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부터 경제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가장 전망하기 힘든 게 바로 부동산 시장이다. 한국 부동산시장의 변화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거시경제변수, 이를테면 경제성장률이나 이자율의 변화가 한국 부동산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래에는 ‘금리’와 한국 주택가격의 관계가 표시되어 있는데, 예상과 달리 이자율의 변화가 주택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예를 들어 2002~2004년에는 국채 이자율이 7%에서 3%대까지 떨어졌지만, 주택시장은 내내 힘든 시기를 보낸 바 있다. 반면 2005~2008년에는 이자율이 급등했지만 주택시장은 지난 10년 중에 가장 강력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 덕분에, 누군가 “올해 주택가격이 어떻게 될까요?”라고 질문하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읽은 김효진 이코노미스트의 책 ‘나는 부동산 싸게 사기로 했다’(2016년, 카멜북스)에서 부동산시장 전망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김효진 이코노미스트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한국은 2000년대 이후 세 번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 세 번은 2004년의 카드 버블 붕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3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였고 경기침체의 영향은 곧장 부동산으로 이어졌다. (중략)
2004년, 2009년, 2013년의 변곡점을 데이터와 함께 살펴보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거나 상승하는 데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중략) 결론부터 말하자면 2000년대 이후 한국 부동산에 사이클을 만들었던 것은 공급이었다.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늘어나는 때는 오히려 집 사기를 피해야 하는 시기이며, 부동산가격 상승률이 둔화되며 공급이 줄어드는 때에는 오히려 눈여겨봐뒀던 집을 사야 하는 시기라는 점, 반드시 기억하자.
실제로 아래의 그림은 한국 주택공급과 주택가격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주택착공과 주택가격의 변화가 매우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그 이유는 한국 주택시장의 공급이 매우 탄력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4년을 보면, 카드버블이 붕괴되며 경기가 나빠졌고 정부와 건설업체의 주택공급이 급감했다. 그러나 카드위기가 지난 후 ‘중국 수요’에 힘입어 강력한 경제성장이 발생하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은 빠르게 상승했다. 주택가격 상승에 반응해 주택착공이 신속하게 늘어났으며, 2년이 지난 2006년을 고비로 주택입주가 증가하며 주택가격의 급등세가 꺾였다.
2013년 역시 마찬가지다.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경기가 나빠지고 주택착공마저 급감하자, 실수요자의 주택 매수가 나타나며 부산 등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이 나타났다. 주택가격이 반등하자, 즉각 주택착공이 증가했으며 2년이 지나 입주 물량이 늘어나며 주택가격은 다시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최근 주택착공 건수의 감소는 주택시장에 매우 큰 호재라 할 수 있다. 당장이야 2013년부터 급증한 주택착공 물량이 계속 ‘입주’로 연결되기에 가격의 탄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지만, 1~2년 뒤에는 다시 주택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주택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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