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경제 관련 부처 공무원들은 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설립한 ‘더미래연구소’가 내놓은 조직 개편안이 시중에 떠돌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러 부처가 언급됐지만 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지 간에 기재부와 미래부는 여러 부처로 분해될 것이 확실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부처에 몸담고 있는 공무원들이 조직 개편을 앞둔 민간기업처럼 자리 걱정을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들은 그동안 수차례 부처 개편에도 공무원 수는 늘어만 간다는 것을 몸으로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선 이후 설령 조직 개편이 있더라도 공무원 수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최대 승자는 공직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공직 사회에서는 다음 정권에서 여러 부처로 쪼개질 것이 확실한 부처로 기재부와 미래부를 꼽고 있다. 기재부는 예산과 세제에다가 정책까지 한데 묶이면서 국내외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공룡’ 조직이 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예산과 세제가 함께 있다 보니 방만한 재정 운용이 벌어졌고, 국가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는 것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때문에 과거처럼 예산을 독립적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래부의 해체 목소리는 더욱 높다. 미래부는 박근혜 정부 때 과거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의 업무를 합쳐서 신설된 부처다. 미래부는 박근혜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해왔던 ‘창조 경제’의 주무 부서였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미래부 자체가 이미 쑥대밭이 된 데다 성과도 눈에 띄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부 업무가 제조업 분야와는 동떨어져 있다 보니 정보통신기술(ICT)와 제조업을 결합한 ‘4차산업혁명’을 추진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 또한 그동안 장관이 줄줄이 ICT 쪽 인사들이 하면서 과학 분야가 무시됐고, 이는 대학과 기업의 기초과학 홀대로 나타나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에 이러한 정부 부처 개편론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지만 정작 공직사회는 조직 개편에 크게 떨지 않는 모양새다. 그동안 정권 교체가 수차례 이뤄졌어도 결국에는 공무원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현재 행정부처 공무원 수는 62만 8000명으로,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뒀던 2012년 말 61만 5000명보다 1만 3000명 늘어난 상태다.
이러한 상황은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됐다.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에 집권했던 김대중 정부는 ‘2원 14부 5처 14청’이었던 정부 조직을 ‘18부 4처 16청’으로 대폭 개편했다. 국가부도라는 상황을 고려해 1997년 말 56만 2000명이던 행정부처 공무원 수를 2000년 말에는 54만 8000명까지 줄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이후 행정부처 공무원 수는 슬금슬금 늘더니 임기 마지막 해인 2002년 말에는 56만 2000명으로 원상 복구됐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18부 4처 16청’이 소방방재청과 문화재청 신설로 ‘18부 4처 18청’으로 소폭 변경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공무원 수는 매년 늘어 2007년 말 60만 5000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60만 명을 넘어섰다.
이명박 정부는 ‘18부 4처 18청’이었던 정부 조직을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통합,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통합, 국가홍보처 폐지 등을 통해 ‘15부 2처 18청’으로 슬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공무원 수는 되레 늘어 2012년 말에 61만 5000명까지 증가했다. ‘17부 5처 16청’인 박근혜 정부에서 공무원 수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더 늘어났다. 올해는 이미 행정부와 지방직 등 전체 공무원 수를 1만 명 늘리기로 한 상황이기 때문에 조직 개편에도 자리 걱정을 할 공무원들은 거의 없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대선주자들이 일자리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기업을 압박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결국 늘어날 일자리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밖에 없다. 부처 개편이 어떻게 이뤄지든지 결국 공무원 증가로 결론이 날 것이다”며 “부처가 쪼개지면 오히려 부처 통합으로 발생했던 인사 적체나 내부 자리다툼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승진을 앞둔 공무원 중에는 은근히 부처 해체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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