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9년 전 오늘, 2008년 1월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대글로비스(옛 글로비스)는 “현대제철과 장기 연속 항해 용선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계약내용은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사업을 위해 호주·브라질·캐나다에서 국내로 수입하는 제선원료 해상운송으로, 2010년 1월부터 2030년 1월까지 전용선박 5척을 20년간 장기 용선하는 계약이었다.
이에 따른 계약금액은 1조 3400억 원에 이르렀다. 현대글로비스의 2006년 매출액은 1조 8851억 원으로, 매출액 대비 71.1%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이로써 현대글로비스는 본격적으로 해운업에 진출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물량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현대글로비스는 해운업이라는 신형 엔진을 장착, 물류기업으로서는 보기 드문 성장 신화를 쓰게 됐다. 앞서 현대글로비스는 해상운송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2006년 12월부터 우선입찰 대상 선사를 선정하고, 2007년 한 해 동안 선사와의 운임협상 및 세부계약 조건 등 효율적인 운영 계획을 검토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과의 계약을 통해 현대글로비스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게 됐다. 2007년 매출 2조 5102억 원, 영업이익 952억 원이던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계열사들의 지원 하에 2015년 매출액 14조 6712억 원, 영업이익 6980억 2675만 원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현대글로비스의 급성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현대글로비스의 대주주는 정의선 부회장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및 후계 승계 시나리오에 ‘핵심’으로 지목돼왔다. 현대글로비스에 그룹 내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줘 정 부회장이 ‘실탄’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글로비스는 계열사 내부 거래 비중이 높아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제재 대상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중 대주주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이를 규제하고 있다.
이에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30% 이하로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2015년 2월 정 회장 부자는 보유하고 있던 현대글로비스 주식 43.39%(1627만 1460주) 중 13.39%(502만 2170주)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 부자는 1조 1000억여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율 23.29%(873만 2290주)로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정몽구 회장 6.71%(251만 7701주), 현대자동차 4.88%(183만 939주), 현대차 정몽구 재단 4.46%(167만 1018주) 등이 뒤를 이었다.
현대글로비스의 오너일가 주식은 현재 보호예수 기간으로, 오는 2월 종료된다. 이에 따라 2월 이후 정의선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이뤄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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