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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흰 눈은 정말 깨끗할까?

내릴 때 대기 속 오염물질과 접촉…겨울엔 난방 탓에 오염물질 더 많아

2017.01.26(Thu) 16:37:08

지난 일요일, 햇빛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잠깐의 오후였다. 추운 겨울날이어도 한낮의 햇빛은 내놓은 빨래에서 김이 올라오는 게 보일 만큼의 따스함을 내려주었다. 언덕 위 좁은 골목길의 우리 동네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빗자루와 큰 삽을 들고 나타난다. 연이어 내린 눈을 치우기 위해서다. 가까운 체육공원에서 꼬마 녀석들이 깔깔대며 뒹굴어도 어른들은 차를 덮은 눈을 걷어내고 골목길의 눈을 치운다. 월요일인 다음날 출근하려면 차가 빠져나올 공간을 만들고 언덕진 골목길에도 눈을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일상을 생존해내야 하는, 매일같이 일하는 어른들에게 눈은 장애물일 뿐이다.

 

새벽부터 많은 눈이 내린 지난 1월 20일 오전 국회에서 직원들이 제설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그렇지만 내리는 눈을 보며 출근길 걱정만 하는 건 아니다. 어떤 이는 스키장에 갈 계획을 세울 테고, 또 어떤 이는 사랑하는 이와 데이트 약속을 서두를지도 모른다. 그런 낭만적인 생각은 아니더라도 또 다른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를테면 눈이 내리면 우산을 써야 할까? 눈을 그냥 맞아도 되는 걸까? 어린아이처럼 입을 벌리고 내리는 눈을 받아먹어도 될까? 이런 궁금증 말이다.

 

산성비에 관한 뉴스도 자주 듣게 되고 황사나 미세먼지 등이 섞여 흙탕물처럼 자국을 남기는 비가 내리는 경우도 있기에 우리는 대개 비올 때면 우산을 사용한다. 그럼 눈의 경우는 비보다 깨끗한 걸까 아니면 더 더러운 걸까. 먼저 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되짚어 보는 것으로 시작하자.

 

비든 눈이든 일단 구름이 만들어져야 한다. 대류 현상에 의해서 또는 산과 같은 지형에 의해서 등 여러 이유로 공기덩이가 상승을 하면 온도가 내려간다. 높은 곳이 더 온도가 낮은 이유도 있지만 단열팽창이란 것을 하게 되어 온도가 내려가는 것이 더 주된 요인이다. 외부와 열 출입이 차단된 상태라면(단열), 기체는 부피가 커지면 온도가 내려가고, 반대로 부피가 줄어들면 온도가 올라간다. 점화 플러그가 없는 디젤 엔진이 연료를 연소시킬 수 있는 것도 단열 압축에 의해 발연점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아래는 ‘단열 팽창에 의한 구름 생성’의 이해를 돕는 실험 동영상​이다.

 

 

단열 팽창에 의해 온도가 내려간 공기덩이에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들이 많이 생기면 구름이 된다. 단순히 압력과 온도에 의해서만 물방울 또는 얼음 알갱이들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공기 중에 떠 있는 작은 입자들이 그 생성을 돕는다. 이런 작은 입자들을 우린 응결핵 또는 빙정핵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름 알갱이(물방울 또는 얼음 알갱이)들끼리 충돌하기도 하고 주위의 수증기들도 달라붙고 하다보면 구름 알갱이들이 더욱 커진다. 그렇게 되면 바람에 떠밀리고 하는 것보다 지구가 당기는 힘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되어 비나 눈으로 내리는 것이다. 

 

결국 비든 눈이든 지면 근처의 수증기가 다시 지면으로 돌아올 때까지 대기 중에서 꽤나 부지런히 움직이게 되므로 구름이 만들어진 지역이나 눈‧비가 내리는 지역의 대기 오염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나면 내리는 눈과 비가 오염도가 다를 일이 딱히 없어 보인다. 그런데 조금 더 고려해야 할 상황이 있다. 결국 눈은 얼음인데 물일 때보다 당연히 부피가 크다. 이 말은 질량에 비해 표면적이 크다는 말이고, 그만큼 공기에 의한 저항력을 더 크게 받게 된다. 따라서 눈은 낙하 속도가 빗방울보다 느리다. 빗방울보다 더 오래 공기 중에서 느리게 휘날리며 내리는 눈은 오염물질과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것이다. 게다가 오염물질이 달라붙을 수 있는 면적도 넓다. 그뿐만 아니다. 겨울에는 난방에 의해 공기 중 오염물질의 비율이 훨씬 높아진다.

 

영화 ‘​러브 스토리(1970)’​ 장면. 대략 반세기 전이니 웬만해선 따라하지 말자.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에 뉴스들을 보면 산성도나 중금속 등의 오염물질 비율 등이 여름에 내리는 비보다 훨씬 높다는 보도들이 이어진다. 비처럼 젖지 않으니 옷이야 털면 그만이라 하더라도, 눈을 맞았다면 머리는 그날 바로 감고 눈을 먹는 것은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겠다. 우리의 아이들이 눈밭을 마음껏 뒹구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면, 환경 정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인철 사이언스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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