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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신고’로 본 삼성전자 협력사 생태계의 민낯

베트남 생산 이전으로 ‘토사구팽’ 된 국내업체들 ‘부글부글’

2017.01.24(Tue) 18:22:20

더 이상 낙수효과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해외이전 하는 가운데 국내 협력업체들의 단물만 빼먹고 버린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낙수효과’란 대기업이 물건을 잘 팔아서 큰돈을 벌면 원재료·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 또한 짭짤한 매출을 올리게 되고, 이런 순환의 과정이 국민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되는 것을 말한다. 과거 대기업 중심의 고도성장기에는 이런 논리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처럼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이런 낙수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지난해 경상북도 구미시의 한 중소기업이 삼성전자와 1차 협력사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불공정거래 내용을 보면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생태계를 어떻게 어지럽히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구미공단에 위치한 A 사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메탈 보디 외장 후가공업체다. 삼성전자는 1차 협력사인 구미 소재 K 사에 휴대폰 외장 케이스 제작을 맡긴다. K 사가 다이캐스팅(주물제작)으로 만든 보디 원형은 30여 협력업체에 맡겨 정밀 가공, 평탄, 도색, 광택 등 후가공이 이뤄진다. 그 중 A 사는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컴퓨터 수치 제어) 머신으로 정밀가공을 하는 2차 협력사다.

 

A 사가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와 1차 협력사인 K 사를 제소한 ‘불공정거래 사례 및 피해 신고’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알파, 갤럭시 A3, 갤럭시 노트4, 갤럭시J 등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불공정거래 내용이 담겨 있다. 불공정거래는 크게 ①양산을 전제로 기술개발 요청 후 기술만 빼가고 양산은 타 사업장에 맡기기 ②양산이 되더라도 양산 후 일방적인 단가 후려치기 및 불량에 대한 부당한 페널티 부과 ③경쟁사 거래 제한 후 양산 취소 등이다. 

 

# 기술 개발했더니 양산 취소하고 해외 공장에 무단 적용

 

2014년 6~8월 A 사는 갤럭시 알파의 메탈 보디 제작을 위한 가공공정 개발에 나섰다. CNC 머신으로 가공하기 위해서는 로봇이 움직일 동선, 부품을 고정할 거치대, 이에 필요한 부품 등을 개발해야 했다. A 사는 이를 개발한 후 양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양산 2개월 만에 삼성전자는 1차 협력사인 K 사의 국내 생산 능력(업계 속어로 캐파)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K 사의 중국공장과 중국 현지업체에 양산을 맡긴다. 

 

갤럭시 알파는 삼성전자 최초의 메탈 보디 적용 제품이었다. A 사는 양산기술 개발에 나섰지만, 삼성전자는 중국업체에 양산을 맡겼다. 사진=삼성전자


A 사가 국내 생산을 염두에 두고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공정 개발에 나섰으나 결국 국내 생산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의 기술 유출 문제도 제기됐다. 개발 시 삼성전자 구미 사업장 엔지니어들이 A 사에 상주하며 정보를 공유했는데, A 사에서 취득한 정보를 그대로 중국 공장에 적용한 것이다. 특히나 A 사가 공정 개발에 나서게 된 계기가 애초 중국 현지업체에 맡겼다가 원하는 수준의 품질이 나오지 않아 국내업체에 맡긴 것이었다. 

 

현재 A 사는 양산을 염두에 두고 개발에 나선 비용, 기술 유출에 대한 지적재산에 대한 비용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인 K 사는 ‘비즈한국’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당사 및 발주자인 삼성전자의 A 사 현장방문은 전체 개발 진척도 관리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며 그 외의 다른 정보를 취득·취합하지 않았고, 현장 방문 시에도 A 사 직원의 동행 하에 출입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갤럭시 알파 형상 가공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에 대해서는 양사 합의 후 비용을 지급해 정산을 모두 완료했다”고 말했다. 

