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경쟁이 임박했다. 양사 모두 반드시 잘 돼야 하는 절박한 사정은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폭발 사고의 아픔을, LG전자는 섣부른 모듈 방식을 채택한 ‘G5’의 실패를 만회해야 한다.
경쟁 관계라고는 하지만 그간 시장 점유율이나 브랜드 역량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한참 앞서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는 극복하기 힘든 결정적인 격차까지 발생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차기작 G6에 퀄컴의 최신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835’가 탑재되지 않는다. 이미 일부 외신이 이 같은 전망을 담은 보도를 여러 차례 한데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LG전자는 오는 26일 개막하는 MWC2017 전야제에서 ‘G6’를 최초 공개할 예정이다. 반면 갤럭시S8은 4월 중순 공개가 유력하다. 시점으로 보면 G6가 약 두 달가량 빨리 출시되는 것.
이에 따라 퀄컴 스냅드래곤 835는 삼성전자 갤럭시S8에 최초로 탑재된 이후 다른 제조사에 순차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갤럭시S8의 글로벌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가능한 계약 조건이다. 길어야 두 달 차이지만 G6 구매자 입장에서는 한 세대 이전 프로세서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써야 한다. G6에 탑재될 가장 유력한 후보는 ‘스냅드래곤 821’이 점쳐지고 있다
# 스냅드래곤 821 vs 835 어떤 차이?
퀄컴 스냅드래곤 835는 이전 세대 대비 성능은 27%, 전력효율은 무려 40%나 향상된 최신 프로세서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배터리 사용시간에서 상당히 유리하다.
또, 퀼컴의 고속충전 기술인 퀵차지 역시 4.0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퀵차지 4.0 탑재 스마트폰은 5분 충전으로 무려 5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그래픽, 카메라, VR 등 주요 스마트폰 기능에서 더욱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물론 LG G6에 탑재될 스냅드래곤 821 역시 고성능 프로세서임에는 틀림 없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갤럭시 노트7 해외판에 장착된 프로세서이기도 하다. 성능 면에서는 충분히 뛰어나지만 매년 신제품이 발표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형 프로세서임에는 이견이 없다.
LG전자는 지난해에도 하반기 전략제품 V20에 스냅드래곤 821이 아닌 820을 탑재했다. 스냅드래곤 820은 마이너 업그레이드 버전인 821과 별다른 성능 차이가 없어 소비자들도 크게 불만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스냅드래곤 835와 821은 성능 격차가 상당하다. 이는 최고 성능 제품을 선호하는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 확보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 퀄컴은 왜 삼성만 물량 밀어줄까
퀄컴이 삼성전자에 스냅드래곤 835 초도 물량 전체를 약속한 것은 삼성전자가 가진 구매력 및 협상력과 관련이 깊다.
전작인 갤럭시S7은 전 세계에서 약 3000만 대가 팔렸다. 아이폰을 제외하고 단일 모델 중 이만한 판매고를 올리는 제품은 없다. 자체 설계를 고집하는 애플에 AP를 납품하지 못하는 퀄컴 입장에서 삼성전자는 최고의 파트너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삼성전자도 애플처럼 AP 자체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바로 ‘엑시노스(Exynos)’다. 그간 삼성전자는 국내 판매 분에는 엑시노스를 탑재하고, 수출 물량에는 스냅드래곤을 탑재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해왔다. 갤럭시S8에도 퀄컴 스냅드래곤 835와 삼성 엑시노스 8995가 함께 탑재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투트랙 전략을 취하는 배경에는 라이선스 비용 절감 이외에 퀄컴에 대한 협상력 제고 측면도 적지 않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5에 당시 퀄컴의 최신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810’을 탑재하지 않는 초강수를 뒀다.
대외적으로는 퀄컴이 ‘스냅드래곤 810’의 발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관련 업계는 양사가 공급 단가를 두고 이견이 상당히 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해 퀄컴은 실적 부진으로 직원 15%를 감원하고 연봉을 삭감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반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LG전자, 소니 등 글로벌 제조사들은 퀄컴 이외에 이렇다 할 대안이 없다. 대만 미디어텍에서 만든 ‘헬리오’나 중국 화웨이에서 만든 ‘기린’ 등도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에는 성능과 인지도 측면에서도 한참 부족하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최신 고성능 엑시노스 칩을 경쟁사에 팔 리도 만무하다. 이것이 바로 퀄컴과 협상 테이블에서 삼성전자와 다른 제조사들의 결정적 차이다.
# LG G6, 승산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전자 내부에서 G6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우선은 디자인이 크게 변했다. G5에 시도한 모듈형 디자인은 과감히 버린데다 기존 LG 제품과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실물을 본 내부 관계자는 G6를 두고 LG전자보다는 오히려 삼성전자나 애플 제품을 보는 것 같다고 평가 했다. 테두리를 최소화하고 화면 비율을 높이는 설계는 갤럭시S8과 동일하지만 외관은 기존 G시리즈에서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AI(인공지능) 기반 대화형 음성비서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 탑재도 기대를 높인다. 구글이 직접 만든 ‘픽셀’과 ‘픽셀XL’을 제외하면 LG G6에 최초로 탑재되기 때문이다. 갤럭시S8 역시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탑재할 예정이지만, 완성도 측면에서 아직까지 우위를 논하기 어렵다. 오히려 안드로이드OS에 최적화 된 구글 어시스턴트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들도 많다.
무엇보다 갤럭시S8보다 출시 일정이 두 달 빠른 G6가 얼마나 선점 효과를 이끌어 내는지가 관건이다. 최대 경쟁작이 출시되기 이전에 충분히 시장에 어필해서 교체 수요를 차지해야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LG전자 측은 “이번 G6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완성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며 “G6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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