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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반이민·반세계화 흐름이 부각된 이유는?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은 세계화의 부작용 때문

2017.01.23(Mon) 10:05:06

2016년 여름 영국의 유로존 이탈 국민투표와 그해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를 겪으며, 세계 금융시장의 참가자는 자신들과 대중의 생각 사이에 아주 큰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계화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금융시장 참가자의 예상과 달리, 일반 대중은 그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음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왜 미국과 유럽 사람들은 ‘반(反)이민·반(反)세계화’를 부르짖는 정치인을 지지하게 되었을까? ​​

이 의문을 풀지 못하다가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였던 브랑코 밀라노비치가 쓴 책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2017년, 서정아 옮김, 21세기 북스)를 읽고서야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아래의 그림은 이른바 ‘​코끼리 커브’​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유명한데, 세계인을 1988년의 소득 기준으로 100분위로 나누고 이후 20년에 걸친 실질소득의 변화를 추정한 것이다.*

코끼리의 코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세계 최상위 1%, 즉 세계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6000만 명으로 이들의 실질소득은 20년간 65%나 증가했다. 반대로 세계 최상위 80~90%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실질소득의 증가가 별로 없어서, 코끼리의 입 부분에 해당된다. 그러나 다시 세계 소득 상위 75~55%에 해당되는 사람들의 실질소득은 가파르게 증가해, 코끼리 머리와 몸통을 구성한다.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하위 5%의 실질소득은 거의 늘어나지 않아, 코끼리의 꼬리에 해당되는 셈이다. 

<그림> 전 세계 소득 수준별 1인당 실질소득 증가율(1988~2008년). 자료: Lakner, Christoph & Milanovic, Branko(2013)


위 그림은 1988~2008년의 1인당 실질 가계소득의 상대적 증가율을 세계 소득 분포별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세계 소득 하위 10%는 이 기간에 38%의 실질소득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세계 최상위 1%는 65%의 실질소득 증가를 기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림> 코끼리 커브. 출처: http://chrisoestereich.com/Blog/dredgin
g-up-the-rubber-band-of-economic-inequality-and-the-bull
whip-curve/


이 그림들은 1988년 이후 세계경제에 두 가지 사건이 벌어졌음을 보여준다. 

첫 번째 사건은 세계가 굉장히 평등해졌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 소득 분포 기준으로 ‘중간값’, 즉 50%에 해당되는 사람들의 실질소득이 67%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상위 55%에 해당되는 사람들의 소득은 무려 76%나 증가했다. 세계 소득기준 50~55%에 해당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국과 인도에 살고 있으며, 세계화의 흐름 속에 중국과 인도 사람들이 가장 큰 이득을 보았으며 또 세계는 그만큼 평등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도 존재한다. 소득 상위 70%부터 시작해 95%까지는 소득이 지난 20년간 거의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8년 당시 소득 상위 70~95%는 결국 유럽과 미국에 살고 있는 선진국의 중산층과 하류층에 해당되는데, 이들의 실질소득은 20년 동안 거의 단 한 푼도 늘지 않았던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 이유는 바로 ‘세계화의 부작용’이다. 국경이 개방되면서 임금이 낮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물밀듯이 유입되며 ‘저숙련’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더 나아가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된 값싼 공업품이 수입시장을 잠식하자,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들은 중국이나 인도로 생산시설을 이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산시설의 이전 과정에서 핵심 기술보유자 및 연구개발 인력은 오히려 더 형편이 나아졌겠지만,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활수준의 극적인 저하를 경험했던 셈이다. 

특히 최근 들어 선진국 국민을 중심으로 ‘세계화’에 대한 저항이 높아진 이유는 아래의 그림에 잘 나타나 있다. 

<그림> 전 세계 소득 수준별 1인당 실질소득 증가율(1988~2008년 vs. 1988~2011년). 자료: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이 그림은 1988~2008년과 1988~2011년의 1인당 실질 가계소득의 상대적 증가율을 세계 소득 분포별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세계 소득 하위 10%는 1988~2008년 동안 38%의 실질소득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1988~2011년으로 시야를 바꾸면 60%에 가까운 실질소득 증가를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1988~2008년의 실질소득 증가율뿐만 아니라, 1988~2011년의 실질소득 증가율을 비교한 결과 흥미로운 현상 두 가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세계 최상위 1%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자산가격의 폭락 사태 속에서 줄어들어 선진국 내의 불평등은 줄어들었다. 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나 인도 등의 신흥국 경제가 훨씬 더 빨리 회복되고 또 부강해졌다. 

즉 2008년 위기는 ‘글로벌’ 위기가 아니라 ‘선진국’ 위기였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 중산층 및 하류층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화되고, 특히 소득 정체에 강한 반발을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꼭 국경을 봉쇄하고, 더 나아가 이민자를 추방하는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재정정책을 강화하여 ‘재분배’하는 것도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에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이 진행되는 등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반이민·반세계화 정책은 가장 즉각적인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낸 대안으로 부각된 셈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입장에서 미국과 유럽에 불어 닥친 ‘반이민·반세계화’의 태풍은 매우 큰 위협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왜 이런 흐름이 나타났는지를 잘 이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기에,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선물이라 생각된다. ​

*Lakner, Christoph & Milanovic, Branko(2013), Global income distribution: from the fall of the Berlin Wall to the great recession, Policy Research Working Paper Series 6719, The World Bank.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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