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7전 년 오늘, 2010년 1월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GS건설은 “2005년 10월 이천시 소재의 GS홈쇼핑 물류센터 신축공사현장 붕괴사고와 관련하여 당사는 2010년 1월 공시일 현재까지 관계기관인 서울특별시로부터 확정된 처분을 받은 바 없다”고 공시했다.
2005년 10월 6일 경기도 이천시의 GS홈쇼핑 물류센터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는 9명의 사망자와 5명의 부상자를 발생시킨 대형 사고였다.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작업 중 옥상 바닥의 구조물이 붕괴해 1~2층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들을 덮치며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의 사고는 엄연한 인재였다. 현장 관리자들이 설계서와 건설공사시방서에 따라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GS건설 현장소장, 협력업체인 삼성물산 대표 등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로 구속되었다.
물론 건설사 법인인 GS건설과 삼성물산에도 책임은 있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두 업체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대법원이 고용노동부가 요청한 처벌보다 훨씬 미약하게 GS건설 700만 원, 삼성물산 500만 원을 부과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2006년 정부가 광복절 61주년을 맞이해 발표한 특별사면 조치를 통해 사면된 것이다.
최근 10년간 정부가 시행한 건설관련업체에 대한 사면조치는 2006년, 2012년, 2015년 총 세 번에 걸쳐 이뤄졌다. 이천시 물류센터 붕괴와 같은 건설 사고를 포함해 대형건설사들의 입찰담합 등도 사면 대상이 되었다. 조달청이 발표한 자료만 봐도 2015년에 사면특혜를 받은 건설사의 72.7%는 대기업이다. 대기업 건설사에 대한 특혜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 공시 후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GS건설을 포함한 대형 건설사에서 발생하는 건설사고 현실은 나아짐이 없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2015년 493명, 2016년 9월 말 기준 399명으로 2012년 이후 최고수준이다.
또 지난해 안전보건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특히 GS건설은 30대 대형 건설사 중 사망자(23명)는 세 번째, 부상자(447명)는 첫 번째로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천 물류센터 붕괴사고라는 참담한 경험 뒤에도 여전히 안전문제에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고 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GS건설을 포함한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등 시공능력순위 10대 건설사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건설업계 사망자의 6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 전반으로 확대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지난 7일 발생한 종로구 낙원동 톰지호텔 철거 공사 중 인부 2명이 사망한 사건은 현장 상황을 감독하는 전문 관리자의 부재가 주요 원인이 된 ‘후진국형 재해’였다.
현행 건축법은 다중이용건축물의 감리자를 허가권자 대신 건축주가 지정하고 비용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즉 감리의 독립성이 보장되기 힘든 구조다. 심지어 2009년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된 ‘도시형생활주택’은 빠른 주택 공급을 이유로 아예 감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한편 건설재해 방지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발주자에게도 건설공사 분리 발주 시 안전업무를 총괄하는 안전보건조정자를 선임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조정자가 직접 사고 책임을 지지 않는 한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려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부딪혀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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