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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선택이 8년을…’ 2017 TV 실전 구매가이드

긴 교체주기 따른 필수 표준 챙겨야…가성비 좋은 지난해 모델도 쓸만해

2017.02.07(Tue) 10:14:40

텔레비전(TV) 역사를 되짚어보면 ​세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흑백에서 컬러로의 전환이다. 자연색과 닮았다 하여 ‘천연색 TV’ 로도 불렸다. 1970년대 컬러TV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최고로 귀한 살림이었고, 곧 부유함의 상징이었다. TV가 ‘​가전의 왕’​으로 불리게 된 이유다.

 

두 번째는 1990년대 평판TV의 등장이다. 브라운관 방식을 마침내 버리고 프로젝션, PDP, LCD, DLP 등과 같이 다양한 기술이 각축을 벌인 가운데 LCD가 최종 승리했다. TV가 브라운관을 버리기 시작하면서 화면은 급격하게 커지고 해상도는 더욱 세밀해졌다.

 

마지막은 2000년대 아날로그TV에서 디지털TV로의 전환이다. 평판TV와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변화지만, 기존 아날로그 TV 사용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200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전환이 완료됐다. 디지털TV의 보급으로 이제 ‘난시청’이라는 말은 사라졌지만 대신, 월 1만 원 남짓의 케이블 요금을 내야 하는 세상이 됐다. 전기 요금에 붙어 나오는 KBS 수신료는 별도다.

 

이렇게 TV의 역사를 장황하게 풀어낸 이유가 있다. 이 세 가지 변곡점을 거친 TV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다. 그 변화가 가히 스마트폰을 능가한다. 불과 1990년대만 해도 화면 크기만 정하면 됐던 TV 시장이 이제는 영상 전문가 못지않게 공부를 해야 할 정도다.

 

매년 새로운 기술이 더해진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평균 TV 교체 주기를 8년으로 본다. 그래서 TV는 그 어느 IT기기보다 더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제품군이다. 다행히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새 TV를 장만하기 좋은 시기가 될 전망이다. 올해 TV를 구매하기 전 반드시 따져봐야 할 실전 정보를 간추렸다.

 

# 1단계 : UHD와 HDR을 기억하라

 

길고 긴 TV 교체주기를 감안하면 예산과 상관없이 올해는 꼭 챙겨야 하는 두 가지 필수 사양이 있다. 첫 번째는 UHD(3840×2160) 해상도다. 다른 말로 울트라HD, 4K 등이 있다. 엄밀하게 따지지 않는다면 전부 다 같은 말이다. 해상도는 화질을 좌우하는 가장 대표적인 요소다.

 

현재 방송국에서 제작되는 대부분 영상은 풀HD(1920×​1080) 해상도다. 그럼에도 UHD를 골라야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제 곧 UHD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풀HD 영상도 업스케일링 기능(TV 자체에서 소스 영상의 해상도를 보정하는 기술)으로 인해 UHD TV에서 보면 더 화질이 좋아 보인다.

 

두 번째는 HDR(High Dynamic Range) 기능 지원이다. HDR은 밝은 부분은 더욱 밝게 처리하고, 어두운 부분은 더욱 어둡게 처리해 화면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향상된 명암비 표준이다. 가령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어두운 쪽에 노출을 맞추면, 밝은 쪽이 지나치게 밝아지게 된다. HDR은 밝은 곳부터 어두운 곳까지 각각 노출을 달리해서 영상을 촬영한 다음, 이를 조합해 TV 화면에서 어둡고 밝은 곳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따라서 HDR 역시 UHD처럼 처음부터 콘텐츠가 함께 뒷받침 돼 줘야 하는 기술이다. 아직까지 HDR 콘텐츠는 그리 많지만 향후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HDR은 밝은 곳은 확실히 밝게, 어두운 곳은 좀 더 어둡게 보여줌으로써 맨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명암비를 제공한다. 사진=삼성전자


HDR은 아직까지 표준 경쟁이 한창이다. 우리나라에서 선택할 수 있는 규격에는 ‘HDR10’​과 ‘​돌비비전’​​이 있다. 스펙만 보면 돌비비전이 더 우수하지만 범용성을 볼 때 오픈소스 기반의 HDR10이 앞선다. 삼성전자 제품은 HDR10만 지원하고 LG전자는 둘 다 지원한다.

 

여전히 시장에는 풀HD까지만 지원하거나 HDR을 지원하지 않는 TV도 적잖다. 그럼에도 두 가지를 꼽는 이유는 앞으로 오래 갈 표준 규격이기 때문이다. 특히 UHD는 화면 65인치 이하에서 사실상 최종 해상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다음 단계인 8K UHD는 일정 시청거리에서 육안으로 구별이 어렵다.

 

마지막으로 정해야 하는 것은 TV 크기다. 100인치 미만에서 너무 커서 못 보는 TV 따위는 없다. 가격이 비싸서 그렇지 화면은 크면 클수록 좋다. 과거 1990년대 제조사들은 비교적 고가인 32인치 브라운관 TV를 많이 팔기 위해 아파트 평수와 TV 인치 수는 같아야 한다는 광고 문구를  열심히 홍보하기도 했다. 이제는 그 이상한 마케팅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우선 집 크기와 상관없이 확보할 수 있는 시청거리를 미리 측정한 다음 매장에 방문해서 테스트하는 것이 좋다. 정면을 응시했을 때 양 끝이 보이면 OK. 인간의 눈은 초광각 렌즈다. 어지간하면 한눈에 다 들어온다. 그 다음 예산에 맞게 고르면 된다. 

