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마국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고율의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 조치를 예고하면서 G2(미국-중국) 간 무역 전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막대한 자원을 보유한 중국이 자원 수출 중단 카드를 통해 응수할 것으로 관측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우선 대미 수출 중단 카드를 제시할 자원은 스마트 폰 등 전자제품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희토류’로 거론된다.
미국 씨티금융그룹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적대적인 관계로 치닫고 있다는 ‘신호’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맞서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철금속 광물인 희토류는 ‘희귀한 광물’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기 자동차 축전지뿐만 아니라 LCD, LED, 풍력, 태양광 발전에도 필수적인 광물이다. 무엇보다 희토류는 휴대폰과 하이브리드 자동차 제작에 필수적인 광물로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지구상에는 란타넘(란탄), 스칸듐, 이트륨 등 17개의 희토류가 존재하며, 중국은 이 모든 희토류를 거의 다 보유하고 있다. 매장량도 8900만 톤으로 전 세계 매장량의 23%를 점유한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나온다.
중국은 이미 희토류를 전략적 무기로 활용한 전례가 있다. 지난 2010년 중국과 일본 선박이 충돌해 중국 선장이 억류되자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금수 조치를 취했다. 당시 일본은 백기를 들고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희토류는 일본에서 없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같은 해 중국은 환경 보호를 이유로 희토류 수출 쿼터를 40%로 축소했다. 이 때문에 희토류 국제 시세가 10배 급등하면서 희토류를 원료로 사용하는 전 세계 업체들이 불안에 떤 바 있다. 이러한 수출 쿼터제는 2015년 폐지됐지만, 중국이 희토류 패권을 포기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각광받는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핵심원료인 팔각향의 주요 공급 국가 역시 중국이다. 팔각향은 중국에서 3000년 전부터 요리 향신료로 이용돼 왔으며 현재 전 세계 공급량의 80%를 차지하는 국가가 중국이다.
페트(PET)를 제조할 때 촉매제로 사용되며 반도체, 탄약, 방화제, 안료 등에도 사용되는 안티모니 전 세계 공급량의 89%를 차지하는 국가 또한 중국이다. 이 밖에 네오듐의 93%, 텅스텐의 90%, 안티몬의 80%, 인듐의 55%, 망간의 95%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모두 첨단기술산업과 군수품에 절대적인 필수 자원이다.
중국의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 또한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막대하다. 석유는 주로 중국 서북 지역에 많이 매장돼 있고, 동북과 화북지역과 동부 연해의 대륙붕에도 많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중국이 아직 얼마나 더 많은 광물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와 끊임없이 마찰을 빚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중국 정부가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자원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신장 허톈 지구에서 매장량 1900만 톤에 이르는 납·아연 광산이 발견됐다. 중국 금 매장량의 30%도 신장이 차지한다. 여기에다 신장은 중국 내 원유 생산량의 33%, 천연가스 생산량의 35%를 차지하며, 우라늄과 붕사 매장량 역시 세계 1위다.
중국의 희토류 대부분이 신장과 티베트에 매장돼 있다. 신장 지역 내 석탄 매장량은 100만 톤에 달하며 베릴륨, 동, 니켈, 칼리암염, 황산, 크롬철광, 질석, 벤토나이트, 수은, 안티모니 등 생산되는 지하자원의 수는 30여 종에 이른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 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이 이전에는 중요성을 간과했던 자원을 최근 강력한 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경제 효과가 창출되고 있고, 이것이 국력으로 연결되고 있다”며 “중국이 그 어느 때보다 자원을 경제적·정치적으로 연결하면서 강대국으로서 입김이 강해졌다. 세계 경제가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경모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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