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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외롭고 높고 쓸쓸한 나무 ‘주목’

수명 길고 목재로도 각광 최근엔 항암효과 알려져 관심

2017.01.25(Wed) 09:51:56


 

주목(朱木) (주목과, 학명 Taxus cuspidata)


사람은 사람다워야 품격이 있고 계절은 계절다워야 풍취가 있다. 아무리 세상사가 험해도 인간미와 순수성이 있어야 사람답듯이, 아무리 기후가 변했다 해도 겨울은 겨울답게 차갑고 눈이 내려야 겨울이다. 푸근하기만 하던 올겨울에 처음으로 흰 눈이 펑펑 내렸다. 황량하고 쓸쓸해 보였던 주변의 풍경이 하루아침에 수북이 쌓인 하얀 눈 속에 푹 잠겼다. 온 천지가 정갈하고 순백한 세상으로 바뀌었다. 원망과 미움, 갈등과 싸움도 모두가 하얀 눈 더미에 파묻혀 눈처럼 하얀 순백의 세계로 변했으면 한다.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뒤덮었지만 모든 것이 다 하얗게 변한 것은 아니다. 푸른 잎새를 찾아보기 힘든 황량한 겨울에 흰 눈이 내리니 주목(朱木)의 푸른 잎이 더욱 생기 있게 푸른빛을 낸다. 그것만이 아니다. 칙칙한 이파리에 가려, 있는지조차 몰랐던 주목의 빨간 열매가 흰 눈 속에서 더욱 돋보여 겨울의 홍보석으로 빛난다. 말갛고 진한 빨간색에 부드러운 육질의 열매가 흰 눈 위로 새어드는 엷은 겨울 햇살을 받아 도발적이고 요염한 모습이 드러난다. 귀한 홍보석 구슬처럼 앙증맞게 곱다. 깨물면 물씬 단물이 쏟아질 것만 같다.

주목 열매는 가을에 붉게 익어 한겨울을 나는 데 씨는 연한 열매 살에 둘러싸여 약간만 드러나 보인다. 씨를 겉에서 싸고 있는 주목의 빨간 열매 살은 붉은빛의 색깔이 선정적으로 매우 곱고 가운데가 움푹 파인, 질감 있고 토실토실한 모습이다. 솔잎 향과는 또 다른 신비감 있는 독특한 향에 열매 살은 약간 단맛이 있어 따서 먹기도 하는데 술에 담그거나 잼을 만들기도 한다.


주목은 생장이 느리지만, 나무 중 수명이 매우 긴 나무이다. 오래 살고 재질이 단단하여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고 말하는데 백두대간을 따라 설악산, 태백산, 지리산과 바다 건너 한라산까지 주로 해발 1000m 이상의 높고 추운 곳에서 자란다. 강원도 함백산 두위봉에 자라는 천연기념물 제433호인 주목은 국내 최장수 주목으로 수령이 1400여 년이라고 한다.

주목은 거의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높은 산의 숲속에 자라지만 사철 늘 푸르고 열매가 고와 관상수로 많이 심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다. 주목 열매는 늘 푸른 나뭇가지 사이에 조그맣고 파랗게 달려 겨울에 빨갛게 익기 전에는 유심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쉽지 않다. 꽃 또한 이른 봄에 피는데 아주 작고 소나무처럼 연한 노란빛이라 대부분 사람은 주목이 꽃을 피우는지조차 모르며 겨울에 어렵게 볼 수 있는 빨간 열매를 꽃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암수딴그루로 암꽃과 수꽃이 다르다.

꽃말은 명예, 고상함이며 굵은 가지와 줄기 껍질이 붉은빛을 띠며 나무 속 색깔도 유달리 붉은색을 띠고 있어서 붉을 주(朱), 나무 목(木)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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