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소유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구입하거나(Buy), 임대하거나(Lease), 길게 빌리거나(Rent).
최근 급부상 하고 있는 ‘카셰어링’은 자신이 필요할 때 차를 마음껏 쓰다가, 쓰지 않을 때 타인에게 공유하는 조건으로 내주는 새로운 자동차 이용 프로그램이다. 법적으로 차를 소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유에 준할 정도로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으로는 지난해 7월 카셰어링 업체 ‘쏘카’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제로카셰어링’이 있다. 경쟁 업체들도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제로카셰어링은 새 차를 내준다는 점과 월 할부금이 리스나 장기렌트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 차량 관리에 드는 모든 비용을 회사 측에서 부담한다는 점, 공유 실적에 따라 월 할부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심지어 월 8차례 자동 세차도 무료다.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닌 만큼 세금을 낼 필요도 없고, 초기 비용도 일체 없다. 다만 가입자가 타인과 공유를 하기 위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주차공간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제로카셰어링의 필수 가입 조건이다.
‘쏘카’는 최초 아반떼AD를 시작으로 티볼리, 스파크, K5 등 다양한 차종으로 가입자를 모집했고, 모집 인원보다 수배의 신청자가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러한 흥행 비결은 단연 저렴한 비용이다. 그러나 전 세계 어디도 시행한 적이 없는 새로운 개념의 프로그램인 만큼 개선해야 될 시행착오도 적잖아 보인다. 기자는 제로카셰어링을 신청해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6개월간 실제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점이 불편했는지 후기 형식으로 정리했다.
# 사고가 빈번하다
지난해 7월 26일 단돈 1원도 지불하지 않고 비닐도 뜯지 않은 아반떼AD 새 차를 인도받았을 때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 한 달간은 내 차처럼 애지중지했다. 그러나 첫 사고가 발생한 이후부터 이러한 관념은 조금씩 사라져갔다. 그 뒤로 6개월 동안 무려 네 차례나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빌려간 사람이 낸 사고다.
사고 경위나 과정은 알 수 없지만 전부 흠집 정도의 경미한 접촉사고였다. 모든 쏘카 이용자가 운전이 능숙할 수는 없다. 물론 사고 직후 쏘카에서는 사람을 보내 즉각 수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차라는 생각을 버리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 억울한 주유비 산정 방식
제로카셰어링은 반드시 차내 비치된 특정 신용카드로 주유를 해야 한다. 이는 본인을 포함 모든 사용자가 지켜야 되는 규칙이다. 대신 차를 빌린 사람은 시간당 대여료와는 별도로 차량 반납 후 이동거리를 측정해 주유비와 보험비를 더한 이용료를 지불하게 된다.
다만 제로카셰어링 가입자는 주유비 계산법이 조금 다르다. 정해진 주유용 신용카드에서 결제된 돈에서 다른 사용자가 낸 주유비를 뺀 나머지 비용을 전부 지불해야 한다. 만약 다른 사용자가 비싼 주유소에 주유를 했다면 그 추가분을 온전히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요즘 같은 겨울철, 다른 이용자가 히터를 틀고 공회전을 시키면 해당 사용자는 이동거리가 없기 때문에 주유비를 내지 않지만, 그 부담은 월말 정산에서 고스란히 가입자가 떠안게 된다.
# 차에 아무것도 둘 수 없다
자동차 트렁크는 무엇이든 집어넣고 잊어버리는 마치 냉장고와 같은 만능 수납공간이다.
그러나 제로카셰어링이 내 차 같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차에 아무것도 둘 수 없다는 것이다. 그 흔한 방향제조차 안 된다. 누가 가져가도 범인을 찾기 어려울 뿐더러 이를 탓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차에서 내릴 때마다 매번 각종 잡동사니는 물론 쓰레기까지 모두 들고 내려야 한다. 차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습관을 길러준다는 점이 그나마 긍정적이다. 또 차량 내 흡연 역시 가입자를 포함 그 누구에게도 허용되지 않는다.
# 수시로 전화가 온다
기자는 가입 조건으로 아파트 주차장을 제공했다. 제로카셰어링은 사용하지 않을 때는 공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차에 전화번호를 붙여둘 수 없다. 대신 차 유리에 붙여놓은 주차 등록증에 집 동호수가 적혀져 있다.
그러다 보니 이웃 주민들이 심야나 새벽에 문을 두드린다. 새벽이나 밤늦게 반납하는 이용자가 간혹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해 정해진 곳에 주차하지 않거나 이중 주차를 해놓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만약 회사에 출근했거나 밤에 잠들었거나 새벽에 일어날 필요가 없는데 일어났을 때 그 고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게다가 누구한테 하소연할 곳도 없다. 새벽에 차를 빼면서 들어야 하는 이웃 주민들의 불평은 보너스다.
이외에도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전화가 온다. 대부분은 쏘카 고객센터다. 사고가 발생하거나, 누군가 정해진 시간에 반납을 하지 않았거나, 누군가 차가 더럽다고 불만을 제기해도 전화가 온다.
# 월 이용요금 제로?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반떼AD 월 이용료는 19만 8000원(부가세 별도)이다. 인구 밀집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열심히 공유하면 전부 감면받을 수 있는 정도의 액수다. 한번은 작심하고 주말 중 하루를 제외한 모든 날짜에 공유를 한 결과 무려 30만 원까지 감액을 받았다. 초과하는 감액 분은 포인트로 적립되어 그 다음 달에 쓸 수 있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공유를 소홀히 하면 어김없이 19만 8000원에 도달하지 못했다. 감면액은 다른 이용자가 낸 대여요금의 50%로 책정된다. 그런데 이용자가 쏘카에서 제공하는 각종 할인쿠폰을 사용하면 그만큼 감면액도 줄어든다.
그나마 월 20만 원도 못되는 이용료는 1차 사용자의 특전이다. ‘제로카셰어링’ 5차 모집에서 ‘쏘카’는 같은 아반떼AD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월 이용요금을 39만 8000원으로 인상했다. 5차에서 신청했더라면 단 한 번도 월 사용료를 전액 감면받지 못했을 것이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핫클릭]
· [왱알앵알]
에어비앤비 규제, 진정한 ‘공유경제’ 고민할 때
·
[단독] 에어비앤비, 오피스텔·펜션·리조트 금지령
·
에어비앤비 30조 장밋빛 공유경제, 잘못 걸리면 ‘잿빛’
·
진화하는 ‘우버풀’에서 알파고를 느끼다
·
‘나누면 돈’ 대학가에 부는 공유경제 바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