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8일 리서치 전문업체 ‘오픈서베이’는 전국 16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59세 미만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주 2회 이상 야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야근이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 <비즈한국>은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송재철 교수를 만나 야근의 의학적 폐해에 대해 들어봤다. 송 교수는 현재 직업병, 근로자 건강관리 및 산지난 27일 오후 서울고등학교 근처 카페에서 만난 송 교수는 현실적으로 근로자들이 느끼는 야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면장애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면장애가 주로 어떤 문제를 야기하나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밤새워 일을 했으면 낮엔 잠을 보충해야 하는데 정작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야간 작업자들 중엔 낮에 잘 자기 위해 일부러 녹초가 되도록 일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생활의 반복으로 피로가 누적되면 야간근무 중 졸게 돼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또 수면장애는 소화성 궤양, 심혈관 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리적으론 주의력 감소, 집중력 장애, 불안감,우울증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현상들로 인해 판단 능력도 저하된다. 판단능력이 저하되면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수면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낮에 수면을 취할 때는 커튼을 치거나 안대를 사용해 빛을 최대한 차단할 것을 권유한다. 야근이 많은 기업의 경우 교대 근무시간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2012년 가톨릭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근무 시작 시간이 오전 3시~4시 30분인 경우 근로자의 수면시간은 5시간 미만이었고, 오전 3시~6시 50분인 경우 근무 중 피로감이 높아졌고, 오전 5시 50분~6시 50분에 근무를 시작하면 수면장애가 심해졌다. 또 평균재해율과 비교한 사고 위험은 근무 시작 시간이 오전 3시~4시 50분인 경우 6.9배, 4시 50분~5시 50분인 경우 4.4배 높아졌다. 야근을 없앤다는 건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니 이런 연구결과를 활용해 교대근무시간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직업병과 관련, 최근 삼성전자와 반올림 간 대화가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야근이 백혈병을 일으킬 수도 있는가
백혈병과 야근의 관계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수많은 화학물질과 접촉한 것이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근이 유방암을 일으킬 가능성은 있다. 야근할 때 근로자들은 인공적인 불빛에 노출되는데 이것이 항암 작용을 하는 멜라토닌의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뇌에서 생체시계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면 호르몬 균형이 깨져 유방암을 일으킬 수실제로 고려대 병원이 전국 243개 지역을 대상으로 18년간 야간 불빛의 밝기 변화와 유방암 발생비율의 변화를 분석한 뒤 다른 발암 요인과 비교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야간에 빛을 받는 것이 술을 마시는 것보다 해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유방암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 새 유방암 환자는 약 2.5배 늘었으며, 2001년부터 여성암 1위를 지키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아지면서 잦은 회식과 야근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의학적 견지에서 기업의 야근 문화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야근이 여성에게 유방암을 유발한다면 남성에겐 어떤 종류의 암이 우려되나
남성의 경우 전립선암이 야간근무와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전립선에 중요한 게 남성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립선암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뇌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야간근무와 교대근무로 인한 수면 부족은 정상적인 생체리듬을 방해한다. 이렇게 되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축으로 구성된 호르몬 조절 시스템의 기능이 항진되는 반면 렙틴(지방조직에서 분비하는 체지방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호르몬)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비만, 고혈압, 당뇨병, 수면 무호흡증 등을 유발해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야근으로 인한 정신사회적 스트레스는 흡산재심사를 하며 근로자들을 많이 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야근 근로자의 가장 큰 애로점은 무엇인가
야근 근로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수면장애와 수면부족이다. 야간에 잠을 못자니 낮에 자야 하는데 수면 리듬이 깨져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낮에 활동을 못하니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없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한다. 근로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경제여건상 일률적으로 야간 근로를 없앨 수도 없다. 따라서 기업, 노동자, 의료계가 공동으로 협력해 대응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야간근무를 줄일 수 있는 인력의 확충과 재배치가 필요하고, 건강관리를 위해 작년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라 야간작업 종사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과 과다시간 근로자에 대한 의사면접지도제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