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라이츄를 잡았어!” “체육관을 차지하려면 현질을 더 해야하나?” “너희 동네에서는 어떤 포켓몬이 잡혀?”
‘포켓몬 고’가 출시되고 며칠만에 달라진 신풍속도다. 지난 24일 포켓몬 고 개발사 나이언틱랩스는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포켓몬 고 한국 서비스를 공식화하고 향후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포켓몬 고가 드디어 한국에 본격 상륙했다.
국내 지도반출 금지 규정을 이유로 포켓몬 고가 서비스를 하지 않는 동안 많은 유저들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 속초나 간절곶까지 떠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내 대부분 지역에서 불가능한 게임이 특정 지역에서만 실행됐기 때문이다. 이제 안방에서도 포켓몬 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지도 데이터가 필수인 게임인만큼 지도 데이터의 출처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지디넷’에 따르면 포켓몬고는 오픈스트리트맵(Open Street Map·OSM)이라는 오픈소스 기반 지도 데이터 무료 공유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포켓몬 고가 서울 한복판에서도 실행된다는 이야기로 주변은 떠들썩했다. 곧바로 포켓몬 고를 설치하려고 하니 흔하게 나타난다는 ‘오류코드 400’이 등장했다. 검색해보니 포켓몬 고 APK(Android application package)를 따로 받아 설치 후 플레이스토어 등에서 업데이트 하는 방식을 취하라고 조언했다. 혹시 오류코드 400이 뜨면 시도해볼 만하지만 기기 환경에 따라 안될 수도 있다. 역시 ‘지식인’의 말은 틀리지 않아 게임 화면을 볼 수 있었다.
기자에게 포켓몬 고는 지난 10월 미국 여행 중 열심히 했던 경험이 있어 낯설진 않았다. 휴대전화 GPS를 켜고 걸으면 게임 속 자신의 위치에 캐릭터가 나타나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포켓몬을 잡거나 트레이너에 도전하는 게임이다. 미국에서 봤던 포켓스톱도 거리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포켓스톱은 거리 곳곳의 명소나 유명한 장소를 배경으로 설치돼 있고 이곳에 들르면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 몬스터볼을 얻을 수 있다.
게임을 켜고 한파 속을 뚫고 걷기 시작했다. ‘나만 없어. 진짜 사람들 피카츄 다 있고 나만 없어’라고 중얼거리며 서울시청 인근 서소문로 일대를 돌아다녔지만 아무도 원하지 않는 박쥐 포켓몬인 주뱃이나 크랩이 나타났다. ‘잡기도 귀찮을 정도로 크랩 떼가 나타나는 건 동네에 횟집이 많아서인가’라는 헛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이템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30분 동안 포켓몬이 몰려온다는 향로 아이템을 썼다. 향을 피워 놓고 가만히 기다렸건만 신통찮은 포켓몬만 나타났다. 30분이 다 지나고 허탈한 감정만 남았다.
포켓몬스터에는 체육관을 점령한 트레이너들이 등장한다. 게임 속에도 각 지역마다 체육관이 있다. 이곳을 점령한 트레이너와 겨뤄 이기면 해당 체육관을 ‘접수’할 수 있다. 인근 체육관 트레이너가 레알 마드리드라면 기자의 포켓몬 도감에는 조기축구회도 안 되는 쥬뱃들만 가득하다. 언제쯤 체육관을 점령할 수 있을까.
포켓몬 고 열풍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는 서로를 포켓몬 트레이너라 부르며 팁을 공유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미에 거주하는 구 아무개 씨는 “사는 곳 주변에 포켓스톱이 없어서 몬스터 볼을 받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1만 2000원 현질(현금구매)했다. 그래도 라이츄를 잡아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 이촌동에 거주하는 포켓몬 고 유저 소 아무개 씨도 “성장률을 고려해 포켓몬 고를 위한 또 다른 어플도 깔았다”며 “‘게임보이’ 하던 시절이 생각난다”며 열심히 플레이할 각오를 드러냈다. 소 씨는 포켓몬을 잡으면 곧바로 친한 지인들에게 자랑하기 바쁘다.
포켓몬을 수집한다는 단순한 게임이 초대박을 친 배경에는 이름만 말해도 서로 아는 친숙한 캐릭터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누구나 캐릭터를 알기 때문에 희귀한 포켓몬을 부러워하게 되고 잡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국내 상륙한 포켓몬 고 열풍이 미풍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되는 배경이다.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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