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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3세대 모닝, ‘기본기 탄탄, 디자인 호불호 갈려’

첫 달 8925대 계약, 올해 ‘타도! 스파크’ 성공 여부 관심

2017.02.08(Wed) 13:58:42

2016년 국산차 판매량에서 스파크(한국GM)는 5위, 모닝(기아자동차)는 7위를 차지했다. 기아차는 올해 경차 시장에서 스파크를 이기는 것이 목표다. 사진=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 3세대 모닝이 속살을 드러냈다. 기아차는 1월 17일 신차발표회 이후 3주 만에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미디어 시승회를 개최해 주행성능과 감성품질 등을 평가받았다. 

 

기아차는 이번 시승회에 공을 들였을 법하다. 3세대 모델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지만, 디자인 면에서 여전히 한국GM의 스파크에 손을 들어주는 기자들이 많았다. 따라서 상품성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실제 주행 평가가 중요하다.

 

2016년 국산차 자동차 판매 순위를 보면 스파크는 7만 8035대로 5위, 모닝은 7만 5133대로 7위를 차지했다. 경차 수요는 메이커들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대기아차는 10위권 내 8개 차종을 차지할 정도지만 경차에서만큼은 스파크에 뒤졌기 때문에 자존심 문제도 걸려있다. 

 

이 때문에 3세대 모닝의 모든 개발 콘셉트는 ‘타도! 스파크’에 맞춰져 있다. 휠베이스, 엔진 파워, 제동력, 연비, 트렁크 수납공간 등 모든 스펙에서 스파크를 앞서고, 이를 미디어 행사에서 반복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경쟁 제품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이색적이다. 

 

시승은 워커힐 호텔에서 가평 모아이카페를 오가는 55km 구간으로 이뤄졌다. 평일 낮이라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모닝의 주행감성을 테스트하기에는 적당한 거리였다. 

 

주최측은 추운 날씨에 최상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미리 시승차의 시동을 걸어 놓았다. 사진=우종국 기자


시동을 건 상태로 대기하고 있는 차량에 탑승했다. 탑승한 기자는 키 183cm, 몸무게 99kg으로 평균보다 큰 덩치다. 평소 경차를 탈 일이 거의 없다 보니, 타는 순간 ‘이건 경차로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운전을 시작하자 운전석 공간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나 앞좌석 위치를 그대로 둔 채 뒷좌석을 탔을 때는 무릎 공간이 나오지 않아 ‘쩍벌남’ 자세를 취해야만 했다. 다행히 윗공간은 충분해 머리가 천장에 닿지는 않았다. 기자가 패밀리카로 이 차를 사지는 못하겠지만, 체구가 평균 체형이거나 그 이하라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차량은 겨울이라 최적의 엔진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사전에 시동을 걸어놓은 상태다. 난방은 과할 정도여서 히터를 꺼야 했다. 블루투스를 연결하고 휴대폰의 음악을 재생해 보았다. 아반떼, 소나타, 그랜저에 들어간 것과 동일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작동은 직관적이라 매뉴얼 없이도 사용 가능했다. 

 

정보기술(IT)은 한국이 세계 정상급이라 카 미디어 측면에서는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소프트웨어는 동일하지만 스피커 구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반떼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지지만, 양산차로서는 별도 튜닝 없이도 충분히 오디오를 즐길 만했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시내주행에 돌입했다. 스티어링 휠, 가속 페달, 브레이크 페달, 방향지시램프 등 모든 것이 익숙하다. 현대기아차의 어떤 차를 타더라도 동일하게 느껴지는 평균 세팅이다. 조작에 큰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수입차를 타면 어떤 차들은 운전대 감각이나 페달 압력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 세단이 아니므로 이 정도 세팅이면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필요한 부품만으로 단출하게 구성된 모닝의 엔진룸. 경차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최상의 성능을 내야 하므로, 메이커의 기본기를 드러낼 수 있는 카테고리다. 사진=우종국 기자


정지 상태에서의 발진 가속이나, 주행 중 브레이킹에서도 익숙한 감각을 보여준다. 단 하나 익숙하지 않았던 점은 가속력이다. 한적한 경춘고속도로에 진입해 고속주행의 맛을 즐기려던 찰라, 생각보다는 가속이 더디다. ‘이건 경차였지’라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다. 시속 120km 이상의 속도를 내지 않는 운전자라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차선 변경 시 우측 차선의 BMW 차량과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가속을 시도했으나 충분치 않았다. 경차를 타면 양보하는 운전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3세대 모닝에는 초고장력 강판이 44.3% 적용됐다. 사진의 뼈대에서 회색, 하늘색,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순으로 강도가 높다. 사진=우종국 기자


