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학원도 있는데 왜 공짜로 일을 배우려고 하느냐고 교육비를 내라더군요. 결국 따져서 제대로 임금을 받아냈지만 새로 들어온 알바생에게는 교육기간 동안 돈을 지급하지 않을 계획이래요.”
지난해 청년 실업률(9.8%)이 사상 최고치에 도달한 가운데, 일을 그만두길 원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교육비를 요구하는 악덕 업주들 때문에 알바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업무를 익히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교육을 업무의 연장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사용자는 교육 기간에도 근로자에게 정상적인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최저임금법 5조에 따라 사용자는 1년 이상 근무계약을 맺은 근로자에 한해 최대 3개월 동안 최저임금에서 10% 삭감된 임금을 지급할 수는 있다.
문제는 일부 업주들이 일을 그만두길 원하는 알바생에게 오히려 교육받은 대가를 요구하는 ‘보복성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개 근로 계약 기간을 채운 경우 교육비가 면제되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이를 청구할 수밖에 없다는 식이다.
3개월 동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했던 대학생 A 씨(23)는 “근무시간이 아닌데도 갑자기 부르는 경우가 많아 다른 생활이 되지 않았다. 대책을 요구하니 사장이 그만두라고 했다”며 “다음날 그만두겠다고 말하니 6개월 이상 근무하면 음료 만드는 교육비용 50만 원을 면제해주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돈을 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지만, 함께 일한 사람들이 증인이니 교육비를 내지 않으면 임금을 줄 수 없다고 해서 처음엔 정말 돈을 받을 수 없나 싶었다”며 “다행히 여러 사람에게 자문해 노동청에 신고하니 30분 만에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 관계자는 “마치 학원처럼 외부 강사를 불러 유용한 교육을 기획하고 이에 대해 근로자와 따로 계약을 맺고 비용을 받았다면 상황에 따라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업무를 수행하는데 직접 필요한 교육을 한다면 근로자를 위한 것이 아닌 사용자에게 필요한 인력을 만드는 과정이므로 당연히 임금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별다른 교육이 필요 없는 단순 업무에도 교육비를 요구하는 경우 알바생으로선 더욱 황당할 수밖에 없다. 피시방에서 일을 한 알바생은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출근 당일부터 바로 시키는 일을 했다. 그럼에도 그날 임금은 교육비로 처리하기 때문에 줄 수 없다고 했다”며 분노했다.
일부 업주들은 근로계약서에 일정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 시 교육비가 있다고 명시하고 이를 근거로 알바생들에게 대가를 요구하기도 한다. 근로기준법을 잘 모르는 알바생들은 본인이 동의한 사항이라는 생각에 업주의 말을 따르기도 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가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즉 사용자가 계약을 다 채우지 못했을 때를 가정해 근로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근로계약서 조항은 유효하지 않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로계약서 외에 따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학원, 과외처럼 교육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면 이 경우는 유효할 수 있다”며 “그러나 근로계약서는 업무에 대한 사안을 규정하기 위한 것으로, 근로자가 교육비를 내야 한다는 식의 내용은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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