 

# 구미 업체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토사구팽 심정”

 

또 다른 사례는 갤럭시 A3로, 이는 삼성전자가 제조하는 스마트폰 중 배터리 교체가 없는 일체형 케이스를 적용한 최초 모델이다. 갤럭시 알파의 경우와 동일하게 A 사는 2014년 7~9월 공정기술 개발에 나섰다. 갤럭시 A3의 경우 국내 생산도 병행돼 A 사는 2014년 10월~2015년 3월, 2015년 6~10월 양산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앞서의 갤럭시 알파 사례와 유사하게 삼성전자와 K 사 엔지니어가 상주하며 기술과 정보를 공유했고, 이 내용이 타 협력사 및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 그대로 적용됐다. 

 

갤럭시 A3는 배터리 교체가 없는 일체형 케이스를 최초로 적용한 모델이다. A 사가 자체 개발한 양산 기술을 삼성전자는 자사 공장 및 타 협력사에 적용했다. A 사는 이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사진=삼성전자


특히 A 사는 갤럭시 A3에서는 사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버(Burr·사출자국 등 돌출물)를 제거하는 과정을 자동화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30~40명의 많은 인원이 동원돼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과정이었다. 이 기술이 개발된 뒤 1개월 만에 삼성전자와 K 사는 이를 그대로 삼성전자 베트남공장에 그대로 적용했다. “고객사의 수율(생산성)에 기여한 보상은 없었고, 또한 이를 전 협력업체에 공통 적용한 데 대한 보상도 없었다”는 것이 A 사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K 사는 “갤럭시 A3 외장 기술은 당사의 기술력으로 개발됐고, A 사는 당사의 휴대폰 부품을 장기간 생산하면서 확보한 것으로 당사가 협력업체들에 전수해 준 기술이다. A 사도 국내 생산에 참여했기 때문에 보상 없이 타 협력사 등에 사용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베트남으로 생산공정을 대거 이전하던 시기 국내 협력사들과의 갈등도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중국·베트남 등 해외 사업장에서 원하는 수준의 품질을 구현하지 못하게 되면 숙련도가 높은 국내 협력사들에게 개발을 맡기고, 문제가 해결되면 베트남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국내 생산 물량을 줄이거나 없앴다. 이후 새로운 공정을 해외공장에 도입해 문제가 발생하면 또 다시 국내 협력사들에 문제 해결을 맡긴 뒤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물량을 다시 해외로 넘겼다. 

 

이런 과정에서 구미의 중소 협력업체들은 “‘갑’의 불공정한 행위에 국내 업체들은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의 대우밖에 받지 못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혼신의 힘을 다해 협조를 하면 돌아오는 것은 배신뿐”리는 것이다. 

 

# 무리한 단가 인하 및 페널티 부과로 하청업체의 경영 위기 초래

 

또한 A 사는 삼성전자와 K 사의 무리한 단가 인하 요구와 페널티 부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갤럭시 A3의 경우 K 사는 양산 종료 후 단가의 30%를 강제로 인하했다. A 사는 “이는 2차 협력사의 투자 회수도 불가능하게 하는 한편 원가 절감 노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단순 단가 인하”라고 말했다. 

 

또한 불량의 출처가 불명확한 경우 생산에 참여한 모든 협력업체들에게 동일하게 페널티를 부과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 공장에서 발생한 품질 불량에 대한 페널티도 국내 협력사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K 사는 “불량의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당사를 포함해 생산에 참여한 모든 업체가 손실을 합리적으로 부담하고 있으며, 그 과정도 협력사들과의 성실한 협의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사도 이에 대해 “K 사는 삼성전자에 최종 품질을 확보할 의무가 있으므로 K 사가 비용을 들여 품질보증(QA) 및 품질관리(QC)를 철저히 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하면서 불량이 발생하면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K 사는 “페널티 분담이 이뤄지게 된 배경과 정확한 내용을 무시한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A 사는 갤럭시 노트4 생산 과정에서 삼성전자 및 1차 협력사가 부과한 단순 단가인하 및 페널티 부과로 4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2014년 9월~2016년 5월 A 사는 갤럭시 노트4 생산에 참여했다. A 사는 20개월에 걸쳐 생산에 참여했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기술유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고 있다. 대개 양산을 위한 기술개발은 양산 시 납품대금에 포함된 개념으로 정산되는 것이 관행이다. 

