정도로 포켓몬에 공을 들였다. 100개에 달하는 일본어로 된 포켓몬 이름을 전부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친숙하도록 우리말로 바꾸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현재 모바일게임 전문 미디어 ‘헝그리앱’의 김동욱 편집장도 수준급의 일본어 실력으로 TF팀에 합류했다. 당시 게임 전문 월간지 ‘V챔프’에서 기자로 근무하던 그는 포켓몬GO에서 강력한 캐릭터 중 하나인 ‘잠만보’와 귀여운 외모로 마니아를 보유한 ‘고라파덕’의 이름을 지어준 장본인이다.
잠만보의 일본 이름은 잠만 자는 돼지라는 의미의 ‘카비곤’이다. 잠을 많이 잔다는 느낌을 살려 잠만보라고 지은 것. 귀여운 오리캐릭터인 ‘고라파덕’의 원래 이름은 ‘코닥쿠’지만, 캐릭터 설정에서 항상 두통에 시달린다는 점을 반영했다. ‘골아파’를 소리나는 대로 읽은 ‘고라파덕’으로 정했다고 김 편집장은 밝혔다.
이렇듯 김 편집장은 당시 포켓몬 이름 번역을 위해 각 캐릭터의 원작 설정을 많이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원작명과 영어로 번역 이름을 함께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덧붙였다.
‘피카추’와 같은 핵심 캐릭터의 경우 원작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그 이외에 순수 일본어로 된 포켓몬은 전부 이름을 바꿔야 했다. 이와 같은 캐릭터가 바로 꼬부기(일본명 제니가메), 이상해씨(후시기다네), 파이리(히토카게) 등이 있다.
100개에 달하는 1세대 포켓몬의 이름을 전부 다시 짓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었다. 원작을 그대로 살리기보다는 최대한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이름을 붙이라는 방침 때문이다.
김 편집장은 포켓몬이 너무 많다 보니 아이디어가 고갈된 작업 후반에는 그냥 일본 이름을 살짝 고쳐서 붙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예를 들어 ‘갸라도스’는 일본명과 영문명까지 동일하다. 희귀 포켓몬으로 알려진 ‘메타몽’ 역시 일본명 ‘메타몬’에서 살짝 고친 정도다.
포켓몬 이름에 얽힌 또 다른 비화도 있다. ‘윤겔라’는 당시 숟가락을 구부리는 마술로 유명세를 치렀던 초능력자 ‘유리겔라’를 패러디 한 이름이다. 일본명도 ‘윤게라’였던 까닭에 실제 유리겔라로부터 게임 개발사가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포켓몬 1세대 100종의 한글명이 정해진 이후 추가되는 포켓몬 역시 1세대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름이 추가되었다. 이후 2007년 포켓몬 코리아가 설립돼 체계적인 라이선스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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