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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tar] 신상목 기리야마 대표 “걱정이 아니라 고민하는 사람이 되라”

외교관에서 우동집 사장으로 변신…음식 아닌 문화체험 제공하고파

2017.01.23(Mon) 19:21:17

“아침에 일어났을 때 설레는 기분이 있어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느끼기 힘든 기분이잖아요.” 

 

안정된 인생을 걸어나와 새로운 길에 도전한​ 사람이 있다. 잘나가는 외교관을 그만두고 우동전문점 운영자로 변신한 신상목 기리야마 대표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우동은 휴게소에서 먹는 간편식 정도로 여겨진다. 일본에서는 위상이 다르다. 대를 이어온 장인이 수제로 정성스럽게 만드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의 평양냉면과 비슷한 포지션이다. 

 

그는 자영업자로 일하면서 페이스북에 사회를 향한 쓴소리를 올리기도 한다. 호응도 크다. 지난 17일 신상목 대표를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그의 가게 ‘기리야마 본진’에서 만났다. 그는 외교관으로서 일했던 경험, 자영업자로서 겪는 어려움 등을 시원하게 털어 놓았다.

 

외교관에서 자영업자로 변신한 신상목 기리야마 대표. 사진=이세윤 디자이너


―외교관을 하다 우동집 차린 이유가 궁금한다.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외교부라는 좋은 직장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측면도 있지만,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조직 안에서가 아니라 나만의 일을 해보고 싶었다. 계기가 있다면 2008년 파키스탄 부임이다. 굉장히 위험한 곳이라 외부와 단절된 외교단지 내에서 생활했다. 계속 격리돼 있으려니 답답해서 한 달째 되는 날 시내 아무개 호텔에서 가족들과 식사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예약시간이 6시였는데 공교롭게 몸이 안 좋아서 꾸물거렸다. 예약시간이 다 돼 나가려고 하는데 ‘꽝’ 하고 엄청난 굉음이 났다. 집 안 벽이 진동하고 유리창이 부르르 떨렸다. ‘분명히 무슨 일이 생겼구나’ 직감하고 대사관에 갔더니, 내가 가려던 호텔에서 폭탄 테러가 났던 것이다. 대사관 직원이라 사고 수습에 투입돼 정신없이 뛰어다닌 다음 날, 사망자 현황을 파악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약된 시간에 맞춰 갔으면, ‘내가 사망자 명단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명단 속 내 이름을 누군가 확인하고 있겠구나’라는 생각. ‘사람 일 아무도 모른다.’ 내일 내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데 손에 쥔 것도 없으면서 뭘 그렇게 주저하고 망설이느냐. 하고자 하고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용기 한 번 내보자는 이벤트도 있었다.”

 

―왜 우동집인가. 

“일본에 있을 때 대대로 면(麵)을 하는 식당 가족 분들과 인연이 닿았다. 스시도 가능하고 라면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우동이냐’라고 묻는다면 그 가족과의 인연이 이유다.”

 

―한국과 일본에서 우동의 이미지는 다르다고 들었다. 

“기대하는 것이 다르다. 일본에서는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장인이 수제로 정성스럽게 만드는 음식이다. 한국처럼 한 끼 때우는 간식 개념이 아니다. 우동이라는 음식이 갖는 포지션이 있다. 그에 대한 존경도 있다.”

 

―추구하는 맛이 있다면.

“음식 장사하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생각한다. 산해진미를 먹어도 몸이 받지 않고, 몸에 나쁘면 음식으로서 의미는 반감된다. 부담 없는 음식, 영양소가 골고루 흡수될 수 있는 음식이 첫 번째다. 두 번째로 맛은 백인백색이다. 세상에 입맛처럼 다양한 것이 없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보다, ‘대미필탄’이라고 커다란 맛은 반드시 담백하다는 말이 있다. 양념, 향신료를 많이 치는 게 아니라 재료 본연의 맛으로 먹는 이에게 받아들여지는 게 목표다. 

 

―기리야마가 한국과 일본 둘 다 있는데 맛에 차이가 있나.

“아무래도 시장 특성이라는 게 존재한다. 입맛은 어렸을 때부터 계속 사회화되고 축적된다. 일본이라도 지역마다 많이 다른데 본점이 있는 도쿄, 관동 지방은 간장 맛이 진하고 짜다. 한국은 간이 세지 않은 스타일을 선호한다. 시장 특성에 맞춰 조정을 해야한다.”

 

―페이스북 활동도 많고 인기도 있다. 쓴소리를 많이 하는데도 인기가 많은 이유가 무엇인 것 같나.

“불평불만이 많은 까칠한 성격이여서 그런 걸 수 있다. 장사가 안 되니까 성질이 나와 주제넘게 쓴다. 하지만 내가 느꼈던 것, ‘대한민국이 조금 더 잘 되기 위해서 이런 부분은 조금 더 균형 잡힌 시각이나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난 합리적이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조금씩 쓴다. 그게 꼴 보기 싫은 분들도 있을 테고 공감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육수 내기를 준비하는 신상목 기리야마 대표. 사진=이세윤 디자이너


 

―자영업자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5년차에도 살아남은 비결이 있나. 

