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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많은 기업 직원들 ‘오체불만족’

임원 승인 있어야 수당 지급, 부서간 갈등 낳기도

2014.06.03(Tue) 08:30:33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장시간 근로 국가이지만 근로자들의 노동 생산성은 최하위권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근로자들의 소모적인 야근 문화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LG 그룹 등 굴지의 재벌 그룹도 예외가 아니었다. <비즈한국>은 정상적이지 않은 야근 행태나 장시간 근로 문화가 고질화 된 대표적인 기업들에 대해 알아봤다.

◆ 퇴근시간 눈치 보기 소모적 경쟁

LG 디스플레이는 야근이 많은 대표적인 회사로 유명하다. 이 회사 일부 직원들은 일상화 된 야근으로 비효율적인 근무형태를 토로한다.LG디스플레이 한 직원은 “간부급은 책임감으로, 하급자들은 일이 없어도 상사 눈치를 보며 혼자서만 퇴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직원은 “늦게 퇴근하는 게 생활화 돼 보통 점심시간까지는 본격적인 일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오후가 돼서야 일을 시작하고 밤 늦게 퇴근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최근 LG디스플레이를 퇴사한 한 직원은 “신혼 한 달 동안 아내와 같이 저녁을 먹은 횟수가 2번 밖에 없었을 정도다. 신혼 생활도 중요해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에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파주나 구미 같은 경우, 공장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24시간 작업하다보면 사무직도 야근이 잦을 수 있다. 아침 8시 30분에 출근해서 오후 5시 30분에 퇴근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생산에 필요한 인력이 있을 경우, 작업자와 함께 야근하는 경우는 있다”고 설명했다.

각 팀별로 퇴근시간을 눈치를 보며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는 기업도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각 팀별로 직원들의 사원증에 찍히는 퇴근 시간 통계를 내 전체 평균 퇴근시간을 산출한다. 각 팀의 평균 퇴근 시간이 전체 평균 퇴근시간보다 빠르면 전체 평균 시간에 맞춰 해당 팀은 자체적으로 늦게 퇴근하는 식이다.

이러한 문제로 업무 효율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게 이 회사 직원들은 전한다.삼성엔지니어링 한 직원은 “가령 오후 7시 30분이 전체 평균 시간인데, 팀의 평균 퇴근시간이 7시 20분이라면 전체적으로 10분씩 늦추는 식”이라며 “하지만 팀 내 계약직 직원들은 5시 정시 퇴근을 하는데 계약직 직원들까지 반영한다면 실제로는 1시간 정도 더 늦게 퇴근을 해야 평균에 근접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오후 5시 이후로는 부서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따로 시간을 체크하며 야근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장시간 근무란 내부 징계를 통해 직원이 사망한 경우도 있다. 유화증권 A모 전 채권팀장은 지난 2012년 5월 과로로 추정된 사망으로 고인이 됐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A 팀장은 회사가 연루된 국민주택채권 담합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와 보유채권 과다계상에 따른 내부 징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A팀장이 받은 징계는 6개월 견책과 함께 주 1~2회 의무 야근과 격주토요일 출근이라는 장시간 근무였다. 결국 그는 2012년 5월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하지만 유화증권 내부직원 들은 회사가 그의 죽음에 대해 외부에 과로사로 소문나지 않게 철저하게 입단속을 실시했다고 주장한다.

삼성SDS의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한 팀은 잦은 야근으로 오후 8~9시에 퇴근하면 정시 퇴근 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프로젝트 마감일이 다가오면 그 강도는 점점 높아져서 며칠째 집에 못 들어가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삼성SDS 한 직원은 “매일 늦은 시간 귀가로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외도를 의심한 부인과 관계가 소원해 져 이혼의 위기에 처한 직원도 있다”고 주장했다.

   


◆ 야근해도 수당 못 받는 근로자들 많아

직속 임원의 승인이 있어야 야근으로 인정해 조직원간 불평등 논란이 발생하는 곳도 있다.LG전자는 야근을 하거나 주말 근무를 하면 초과 근무수당을 지급한다. 그로나 LG전자 직원들은 당일 오후 5시까지 직속 임원의 승인을 받아야 야근으로 인정돼 일부 직원들로부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임원 승인 없는 야근을 하는 직원은 초과 근무 수당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통상적으로 야근을 해야 할지는 오후가 돼야 알게 된다는 점이다. 익명의 LG전자 직원은 “점심 식사 이후 야근을 해야 할지를 결정해 야근을 신청해도 팀장을 거쳐 임원까지 거쳐야 하는 절차 때문에 오후 5시 이전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또 다른 직원은 “야근이 생활화 된 연구 직원들은 늘 야근 승인을 받아 목돈의 야근 수당을 챙겨 간다. 하지만 정시 출퇴근이 보통인 다른 부서 직원들은 야근을 하게 될 경우 야근으로 인정받지 못할 때도 흔하다”고 밝혔다.

이에 LG전자 관계자는 “실제로 야근이 많지 않다. 승인을 못 받아서 야근 수당을 받지 못 한다는건 말이 안된다”라고 해명했다.

미래에셋증권 직원들은 회사가 최근 금융업계의 고객 정보 유출 등 금융사고들이 잇달아 터지자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꼼수를 부린다고 전한다. 일부 직원들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까지 직원들의 출근 시간은 오전 8시, 퇴근은 오후 6시 전후였지만 올 초부터 출근 시간이 오전 7시 30분으로 당겨지고 퇴근은 오후 7시 전후로 늦춰졌다는 것.

한 직원은 “사실상 1시간 30분 정도 근무 시간이 늘어난 셈이다. 공식적으로 근무를 연장하라는 지시는 없지만 간부급들을 통해 암묵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공식적인 업무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다. 최근 7시 30분으로 당겨진 부서도 있긴 하지만, 업무가 남아서 야근하는 것까지는 우리가 막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증권업계 직원들은 최근 불황과 구조조정 여파로 인해 업무강도가 굉장히 강해졌다고 한다.야근이 많아졌지만 야근을 한 직원들에게 별도의 수당은 지급하지 않는 게 업계 관행이다.

익명의 대형증권사 전 직원은 “증권사에 다니던 3년간 일일 근무시간이 13~15시간에 달하는 등 일상화 된 야근으로 회의감을 느껴 퇴사했다”며 “최근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급여는 증권사 시절에 비해 적더라도 여가 등으로 현재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유민 기자

2umi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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