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투아(꽃고비과, 학명 Cantua buxifolia)
마추픽추로 가는 잉카의 길 트레킹에서 만난 꽃이다. 끔찍이도 새빨간 꽃송이가 남미의 화려하고 정열적인 세계를 상징하듯 높고 깊은 외로운 산길에 피어 있었다. 45km의 트레킹 구간 중 ‘마의 구간’이라 일컫는 4250m, 속칭 ‘죽은 여인의 고갯길’을 눈앞에 두고 기진맥진해 있는데 눈이 번쩍 뜨일 만큼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고 다가온 꽃이었다. 트럼펫처럼 기다란 화관에 새빨간 꽃잎, 꽃잎 밖으로 툭 튀어나온 암술머리가 온통 활활 타오르는 불꽃 덩어리처럼 보였다.
칸투아(Cantua)는 이곳 페루에서 ‘잉카의 꽃(flower of the Inca)’, ‘성스러운 꽃(Sacred flower of the Incas)’, ‘마법의 꽃(Magic flower of the Incas)’이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름 또한 딱히 정해진 바가 없는 모양이다.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을 찾아봐도 Qantu, Qantus 또는 Qantuta로도 알려져 있다고 설명한다. 페루의 나라꽃(國花)이기도 하다.
칸투아(Cantua)는 꽃고비과의 상록 교목으로 페루와 볼리비아, 칠레 등지의 햇볕이 잘 드는 해발 1200~3800m 사질토에 자생하는 식물이다. 잉카시대 때는 신성한 꽃으로 여겨 의식이나 행사 때 널리 사용했기 때문에 전국 곳곳에 재배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통과 관습은 잉카제국 시대부터 오랫동안 이어왔으며, 16세기 스페인 점령군에 의해 잉카제국이 멸망한 이후에도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쿠스코의 산토도밍고 성당 안에 있는 정원에서도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칸투아를 보았는데 산길과 길거리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안데스 고원의 넓은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는 꽃이며 나라꽃이라서 곳곳에 심고 가꾸는 꽃이다.
키가 2~5m까지 자라고 잎은 어두운 녹색을 띠고 있으며 잎의 길이가 2.5~5cm의 피침형이다. 꽃은 긴 나팔 모양으로 길이가 6~7cm이고 짙은 홍색이나 노란색을 띠고 있다. 노란색을 띠는 칸투아를 볼리비아에서는 볼리비아 나라꽃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칸투아의 잎과 줄기는 항균 작용이 있어 약재로도 사용하는데 설사나 기침, 눈의 염증 등의 치료에 사용한다고 한다.
박대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