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구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싸구려 옷이라도 좋은 구두를 신으면 전체 스타일이 봄날 벚꽃 만개하듯 살아나지만, 아무리 좋은 수트라도 싸구려 구두를 매치하면 수트 역시 싸구려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바로 이것이 구두의 놀라운 힘이다. ‘좋은 구두는 좋은 곳으로 사람을 안내한다’고 하지 않나. 남자의 발걸음을 빛내줄 구두. 구두를 제대로 신는 11가지 방법을 정리했다.
1 클래식 수트에 운동화는 ‘노’
요즘 많은 남자들이 수트에 운동화를 매치한다. 수트에는 구두만 신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수트에 운동화를 매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클래식한 수트에 운동화를 매치하는 것은 마치 한복에 보타이를 매는 격이다. 즉 운동화는 캐주얼하게 변형된 디자인의 수트에만 적용하는 것이 정답이다.
2 같은 구두는 이틀 연속 신지 않는다
신사는 매일 같은 수트를 입지 않듯, 구두 역시 마찬가지. 구두는 남자의 품위를 상징하는 중요한 도구다. 그 구두를 잘 관리하려면 한 켤레를 이틀 연속 신지 말고 여러 켤레를 번갈아 신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더군다나 가죽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3~4일 정도 쉬는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3 수트에는 끈 있는 옥스퍼드
상당수 남성이 끈 없는 블랙 구두를 상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쉽지 않겠지만, 정통 수트와 함께 신는 구두는 원래 끈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수트에 어울리는 구두를 선별하는 원칙과도 같다. 옥스퍼드 구두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벨트 장식이 있는 몽크 스트랩 또한 수트에 매치할 수 있는 포멀함을 갖추고 있다.
4 윙팁은 등 부분에 구멍 장식이 있는 구두
윙팁은 옥스퍼드 구두 중에서 가장 스포티한 인상을 주는 모델로 구두의 등 부분에 구멍장식이 있다. 이런 구멍이 장식된 것은 윙팁이 골프 슈즈에서 기원되었기 때문. 현재는 단순히 장식용으로만 이용되지만, 원래는 물 빠짐용이었다.
5 갈색 스트레이트팁은 어느 수트에나 어울리는 기본 모델
옥스퍼드 슈즈의 대표는 스트레이트 팁이다. 그중 갈색 스트레이트 팁은 어느 수트에나 매치할 수 있는 가장 베이식한 모델. 질 좋은 소가죽은 원래 갈색이기도 하다. 검은색 스트레이트 팁은 수트뿐 아니라 턱시도에도 매치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6 비오는 날 신은 구두는 신문지를 채워 서늘한 곳에서 말린다
비에 젖어 망가진 구두 때문에 가슴앓이를 해본 경험이 있을 터. 흠뻑 젖은 구두는 모양이 변형되지 않도록 구두 안에 신문지를 채운 후 직사광선이 비치지 않는 곳에서 말리면 된다. 직사 열을 쬐면 가죽이 지나치게 빨리 말라 갈라지는 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7 수트에 매치하는 옥스퍼드 구두는 일자로 끈을 맨다
구두의 끈을 매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러나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법은 일자, 십자 혹은 지그재그로 매는 방법이다. 그중 가장 클래식하며 깔끔해 보이는 형태는 일자. 십자나 지그재그로 끈을 맨 구두는 비록 발은 편하지만, 클래식하기보다는 캐주얼한 느낌이 묻어난다.
8 클래식 구두의 대표색은 검은색과 갈색
클래식 구두는 검은색과 갈색이 대표적이다. 이 두 가지 색상은 마치 앤티크 가구처럼 시간과 함께 더욱 아름답게 변해가는 경향이 있다. 검은색 구두는 한 가지이지만 갈색 구두는 와인, 월넛, 초콜릿 등 다양한 색으로 옷차림에 따라 골라 신는 재미가 있다. 유럽에서는 주로 갈색을, 미국에서는 검은색의 구두를 선호하는 편이다.
9 로퍼는 클래식 구두가 아니다
옷이 포멀하다면 구두 역시 마땅히 묵직한 느낌이어야 한다. 따라서 캐주얼한 느낌이 강한 끈이 없는 로퍼는 클래식 구두로는 적합하지 않다. 물론 아주 가끔씩 의도적으로 즐기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캐주얼한 점퍼 차림에 끈이 있는 구두도 어울리지 않는다.
10 구두의 무게는 400~500g이 좋다
구두는 가볍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일정한 중량이 되어야 신은 사람이 안정된 자세로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거운 구두는 발이 쉽게 피곤해진다. 공정을 착실히 따라 만들어진 클래식 구두는 400~500g 정도 나간다.
11 구두를 닦을 때에는 바닥까지
구두의 가죽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묘한 색으로 아름답게 변하지만, 구두의 바닥이나 굽은 필연적으로 소모되고 희생될 수밖에 없다. 구두를 조금 더 오래 신으려면 손질할 때, 바닥도 함께 닦아주어야 한다. 바닥 역시 가죽으로 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정소영 패션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