경차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3세대 모닝은 기본기가 탄탄한 차다. 현대기아차가 2013년 2세대 제네시스(현 G80)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초고장력강판 40% 이상’이 순차적으로 쏘나타, K5, 투싼, 아반떼, K7, 그랜저에 이어 모닝에도 적용됐다. 단단한 보디는 충돌안전에도 중요하지만, 주행 시 비틀림 저항을 줄여 안정적인 주행감각을 제공한다. 

 

썬루프를 열면 철판의 절단면이 그대로 보인다. 노출면을 플라스틱으로 가린다든지 하지는 않았다. 실내 선바이저를 고정한 볼트도 보이는 등 곳곳에 원가절감의 흔적이 엿보인다. 센터패시아의 조작 스위치들은 터치 시의 스프링 느낌이나 플라스틱 사출 후의 마감상태 등에서 기본기가 탄탄하다. 시트의 감촉이나 실내 마감의 재질 등도 준수한 편이다. 

 

기자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C필러 쪽 실내 부위에 구멍을 낸 것이다. 적재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2열 시트를 눕혔다 세울 때 안전벨트가 걸리적거리는데, 안전벨트 클립을 고정시킬 수 있도록 홀을 판 것이다. 이를 활용하는 운전자가 많지는 않겠지만, 경험자가 봤을 때 ‘이런 것까지’ 싶을 정도로 소비자의 습관을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각종 편의사양은 이제 경차와 럭셔리카의 구분이 없을 정도다. 시승차는 최고 사양에 풀옵션을 모두 집어넣은 차량이다. 후진기어를 넣자 내비게이션 화면에 후방카메라 영상이 뜬다. 스티어링 휠 연동 주차 안내선까지 있다. 이는 상위 사양에서만 가능하다. 

 

‘경차는 위험하다’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안전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충돌 시 안전벨트를 감아주는 프리텐셔너가 1열은 물론 2열 좌석에도 기본사양으로 장착됐다(가운데 좌석 제외). 곡선 주로에서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고 바깥쪽 바퀴에 구동력을 추가하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TVBB)’, 전륜구동 차량에서 제동 시 후미 흔들림을 개선하는 ‘직진 제동 쏠림 방지시스템(SLS)’도 기본 적용됐다.

 

운전석 무릎에어백은 상위 사양에서 15만 원을 추가하면 장착 가능하다. 앞차와의 충돌이 예상될 때 자동으로 제동을 걸어주는 긴급제동 보조시스템(AEB)은 최고사양에만 적용됐다. 

 

과거 경차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경차가 돈이 없어서 타는 차라기보다는 합리적 선택의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덩치가 큰 차보다는 운전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경차를 선택하는 것이다. 경차를 타면서도 고급 편의사양, 안전사양을 원하는 대로 넣을 수 있다. 고정관념 어린 시선만 견딜 수 있다면 모닝을 소유하는 것에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경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대비 상품성은 상향평준화됐다. 사진은 1, 2, 3세대 모닝의 모습(왼쪽부터). 사진=우종국 기자


경차의 상향평준화는 치열한 경쟁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애플 덕에 삼성전자 휴대폰 수준이 높아졌듯, 스파크의 존재로 인해 모닝의 상품성이 높아졌다. 2016년 현대기아차는 많은 도전을 받았다. 쏘나타로 상징되는 중형차 시장에서 SM6(르노삼성), 말리부(한국GM)의 만만찮은 추격을 받았다. 올해는 아반떼로 상징되는 준중형 시장에서 신형 스파크(한국GM)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맞이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 분야에서도 한국GM은 볼트(Volt), 볼트(Bolt) 두 가지 모델을 쏟아냈다. 

 

올해 모닝이 스파크를 뛰어넘을지 아닐지 지켜보는 것도 자동차 시장의 큰 관심사다. 3세대 모닝은 약 한 달 동안(1월 4일~2월 6일) 8925대의 계약을 기록하며 월 7000대의 판매목표를 일단은 넘어섰다. 신차효과가 있으므로 올해는 모닝의 우세로 보인다. 그럼데도 스파크를 넘지 못한다면 기아차로서는 자존심의 실추와 더불어 국내시장에 대한 전략을 새로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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