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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7’ 폭발 원인 발표 현장에서 ‘S8’을 보다

“얇은 분리막이 단락 유발” 배터리 불량 결론…차기작에 배터리 용량 무리하지 않을 듯

2017.01.23(Mon) 13:21:25

삼성전자가 내린 최종 결론은 ‘배터리’였다.

 

삼성전자는 2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갤럭시 노트7’ 폭발 원인의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배터리를 공급한 삼성SDI와 중국 ATL 제품이 각각 다른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SDI 제품은 배터리 위쪽 코너에 눌림 현상과 얇은 분리막으로 인해 배터리 내부 단락을 발생시켰고, 중국 ATL 제품은 비정상 융착 돌기와 절연테이프 미부착, 얇은 분리막 조합으로 단락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으로 배터리를 지목했다.

 

또 제품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배터리의 안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인해 내부 단락이 발생하면서 발화가 이뤄졌으며 다른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 조사 결과, 믿을 만한가

 

삼성전자가 이번 발표를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대거 영입해 조사를 진행했다. 또 제품 20만 대와 배터리 3만 개를 동원해 대규모 충방전 실험으로 폭발 현상을 재현했다.

 

우선 UL, 익스포넌트(Exponent), TUV라인란드, 해외 전문기관 세 곳이 동시에 참여했다. 해외기관 관계자들은 발표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각 기관은 배터리 자체는 물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제조 및 물류공정에 이르기까지 갤럭시 노트7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을 각각 나누어 꼼꼼히 점검했다고 밝혔다.

 

우선 배터리를 담당한 UL은 배터리에서 단락을 발생시키는 몇 가지 요인을 발견했다. 반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담당한 익스포넌트와 제조 공정과 물류를 담당한 TUV라인란드는 배터리 발화와 관련된 요인을 발견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가 귄위 있는 해외기관을 대거 조사에 참여시킨 이유는 사고 초기 조사를 담당한 국내 시험기관이 삼성전자와 밀접한 관계라는 논란과 관계가 깊다. 무려 20만 대에 달하는 테스트 규모와 각 기관의 세계적인 명성과 권위를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조사 결과는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하다는 것이 이날 행사 참석자들의 평가다.

 

삼성전자의 조사결과 발표에는 전 세계 내로라하는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 원인은 배터리, 범인도 배터리일까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배터리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미리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배터리를 납품한 삼성SDI와 중국 ATL에는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삼성전자가 내린 결론은 배터리 결함이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배터리 내부 단락이다. 배터리 내부에는 음극판과 양극판이 있는데 두 부위가 섞이지 않도록 분리막이 있다. 그런데 분리막이 얇아서 두 판이 연결되는 ‘단락’이 발생하고 이것이 발화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삼성SDI 배터리는 상단 코너의 눌림 현상으로 인해 얇은 분리막이 견디지 못했고, 중국 ATL 배터리는 비정상 융착돌기와 절연테이프 미부착으로 인해 얇은 분리막이 견디지 못했다.

 

즉 두 회사 배터리가 가진 공통적인 문제는 얇은 분리막이다. 그렇다면 두 회사는 왜 분리막을 얇게 만들 수밖에 없었을까.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제조사가 주문하는 규격에 맞게 생산된다. 즉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도록 각 부품사들이 제조해 납품하는 것이다. 갤럭시노트7에는 3500mAh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된다. 반면 내부 공간은 전작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 최대한 분리막을 얇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고동진 사장은 “배터리를 납품받을 때 분리막을 어떻게 만들어라 하는 식으로 세세하게 주문하지 않는다”며 “다만 이번 사고를 통해 분리막이 지나치게 얇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 삼성전자의 무리한 요구로 봐야 할지, 배터리 공급사의 안일한 납품으로 봐야 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확실한 사실은 삼성전자는 부족한 내부 공간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용량을 최대한 키우기를 원했다는 점이다.

 

배터리가 상단 코너가 눌리면서 얇은 분리막을 찢어 단락이 있어났다는 설명이다.


# 재발 가능성 없나

 

삼성전자는 올 봄 시즌 ‘갤럭시S8’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갤럭시 노트7의 발화원인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핵심 부품을 전담하는 전문팀을 구성하고 ‘8포인트 배터리 안전성 검사’ 프로세스 도입, 배터리 외부 전문가를 자문단으로 위촉하는 등의 방지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핵심은 삼성전자가 차기작에 무리한 배터리 용량을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 삼성전자는 아직 차기작 공개 이전인 만큼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날 발표 내용을 감안할 때 그 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진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다. 갤럭시S8은 제품에서 화면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욱 커질 것이 유력하다. 배터리 소모는 더욱 커지는데 공간은 그대로라는 이야기다.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리기는커녕 그대로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럭시S8에 갤럭시 노트7과 똑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해야 할 수도 있는 괴멸적 피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배터리 용량은 다소 줄이더라도 효율적인 전력 사용에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동진 사장은 “원점에서 총체적이고 깊이 있는 조사를 실시한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품 안전성에 있어서도 새로운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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