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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의 밀덕] 국방은 없고 병역기간만 있다

대선 때마다 불어지는 병역기간 단축논쟁 곱씹어보기

2017.02.07(Tue) 08:03:20

병역 중에서도 기간이 항상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고, 입영 대상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도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진=국방부 제공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 단골처럼 등장하는 이슈가 병역기간 단축이다. 올해 대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병역기간 단축을 꺼내 들고 있다. 병역이란 국민으로서 수행해야 할 국가에 대한 군사적 의무를 얘기한다. 병역 중에서도 ‘기간’이 항상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고, 입영 대상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도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메뉴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대선기간 중 안보 상황을 고려한 복무기간 단축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사진=박근혜 공식앨범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17일 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통해 군 복무기간을 1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당 소속 대선주자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재인 의원보다 더 적은 10개월안을 제시했다. 보수정당에 속하는 바른정당의 남경필 경기지사는 병역기간 단축을 뛰어넘어 모병제를 꺼내 들고 나왔다. 

 

2012년 치러진 제18대 대통령 선거 때도 병역단축과 관련해 대선주자들의 입장이 표명된바 있다. 현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안보 상황을 고려한 복무기간 단축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반면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국방개혁 2020’ 계획대로 병역기간 을 18개월로 단축하고, 군을 정예화하며 규모를 2020년까지 50만 명으로 축소한다는 내용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 이명박 정부 때 21개월로 사실상 동결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을 마지막으로 육군은 21개월, 해군은 23개월, 공군은 24개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1952년 이전에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병역기간이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1953년 휴전이 되자 장기복무자에 대한 전역 조치가 이뤄졌다. 1959년부터는 육군 33개월, 해군과 공군은 36개월의 병역기간을 두었다. 1962년에는 육군이 30개월로 감축되었으며, 해군과 공군은 이전과 동일했다. 

 

하지만 1968년 1·21 사태(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사건)가 일어나자 병역기간이 다시 연장되었다. 육군은 6개월, 해군과 공군은 3개월이 늘어났다. 1977년에는 잉여자원 해소 및 산업기술 인력 지원을 명목으로 육군만 33개월로 줄어들었다. 1979년 해·공군 지원자의 감소로 4개월 줄어든 35개월로 바뀌었고, 1984년에는 병역부담 완화 조치로 육군만 30개월로 줄었다. 1990년에는 해군만 3개월 감소한 32개월, 1993년에는 방위병 제도 폐지로 인한 잉여자원 해소에 육군 26개월, 해·공군 30개월로 감소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 들어 육해공군 모두 2개월씩 꾸준히 줄어들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병역부담을 완화하고자 대폭적인 감축을 추진했지만,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추진이 중단됐다. 2011년을 마지막으로 육군은 21개월, 해군은 23개월, 공군은 24개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 병역기간보다는 국방 큰그림 보여줘야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된다면 현재 있는 군 병력뿐만 아니라, 예비군까지 동원해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 사진=국방부 제공


병역기간 단축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국방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군 병력이 왔다 갔다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현역 입영률과 인구 동태 등을 감안해 추계한 결과, 현행 21개월 복무 기간을 유지하더라도 2023년 이후 연평균 2만 3000여 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18개월로 줄일 경우 병역 자원 부족 규모는 연평균 5만 5000여 명으로 추산했다. 

 

더욱이 복무기간이 짧아지면 더 많은 사람이 군에 입대해야 한다. 전쟁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최첨단 무기가 중요하지, 병력 많은 게 무슨 대수냐고 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은 아프간 전과 이라크 전을 치르면서 소수정예의 병력과 최첨단 무기를 이용해 정규전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안정화 작전단계에서는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많은 병력을 투입해야 했다. 

 

우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된다면 현재 있는 군 병력 뿐만 아니라, 예비군까지 동원해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 따라서 적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라면 병역기간을 화두로 삼을게 아니라, 차기 정부의 국방정책을 먼저 보여주고 병역기간을 얘기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또한 줄어든 병역기간에 따른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분명하게 얘기해야 한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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