 

덧붙이면 현재 가성비가 가장 좋은 크기는 55~65인치다.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크기라서 그렇다. 너무 클 까봐 걱정이라면 이미 큰 TV를 쓰고 있는 지인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다. 처음 살 때는 컸는데 지금은 큰 지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 2단계 : 중소기업 보다는 대기업

 

UHD와 HDR을 지원하는 제품을 선택하고 화면 크기를 정했다면 이제 선택은 둘로 나뉜다. 싼 것과 비싼 것이다. 싼 것은 중소기업 제품이고, 비싼 것은 대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다.

 

가격은 대단히 핵심적인 구매 요소다. 중소기업 제품은 동일한 화면 크기의 대기업 프리미엄 모델과 비교할 때 가격이 절반에 불과한 점이 매력적이다. 해상도 역시 UHD를 지원한다.

 

대기업은 TV 교체 주기를 평균 8년으로 보고, 수리에 필요한 주요 부품도 8년 동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소기업은 초기 문제 발생시 일대일 교체를 제공할 뿐 지속적인 애프터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사진=삼성전자


다만 아직까지 HDR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제품이 없다. 향후 8년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애프터서비스(AS) 측면에서도 마찬가지. 대형 TV는 냉장고나 세탁기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불러야 하는 가전제품이다. 거치해서 쓰는 만큼 고장 날 일은 크게 없지만, 행여 고장이 나게 되면 중소기업 제품은 그 고생이 만만치 않다. 적당한 절충점은 동일 사양의 중소기업 제품보다 차라리 대기업 저가 모델을 구입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기업 제품을 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넷플릭스’다. 유튜브와 함께 현재 가장 강력한 UHD 콘텐츠 공급원인 넷플릭스를 별도 추가 장비 없이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삼성과 LG가 제공하는 스마트TV 기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나열된 이유들이 하나도 마음에 걸리지 않는다면 중소기업도 괜찮다. 가령 개인 방에 둘 게임 전용 대형 모니터나 식당과 같은 상업용 공공시설 용도로는 손색이 없다. 게임 용도라면 PC용 최신 그래픽카드와 PS4 프로 등도 HDR을 지원하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 3단계 : 삼성전자 혹은 LG전자

 

스마트폰 분야에서야 삼성전자가 LG전자를 멀찌감치 따돌렸지만, TV 분야는 여전히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나란히 세계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TV 기업이 모두 우리나라에 있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두 회사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늘 다른 방식을 채택한다. 올해 ‘팝콘 포인트’는 삼성전자의 QLED TV​와 LG전자의 OLED TV의 격돌이다.

 

일단 먼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삼성전자의 QLED TV다. QLED(Quantum Dot Light Emitting Diodes)는 OLED를 뛰어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간단히 말해 QLED는 OLED에서 빛을 내는 유기 물질을 양자점(Quantum Dot)으로 대체해 색 순도와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올해 CES 2017에서 발표한 QLED TV는 진짜 QLED와는 거리가 멀다. 기술 용어가 아니라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붙인 일종의 브랜드에 가깝기 때문이다. 삼성 QLED TV는 기존 LCD TV방식에 퀀텀닷을 입혀 색상을 더욱 풍부하게 하고 여기에 메탈 공정으로 안전성을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기술적 관점에서 제품 분류를 하자면 그냥 LCD TV다. LG전자에서도 ‘나노셀 TV’라는 이름으로 이와 유사한 방식의 제품을 선보였다.

 

LG전자는 OLED TV의 특징인 검정색 표현을 강조하기 위해 샘플 영상이나 이미지에 우주를 많이 등장시킨다. 반면 삼성전자는 샘플 영상으로 파란 하늘이나 녹색이 많이 들어간 풍경을 주로 사용한다. 사진=LG전자


반면 LG전자의 OLED TV는 LED 백라이트가 있는 기존 LCD TV와는 기술적으로 다른 제품이다. 화소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는 구조인 만큼 완벽한 검정색을 표현할 수 있고, LED 백라이트가 없어 두께를 더욱 얇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LG전자 OLED TV도 엄밀히 이야기하면 W-OLED 기술을 사용한다. 모든 소자가 흰색을 내는데 컬러 필터를 입혀 색상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장황하게 기술 이야기를 했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기술적으로 보면 LG전자 OLED TV가 지금까지 상용화 된 제품 중 가장 진보한 방식이다. 화질 역시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OLED TV가 근소하게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LG전자 OLED TV도 단점은 존재한다. 우선 최대 밝기가 1000니트다. 1500~2000니트를 구현하는 삼성전자 QLED TV와 비교해 다소 떨어진다. 태생적 문제지만 350~500니트 수준인 기존 LCD TV보다는 밝다. OLED 패널 원가를 감안하면 가격도 더 비싸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더불어 양사의 올해 프리미엄 제품이 명암비와 밝기에서 일장일단이 있는 만큼 화질은 직접 눈으로 보고 만족도가 높은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가격대 성능비를 더욱 따진다면 지난해 출시된 대기업 제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올해 초 신제품 공개 이후 가격이 많이 빠진데다가, 출시 이후 가격은 더욱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모델도 역시 UHD 해상도와 HDR을 모두 지원하는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화면이 살짝 휘어있는 ‘커브드 TV’는 가족이 많지 않거나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적당하다. 다만 가운데서 시청하지 않을 경우 좁은 시야각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3D는 그냥 잊어도 좋다. 이미 끝난 기술이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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