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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통영여행 2: 그곳에 가면 입도 눈도 즐거워진다!

미륵도 드라이브와 달아공원 해넘이에 충무김밥, 꿀빵, 다찌로 미각까지 만족

2017.02.03(Fri) 17:30:11

시간이 빚어낸 풍경을 따라 다리를 건너 섬으로 

 

통영항과 그 주변을 둘러보던 여정에서 벗어나 미륵도로 향했다. 섬이긴 하지만 통영 내륙과 다리로 연결되고 마치 한 몸인 듯해 처음 오는 이는 바다를 건너는지 섬으로 들어가는지조차 모르는 재미있는 곳이 바로 미륵도이다.

통영 시가를 벗어나 충무교나 통영대교를 건너면 바로 미륵도이다. 이 미륵도를 크게 돌아 나오는 길이 산양해안일주도로인데, 섬을 두르는 방향에 따라 통영 시가와 다도해 일대, 그리고 바다가 닿는 곳에 터를 내 살고 있는 이들의 마을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해안을 두루 둘러볼 수 있어 인기 있는 드라이브 코스가 되었다.

 

미륵도 한가운데쯤, 산양읍의 한 언덕배기에는 박경리 기념관이 마련되어 있다. 2008년 5월 세상을 떠날 당시 선생이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곳은 원주였지만, 통영 출신이자 통영을 사랑했던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공간이다. 너무 거창하지도 않으면서 견고한 느낌의 기념관 외관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우리 현대사의 의미 있는 순간을 살아오면서 남편과 자식의 죽음(부군이 한국전쟁 당시 좌익이라는 죄명으로 서대문형무소에서 사형을 당했다)을 견뎌야 했음에도 문학으로 스스로를 일으키고 치유했던 선생의 삶과 상통하는 듯하다. 기념관 내에는 선생의 집필실을 꾸미고 유품과 유고의 ‘일부’를 전시하고 있다. 일부라고 하는 것은 원주의 박경리 문학공원(선생의 살던 집과 더불어 조성된)에 그 상당 부분이 보관, 전시되기 때문이다.

 

기념관 뒤편의 언덕배기는 소박한 산책로로 조성되어 있고, 이 길 끝에는 선생의 묘소가 있어 기념관이 의미에 무게를 더한다. 선생을 잊지 않은 문인, 독자, 여행객 들이 불편한 교통편 마다 않고 이곳까지 찾아 온다. 묘소가 조성된 언덕에는 곳곳에 선생의 작품에 등장했던 글귀를 새긴 조형물들이 있고, 그 길 어느 곳에는 벤치도 놓여 있다. 이 벤치에 앉으면 멀리 다도해의 풍경이 잡힌다.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통영 바다. 선생을 비롯해 수많은 예술인들이 넋을 놓고 감탄에 마지 않은 눈길로 바라봤다는 그 바다가 이곳에서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박경리 기념관을 나올 즈음 해가 뉘엿뉘엿해져 마음이 바빠졌다. 산양일주해안도로를 마저 따라 들어가면 만나는 달아공원에 이르러야 통영 최고의 해넘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즈음이면 달아공원은 차와 사람들로 가장 붐빈다. 일찌감치 온 이들은 해넘이 명당에 카메라를 걸어 놓거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통영 여행에서 달아공원 해넘이는 인기 있다. 

이제 하루를 달려 와 남아 있는 벌건 기운을 사력을 다해 토해내는 해가 저 먼 수평선과 바다 사이로 점점 모습을 감춘다. 꼬리가 길어 유난히 하늘에 붉은 빛 넓게 감돌던 날이었다. 저 다도해의 여러 섬이 없었다면 그저 여느 서남해의 해넘이와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홀로 온 시선을 독차지하기보다는 누군가와 어우러져 더 좋은 것 하나를 완성하기. 달아공원에서 바라보는 해넘이가 더 이국적인 까닭이다.

 

달아공원의 해넘이. 바다에 점점이 박힌 다도해의 섬들이 특별한 일몰을 만들어낸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 다시 바쁜 마음으로 차를 돌려 미륵도를 빠져 나오는 충무교로 향했다. 충무교는 통영의 옛 이름을 떠올리면서, 통영대교가 생기기 전까지 미륵도를 오가던 유일했던 다리로 기억에 남아 있다. 큰 버스나 트럭 지나면 출렁이듯 흔들거려 마음 서늘하게 했던 다리였다. 

