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하반기 대한민국을 휩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영영 묻히는 줄로만 알았다. 6개월이 지난 1월 말 검찰의 관련자 조사를 계기로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이 있다. ‘이건희 성매매 의혹 동영상 사건’이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들 역시 많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현)는 지난 1월 중순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고발인 중 한 명인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을 불러 고발 경위를 확인하는 등 고발인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수년에 걸쳐 젊은 여성 여러 명을 불러 성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불거졌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서울 삼성동 자택과 논현동 고급 빌라에서 촬영된 성매매 의혹 동영상 일부를 공개하고 “등장하는 여성들은 한 번에 3~5명이다. 외모로 봤을 때 대체로 20대에서 30대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건희 회장과 동영상 속 여성들 사이의 대화를 들어보면 여성들은 다른 유흥업소에서도 일을 하고 있었으며, 이 회장도 그 사실을 알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상에 녹화된 여성들끼리의 대화를 들어보면 이들에게는 한 번에 500만 원가량의 비용이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성매매 장소로 추정되는 논현동 고급 빌라의 전세권 설정자가 삼성SDS의 김인 고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룹 차원 또는 누군가 김 고문의 명의를 도용해 고급 빌라 전세 계약을 하고, 이 회장이 사용하도록 했다고 유추했다.
영상 공개 후 박 아무개 씨가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이 회장과 동영상에 등장하는 서울 논현동 빌라의 전세 계약자 김인 삼성SDS 고문을 고발했다. 삼성일반노조 역시 이 회장과 비서실 임직원을 성매매알선행위처벌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이 고발건들을 성범죄 전담부서인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배당했다. 그리고 별다른 진전 없이 두다가 6개월이 지나서야 고발인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왜 이제야 ‘늦장 수사’가 진행됐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검찰 출신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사건에서 6개월씩 수사가 지연되는 게 드문 경우이긴 하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조금 다르다. 피고발인인 이 회장이 2년 넘게 입원해 건강 상태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수사 진행이 지체된 것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하지만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은 당시 모든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검찰에서 최우선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겠다”며 “검찰에서도 피고발인이 삼성그룹의 총수인 만큼 수사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까. 검찰에서 증거 및 자료 수집 과정에서 난항을 겪어 시간이 걸렸다고 하면,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귀띔했다.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나온 김성환 위원장은 검찰의 수사 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3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검찰에서 연락이 와 고발인 조사를 받으러 갔다. 왜 이제야 연락을 취하고 수사를 시작했는지 검찰은 뚜렷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며 “조사를 받는데 검찰이 지난 6개월 동안 아무런 수사를 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내가 고발장에 적어놓은 내용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검팀이 삼성그룹과 박근혜 정부의 검은 공모관계까지 수사하면서 이재용 부회장 구속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국민들 시선에 특검과 비교가 될까봐 부담을 느낀 것 같다. 그래서 생색내기 차원에서 고발인 조사를 시작한 것 같기도 하다”고 평했다.
수사에 들어간 검찰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영상이 편집본인 만큼 원본을 보고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수사 진척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 지난 1월 중순 ‘뉴스타파’ 측에 동영상 원본 확보를 위한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 측은 “검찰에서 동영상 원본을 요청해 제출했다”며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고발인 조사를 마친 검찰의 수사는 향후 삼성그룹을 향할까.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건은 언급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검찰 수사는 총수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사안이라 알지 못한다”며 “따로 검찰 측에 연락을 받거나 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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