 

A 사는 갤럭시 노트4와 관련해 단순 단가인하의 부당성과 페널티 부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A 사는 갤럭시 A3에서의 단순 단가인하 16.9억 원, 갤럭시 노트4에서 13.7억 원 등 총 31.7억 원의 경영상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두 모델에게 부과된 페널티로 8.7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한다. 단순 단가인하와 페널티로 인한 손실을 합치면 40억 원이 넘는 셈이다.

 

# LG전자 거래 막은 뒤 양산 취소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 

 

2015년 12월~2016년 4월 사이 A 사는 갤럭시J 생산을 위해 인력과 장비를 대기하고 있었다. 당시는 LG전자가 최초의 메탈 보디를 적용한 G5 양산을 준비하던 시기다. A 사에게도 G5 생산 의뢰가 들어왔으나, 발주사인 K 사는 기술 유출 및 캐파 부족 문제로 LG와의 거래를 막으며 갤럭시J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갤럭시J 양산 즈음 A 사는 LG전자 G5 생산 참여를 제안 받았으나, 1차 협력사는 경쟁사와의 거래를 막았다. 그러나 갤럭시J의 국내 생산은 결국 취소됐다. 사진=삼성전자


그러나 2016년 3월 갤럭시J 제조 하청업체에서 메탄올 증기를 쐰 노동자 2명이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내생산이 취소됐다. A 사는 “최장 5개월간 양산을 기대하며 실제 생산에 필요 없는 엔지니어의 고용 유지와 계속되는 개발 요구에 대응하면서 경영손실이 증가했고, LG전자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거래선 다변화 기회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 사는 “당사는 개발 중단 후 A 사에 개발 비용을 지급했고 A 사의 경영상황을 고려해 임대해 준 설비의 임대료도 차감해 주었다. 이후 A 사는 LG전자와 계약을 하고 G5 생산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인 K 사의 답변을 정리하면 개발 단계의 비용은 모두 지급했고, 기술 유출은 한 바 없으며, 단가인하 및 페널티는 충분히 협의된 사항이며, 경쟁사와의 거래를 막은 적도 없다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한 2차 협력사 관계자는 “원청사로부터 계속 주문을 받아야 하는 하청업체로서는 원청사의 단가 인하 요구 및 페널티 부과에 대해 대놓고 불만을 제기할 수 없으므로, ‘성실한 협의로 이뤄졌다’는 말은 말이 안 된다. 또 개발 비용은 지급했다고 하지만 실제 지출된 비용을 상쇄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 사의 문제제기에 대해 ‘1차 협력사와의 거래이므로 삼성전자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발을 뺐다. 사진=최준필 기자


한편 1차 협력사인 K 사에게 문의한 것과 동일한 질의서를 삼성전자에도 보냈으나, 삼성전자는 “문의한 내용은 1차 협력사와 2차 협력사 사이의 거래에 대한 것이므로 삼성전자로서는 특별히 할 말은 없다”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최대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베트남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자사 휴대폰 생산의 40%를 베트남에서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 과정은 위에서 보듯 국내 중소기업들을 ‘토사구팽’하는 과정이었다. 기술유출, 일방적 양산 취소, 단가 후려치기, 페널티 부과, 경쟁사와의 거래 제한 등 이른바 ‘갑질’로 국내 중소기업들은 고사해 가고 있다. A 사 대표는 “특별히 할 말 없다. 구미 지역 중소기업들 다 망해간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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