“글쎄, 기적일까 싶다? 정말 어렵다. 우동이 한국에서 인기 있는 아이템도 아니고 칼국수나 자장면처럼 소비자 폭이 넓은 것도 아니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그리고 지난해 김영란 법도 있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는데 소비 심리가 정말로 위축된 것을 실감한다.”

 

―후회하지 않나. 

“그런 질문 많이 받는다. 대답은, 결론에 도달한 게 아니고 아직 과정에 있기 때문에 ‘후회한다’, ‘만다’ 라고 판단을 할 시점이 아닌 것 같다. 10년 뒤 망한다면 100% 후회할 것이다. 10년 뒤에 수백억 원 벌었다면 그때조차도 ‘잘했다’ 느낄 수도 있고 ‘돈 벌어보니 별거 아니네’ 혹은 ‘외교관이라는 명예로운 직업이 나을 수도 있겠다’라는 후회가 들 수도 있다. 지금은 과정에 있어서 앞만 보고 뛰고 있다. 아예 그런 생각을 안하려고 하는 게 정답인 것 같다.”

 

―안전한 직장에서 자영업에 도전했다. 원래 성격도 그런가.

“그런 점도 있다. 먹고 사는 것이 불안한 상황은 맞지만 그걸 넘어설 정도로 열정을 낼 수 있는 ‘꺼리’냐는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조직 안에서 자기 능력을 더 잘 발휘한다. 탄탄한 기반이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고 더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는 경우다. 반면 자기 의지대로, 작고 보잘 것 없더라도 무언가를 꾸며가고 키워가는 데 더 흥미와 재미를 느끼는 타입도 있다. 내가 전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조직 내에서 안정된 길을 걷는 것보다 리스크를 안더라도 신상목이 아니면 안되는 일, 예를 들면 ‘어디의’ 신상목이 아니라 신상목의 ‘무엇’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을 이루고 싶었다. 

 

―메르스 사태 등 힘든 위기가 여러 번 왔음에도 행복하다고 느끼나. 

“그것도 많이 받는 질문이다. 아침마다 설레는 기분은 있다. 가게에 나올 때 설레는 기분은 아직도 있다. 직장 생활하면서 느끼기 힘든 기분이지 않나.”

 

―누군가 자영업을 하겠다면 어떻게 하겠나.

“일단은 말리고 싶다. 그 분이 어떤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조언을 한다면, 만약 탄탄하고 안정된 직장이 있다면 말리는 게 맞다고 본다. 

 

―마지막 경력을 보니 의전기획과장이라고 돼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흔히 의전에 대해 스트레스를 갖는다. 외교관으로서 의전을 설명해 달라. 

“흔히 생각하는 의전은 의전이 아니다. 개념 자체를 잘못 생각하고 있다. 의전은 프로토콜(protocol)인데 한국인이 받아들일 때는 환대(hospitality)로 착각한다. 어느 호텔에 묵고, 밥은 뭘 주고, 어떤 자동차나 와인을 제공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에서 말하는 의전이 아니다. 그것은 의전이 아니라 환대 개념이다. 국가에서 말하는 의전은 격식이다. 상대방에 대한 예우를 나타내기 위한 법은 아니더라도 규칙으로 만들어놓은 룰이 있다. 어떤 룰을 적용해 그 사람에게 격식을 표현하느냐에 따라 예우의 표현이 결정된다. 이를 테면 국빈 방문, 공식 방문, 실무 방문이 있다. 환대가 의전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신상목 기리야마 대표. 사진=이세윤 디자이너


―지금 경쟁자가 있다면 어딘가.

“유니클로 사장은 유니클로의 경쟁자를 애플이라고 했다. 소득은 한정돼 있는데 돈을 모아 아이폰을 살 것이냐 아니면 돈을 줄여 유니클로 옷을 살 것이냐라는 뜻이다. 판단 기준, 선호도가 동종 업계에만 작용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밥을 먹고 싶은 사람들 중 기리야마’가 아니라 ‘기리야마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다른 소비생활 중에서 가장 높은 우선순위’​가 되는 그런 집이고 싶다. ​소비자가 ​기리야마 우동 한 그릇 먹는 게 심리적, 정서적 그리고 영양학적으로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한다면 굉장한 성공이다.” 

 

―기리야마를 운영하면서 꿈이 있다면.

“현재 목표는 기리야마를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브랜드 생각이 많았다. ‘기리야마 하면 우동, 우동 하면 기리야마’라는 파워가 생기면 그 다음부터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자영업이 아니더라도 꿈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꿈이 확실히 있는 사람들은 고민을 할 지언정 걱정은 하지 않는다. 고민하고 걱정을 굳이 구분하면, 고민은 자기가 해야 될 일을 아는데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집중된 마음으로 계속 사유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걱정은 자신이 해야 될 일을 아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또는 자기가 해야 될 일을 안하고 있는 것을 알아서 불편하고 마음이 붕 떠있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꿈이 확실한 분들은 걱정이 아니라 고민을 한다. 그 고민을 계속 다듬고 깎아내리고 새로운 정보를 넣어서 가공을 하면 본인에게 의미 있는 결론이나 해법이 나올 것 같다. 계속 걱정이 아니라 고민을 하는 사람이 되셨으면 좋겠다.” ​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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