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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일기] 뜨는 것 말고 다 잘한 걸그룹, 레인보우

소속사의 전략 실패로 해외 진출과 공백기로 부침 겪어

2017.02.01(Wed) 15:00:34

 

레인보우는 SS501, 카라의 뒤를 이을 DSP의 차세대 걸그룹으로 주목받았다. 사진=위키미디어(CCL-와사비콘텐츠)


아이돌 업계에서도 어중간하게 뜨지 못하는 가수가 있기 마련이다. 멤버 개개인은 예쁘고, 뜰 만한데 뜨지 못하는 걸그룹 말이다. 근데 멤버들의 잘못은 아니다. 그럼 누구 잘못이냐고? 소속사 잘못이다. 오늘은 소속사가 안티인, 뜨는 것 빼고 전부 잘하는 걸그룹, ‘레인보우’를 알아보자. 

 

태초에 말씀이 있던 것처럼 한국 아이돌 업계 태초엔 SM과 DSP가 있었다. DSP는 소위 ‘SM+1’으로 불렸다. H.O.T.에 비해 1명 많은 젝스키스를 내보냈고, S.E.S에 비해 1명 많은 핑클을 만들었다. 아이돌 업계를 이끌던 SM과 DSP는 자연스레 라이벌로 불렸으며, 대중가요계에 큰 획을 그었다.  

 

SM은 밀크와 트랙스 그리고 블랙비트의 암흑기를 거쳐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그리고 에프엑스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DSP는 SS501과 카라로 나름의 체면치레는 하고 있었으나 카라는 생계형 아이돌이란 오명 아닌 오명을 받을 정도로 뒤늦게 떴으며 SS501은 동방신기의 라이벌이라고 하기엔 조금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아직은 DSP라는 말은 통하고 있을 시절이다. 레인보우는 그런 DSP의 차세대 걸그룹이었다.

 

2009년 11월 발매된 레인보우의 데뷔 앨범. 지금 봐도 커버가 너무 난해하다. 사진=DSP 홈페이지


레인보우는 SS501과 카라의 뒤를 잇는 후배 걸그룹이었다. 데뷔 시기는 좋았다 2009년 11월은 사실상의 걸그룹 공백기였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Sign’으로 활동했으나 후속곡이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진 않았다. 에프엑스와 씨야가 활동하고 있었으나 이길 수 없는 강자는 아니었다. 

 

이렇게 좋은 시기에 데뷔했으나 성적은 나빴다. 데뷔 타이틀곡인 ‘Gossip girl’과 후속곡 ‘Not your girl’ 모두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게 미안할 정도로 기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레인보우 팬들은 데뷔 앨범을 좋아할지언정 데뷔곡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만큼 노래가 너무나 구리다.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무대. 사진=티비플 캡처


리더인 재경이 케이블과 지상파를 오가며 소녀가장이 되었으나 여전히 레인보우의 인지도는 바닥을 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8월 발매한 ‘A’는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레인보우의 팬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레전드 무대를 만들기도 했으며, 해체 전까지 레인보우 행사의 주 레퍼토리가 될 정도로 ‘A’는 2010년 8월을 강타했다. 

 

그해 10월에 발매한 싱글 ‘Mach’ 역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재경 외에도 매력적인 멤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렸으나 영광은 여기까지였다. 소속사 DSP는 아무 이유 없이 10월 말 컴백한 레인보우를 11월 중순에 종료시켜 버렸다. 심지어 DSP는 ‘Mach’의 뮤직비디오도 제작하지 않았다.  

 

스윗튠에 힘입어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레인보우는 다이시댄스의 지원 하에 ‘To me’와 ‘Sweet dream’을 발매했다. 멤버들의 미모도 절정에 달하고, 다이시댄스의 좋은 노래가 겹치니 레인보우도 드디어 실시간 차트 1위에 등극했다. 이제서야 실시간 차트 1위를 노리고, 음악방송 1위를 노리는 그룹에게 또다른 시련이 닥쳤다. 그 시련은 바로 일본 진출. 

 

DSP는 레인보우를 급작스럽게 일본으로 진출시켰다. 이 선택은 완벽한 무리수였다. 아무리 해외 시장이 매력적이더라도 한국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걸그룹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큰 도박이었다. 국내 톱급이던 S.E.S도 일본 진출 이후 한국에서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을 감안하면, 레인보우에겐 그나마 모은 인기를 한 번에 날려버릴 악수가 분명했다. 

 

1년 6개월 동안의 일본 활동은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 공백을 뚫고 한국으로 돌아온 레인보우의 성적은 2% 부족했다. 섹시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버리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변신했으나 아쉽게도 음악방송과 음원차트에서 1위를 하지는 못했다. 심지어 다시 1년 6개월 동안의 이유없는 공백기를 맞았다.  

 

레인보우의 마지막 싱글커버. 이번에도 미모와 노래는 반비례했다. 사진=DSP미디어 캡처


레인보우는 그야말로 뜨는 것 말고 전부 잘해왔다. 섹시 콘셉트로 시작해 귀여운 콘셉트까지 도전했으며 한국은 물론이요 일본시장까지 진출했다. 멤버들 개개인은 ‘정글의 법칙’과 ‘연예가중계’ 그리고 ‘나 혼자 산다’ 등 지상파 방송 3사를 종횡무진했다. 

 

멤버 지숙은 네이버 블로그에 요리부터 노트북 수리 및 조립까지 다방면의 지식을 뽐내며 파워블로거까지 됐다. 재경 역시 요리와 그림 그리고 디자인과 캘리그라피까지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재주꾼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본업인 가수로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물론 아직까지 회자되는 것 자체가 레인보우의 인지도를 방증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이 있겠지만, 2009년부터 2016년까지 7년을 활동했으나 일간 차트 1위와 음악방송의 1위를 거두지 못한 그룹이 성공했다고 말할 순 없다. 더군다나 그 그룹이 ‘​제 2의 카라’​, ‘​카라의 자매그룹’​라는 수식어를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누가 뭐래도 레인보우가 뜨지 못한 이유는 소속사의 실책이 크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백기의 총합이 2년을 넘는다. 뚜렷한 근거 없이 쌓아놓은 그룹의 콘셉트를 무너뜨렸으며, 한국에서 열심히 활동해야 할 시기에 일본으로 진출시켰다. 난해한 데뷔곡을 주고, 뜬금 없이 해외진출 등의 악재를 만났음에도 무려 7년 동안 끊임없이 그룹을 홍보하고, 우리의 기억에 남아준 레인보우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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