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화를 지키는 영웅에게도 과연 돈이 필요할까? 아이언맨이나 배트맨처럼 어마어마한 재력을 쥐고 취미로 영웅 놀이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적당한 보상은 필요한 법이다.
당장 불가능해 보이는 기술 개발에 도전해 이를 달성하면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상금을 수여하는 단체가 있다. 지난 1995년 설립된 ‘X프라이즈재단(XPRIZE Foundation)’이다.
지난 1995년 설립된 X프라이즈재단은 도전 과제를 발표하고 이를 달성한 사람이나 단체에 상금을 지급하는 비영리기구다. 이 단체가 내거는 과제는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지만 일단 해결하기만 하면 그 혜택이 전 인류에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상금에 필요한 재원은 기업의 후원으로 마련된다. 지금까지 구글, 퀄컴, 노키아, IBM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했다. 각 도전 과제에는 후원한 기업의 이름이 붙는다.
지난 20여 년간 7개의 도전 과제가 발표됐고 그 중 6개 과제에서 상금이 수여됐다. 지난 2006년 시작된 인간 게놈지도 작성 프로젝트는 급속한 기술 발달로 인해 달성 의미가 사라져 결국 취소됐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X프라이즈 도전 과제는 총 9개. 상금도 모두 제각각이고 해결하기도 결코 쉽지 않다. 현재 어떤 것들이 진행 중인지 살펴봤다.
# 2007년 구글 루나 X프라이즈
지난 2007년 9월 13일 발표된 ‘구글 루나 X프라이즈’ 프로젝트는 민간에서 달을 탐사하는 것이 도전 과제다. 어떤 방법으로든 달에 육상 탐사정을 보내 500m 이상 탐사한 다음 고화질 사진과 영상을 전송하면 된다. 상금은 가장 먼저 전송한 팀에게 2000만 달러(약 233억 원), 2등에게는 500만 달러(58억원)을 지급한다.
보너스 과제도 흥미롭다. 육상 탐사정이 5000m 이상을 주행하거나, 달에서 인공구조물을 발견해 촬영하거나, 달의 뒷면에서 생존할 경우 500만 달러를 추가로 받게된다. 현재 구글 루나 X 프라이즈에는 5개 팀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으며 올해 말까지 승자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 2011년 퀄컴 트라이코더 X프라이즈
‘퀄컴 트라이코더 X프라이즈’의 도전 과제는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환자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모바일기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트라이코더’는 영화 ‘스타트렉’는에 등장하는 가상의 장치에서 명칭을 따 왔다.
과제 달성을 위해서는 13가지의 주요 건강상태 및 질병을 진단하고, 5가지의 주요 신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모바일 장치를 개발해야 한다. 상금은 1000만 달러(1167억 원)이며 현재 최종 두 팀이 선정돼 경쟁을 펼치고 있다.
# 2014년 글로벌 러닝 X프라이즈
‘글로벌 러닝 X프라이즈’는 특정 후원 기업이 없다. 대신 클라우드펀딩으로 1500만 달러(175억 원)의 상금을 모았다. 도전 과제는 읽기와 쓰기 그리고 몇 가지 산수를 전파할 수 있는 무료 안드로이드OS 앱을 개발하는 것이다.
개발 이후 18개월 간 2세에서 5세 사이의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효과를 입증하면 상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135개 팀이 최종 선정돼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 IBM 왓슨 AI X프라이즈
‘IBM 왓슨 AI X프라이즈’는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되지 않은 오픈 챌린지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보건, 교육, 에너지 및 환경, 개발,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가 처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면 된다.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 역시 독특하다. 오는 3월 1일까지 해결책을 담은 제안서를 제출한 참가팀을 대상으로 매년 세 차례의 심사를 거쳐 총 10팀을 선발한다. 이 중 상위 3개 팀이 2020년에 열리는 TED 강연에서 발표를 하게 되며, 이 중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가장 높은 호응을 이끌어 낸 팀이 상금 500만 달러를 차지하게 된다.
# 2015년 쉘 오션 디스커버리 X프라이즈
인류는 오랫동안 바다에서 식량과 각종 자원을 얻어왔지만, 지구 면적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바다 속 세상을 완벽하게 탐사하지 못했다. 정유회사 ‘쉘’이 후원하는 이 도전과제는 수심 2000m와 4000m에서 작동하는 심해 탐사 로봇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심해 탐사 로봇은 제한된 시간 내에 수심 속 물체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촬영하고 고고학적, 생물학적, 지리학적 특징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고해상도 심해 지도를 완성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상금은 700만 달러(82억 원)로 책정됐다.
# 2015년 NRG 코시아 카본 X프라이즈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다. 화석연료 사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가장 가치있는 물질로 변환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면 상금을 받을 수 있다.
석탄과 천연가스 두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총 3라운드에 걸쳐 수상자를 가린다. 총 상금 은 2000만 달러이며, 각 단계별로 통과한 팀에게 차등 지급될 예정이다.
# 2015년 성인 문맹퇴치 X프라이즈
미국 성인 10명 중 1명은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맹 퇴치를 위한 이 도전 과제는 1년 이내에 읽고 쓰는 능력을 현저히 높일 수 있는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맹퇴치 단체인 달러 제너럴 리터러시 재단이 후원하는 이 도전과제의 상금은 700만 달러다. 현재 109개 팀이 목표 달성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 2016년 여성 안전 X프라이즈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는 혁신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팀에게 100만 달러의 상금이 수여된다.
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여성이 긴급 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해결 가능한 커뮤니티에 알릴 수 있는 장치 혹은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90초 이내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하며 연간 비용이 40달러(4만 6000원)를 넘지 말아야 한다.
# 2016년 물 존재량 X프라이즈
지구의 수자원 위기를 항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이 도전과제는 공기 중에서 1리터 당 2센트 이하의 비용으로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해 최소 2000리터의 물을 추출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야 한다.
상금은 175만 달러(20억 원)이며 오는 3월까지 등록 신청을 받고 있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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