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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문화계 블랙리스트 만든 불결한 자들, 북한이나 가라

그들의 무지몽매, 후안무치를 보면 분할 수밖에 없다

2017.01.17(Tue) 17:32:51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실재했다. 그런데, 과연 ‘문화계’는 설마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전까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 했을까? 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TV드라마 블랙리스트 로고.


그 전 정권이 들어설 시점부터, 소위 ‘반정부’ 계열의 예술가들은 눈에 띄게 지원 명단에서 누락되거나 불이익을 당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일은 그다지 은밀하게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이 땅에 있는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처음부터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았고, 정부의 문화계 지원에 많은 부분을 의존해오고 있었다. 갑자기 지원이 끊기고 생계가 눈앞에서 위협받는데 눈치채지 못할 사람이 있었을까. 그 불이익의 일정한 경향을 알아채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그것은 꾸준하게 지속되어 왔다. 

 

게다가 스케일을 보건대 누군가 체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명단을 관리하고 있고, 그것이 말단의 한두 사람이 아닌 윗선의 지시가 있었음을 어림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러던 중 이번 게이트와 더불어 이 리스트의 실체가 밝혀진 것이다. 

 

미리 짐작했음에도, 이 실재하는 명단의 디테일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도무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문학을 포함한 대부분의 예술은 실존하는 세상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신만의 견해나 해석으로 재창조하는데 바탕을 둔다. 

 

그 예술가가 세상을 이해하고 재해석하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긍정적인 면을 찾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대개 불합리하거나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맹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의 본질은 현실 안주가 아닌 세태 비판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정권이 보수적이건 진보적이건 간에 비슷한 경향을 띈다. 동서고금의 문학이나 고전까지 통틀어 보면, 지금 우리네 현실이 태평성대이며 자신은 현실에서 아무런 고뇌나 좌절 없이 배부르다고 주장하던 이름난 예술가가 있었던가. 그런 작품은 애초에 역사에 남을 예술로 성립되기 어렵다.

 

여기서 민주주의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신념을 가지는 것도 있지만, 타인의 말을 듣고 입장을 이해하는 것도 있다. 어차피 100%의 의견일치는 민주주의에서는 일어날 수도, 일어나서도 안 된다.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수의 의견을 귀담아들으며 대의적으로 나라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현대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의 헌법은 21조에 언론, 출판의 자유와 22조에 학문, 예술의 자유를 언급한다. 

 

이 자유가 없다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것이다. 또, 정치인이 자기와 의견이 다른 국민을 탄압한다면 그것은 독재를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예술가를 탄압하겠다는 발상부터 이미 그는 민주주의에 입각한 정치인이라고 규정하기조차 어렵다. 

 

앞서 말했듯 예술가적 본질은 현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면서 다른 시점이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예술가의 작품은 정치인의 현실인식과는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정치인은 이를 비판적인 시각의 하나로 참고하고, 다른 의견이나 목소리로 겸허히 받아들이며 자기 일을 묵묵히 수행하면 될 일이다. 이것이 헌법을 수호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교양 있는 정치인이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증거들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자들’의 의견을 자신이 가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말살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필경 예술이라고는 평생 근처에도 접근해보지 못했을 작자들이고, 자신의 권력을 지탱하는 것 외에는 뵈는 게 없으며, 멋없고, 경박하고, 천박하며, 비참할 정도로 아름답지 않은 자들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미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전달되어 오는 예술, 이들은 현실이 태평성대라고 주장하는가? 당연히 아니다. 이 고급 문학에는 훨씬 날카롭고 세태 비판적인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목소리를 균형적으로 수용하며 널리 퍼뜨릴 수 있는 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이번 증거에서 우리나라가 행한 바는, 정확히 정반대이다. 이렇게 자국의 문화예술을 내용면에서 통제하고 불이익을 주는 유명한 두 나라를 우리는 알고 있다. 중국과 북한이다. 그러니 예술을 이딴 방식으로 접근해 받아들이는 자들이라면, 정치란 것을 당장 그만두든지, 아니면 제발 중국이나 북한에 가서 서로의 입맛에 맞게 정치했으면 좋겠다. 2017년 민주주의 국가에 있기에 그들은 너무 불결한 자들이다.

 

‘꼰대’를 대중들이 왜 싫어하는가. 일반적으로 타인의 의견이나 심사를 존중하지 않는 점과, 예술적인 생각이라고는 전무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자기가 지배하고 있는 세상이 온 우주의 전부라 믿으며 자기가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을 얼마든지 조종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블랙리스트의 디테일을 보며, 나는 이들이 정말로 나라와 온 국민을 통째로 조종할 수 있다고 믿어왔음을 확신했다. 그러니, 이들은 대국민을 상대로 ‘꼰대짓’을 해온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이 2017년까지도, 나도 모르게 내 머리를 밟고 있노라 여겼을 생각을 하니, 그리고 그들이 이처럼 후안무치하고 무지몽매한 자들이었다니, 그 심경이 이렇게 분할 수가 없다.​ 

남궁인 응급의학과 의사 · ‘만약은 없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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