다시 그 충무교를 찾은 이유는 저만치 통영대교와 그 아래 통영 운하가 이루는 야경을 보기에 충무교 아래가 최고의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배가 지날 때마다 밀려든 파도는 발치에서 찰박대고, 약간은 작위적이지만 그래도 바다에 반사된 모습이 아름다운 통영대교의 조명이 밝혀진다. 작은 어선이라도 지나면 야경은 더 완전해진다. 어선이 일으킨 파문이 물에 비쳤던 불빛을 더욱 몽환적인 형체로 일그러뜨리는 것이다. 어둑해진 하늘과 야경을 피어 올린 다리와 바다, 그리고 그 바다에서 하루를 끝내고 사람의 도시로 잦아 들어가는 어선은 누가 담아도 다 그려내지 못할 그림을 이루어가고 있었다. 

 

#통영 정보 

 

찾아가기

-서울 기준: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해 대전까지 간 다음 통영-대전 간 고속도로(통영방향)를 타고 북통영I.C나 통영I.C로 나오면 곧장 도심으로 들어선다. 기차는 없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나 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하며, 소요시간은 4시간 15분 정도이다. 

 

-시내교통: 통영시내에서 버스를 이용하려면 노선 등을 통영시 버스 정보시스템 사이트(bms.tongyeong.go.kr)에서 확인한다. 택시를 이용하면 미륵도 등 일부 지역에선 20~30% 정도 할증요금을 적용한다. 

 

먹을거리: 통영을 여행하는 많은 여행자들이 관심 있어 하는, 혹은 통영 여행의 목적이 바로 통영의 음식이다. 며칠을 나누어 먹어도 통영 별미 다 챙기기에는 부족하다. 하루에 대여섯 끼를 먹었다는 경험담도 심심찮다. 

 

통영 하면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다찌, 졸복국, 꿀빵, 충무김밥.


-졸복국: 통영은 여느 바다 복어보다 작은 졸복으로 끓인 맑은 국을 먹는다. 미나리와 콩나물로 개운함을 더했고, 식초를 살짝 넣어 시원하게 즐긴다. 통영항여객선터미널 근처 서호시장과 중앙시장 등을 중심으로 졸복집들이 모여 있다. 새벽 일찍부터 문을 여는 곳들이 많고, 찾기도 쉽다. 

 

-도다리쑥국: 곧 제철인 음식. 쑥 오르는 이른 봄 도다리도 기름지게 살이 오른다. 쑥과 함께 끓여 낸 도다리쑥국은 고소하고 개운해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충무김밥: 통영을 두고 충무라 부르던 시절, 여객선 손님이나 선원들을 상대로 상하지 않도록 만든 김밥이었다. 밥 따로 김에 싸고 오징어볶음(혹은 무침)과 무김치를 곁들여 먹는데, 햄이나 소시지, 단무지 한 줄 없어도 중독성 강한 맛에 통영 대표 음식으로 통한다. 강구안 일대를 중심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원조집이라고 하는데, 사실 원조가 누구인지는 설만 분분할 뿐이고, 맛도 대동소이하니 고민 말고 들러보길. 

 

-꿀빵: 공모양의 반죽에 단팥 소를 넣고 튀긴 뒤 물엿에 담궜다 깨를 둥글린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입안에서 다디단 침이 고일 법한데, 실제 한 입 먹으면 의외로 달지 않다. 옛날 통영의 대표 간식이었던 이 꿀빵이 이 지역 대표 별미가 되었다. 항구 주변을 중심으로 꿀빵집이 많지만 기왕 찾을 거 원조집으로 가시길. 1960년대 통영 여고생들의 입을 사로잡으며 단박에 유명해진 꿀빵의 원조는 오미사(055-645-3230)이다. 하루 정해진 양만 팔고, 재료가 떨어지면 오후 1시라도 문을 닫는다. 가게 이름도 없었다가 옆 세탁소의 이름(오미사)를 따서 사람들이 불렀던 게 원조 꿀빵집의 이름이 되었다. 바로 먹지 않고 놔 두면 물엿이 흘러내려 맛이 밋밋해지니 주의할 것. 

 

-다찌: 통영의 독특한 술상 문화인 다찌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니 꼭 챙겨보길 권한다. 다찌는 메뉴가 아닌 사람 수 혹은 상차림 규모에 따라 값을 치르는 식이다. 만약 두 명이 다찌집을 찾아 1인 2만~3만 원 상을 주문하면 3병의 소주(혹은 맥주)가 나온다. 그리고 통영에서 잡은 온갖 해산물 요리가 상 가득 차려진다. 구이, 찜, 회, 숙회 등 기술도 화려하고 갑각류, 활어, 어패류 등 종목도 다양하다. 같은 ‘상 값’이라도 동행이 많아지면 가짓수도, 양도 더 푸짐해진다. 항남동 일대에 다찌집이 밀집되어 있으며, 초행이라면 택시에 타서 물어보면 된다. 기본 술 외에 추가 주문할 때 보통의 술집 가격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주 한 병에 1만원이 훌쩍 넘는다. 대신 술이 추가되면 뭔가 새로운 안주도 뒤따르니 결코 야박하지 않다.

남기환 여행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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