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걸그룹의 2016년, 그리고 2017년

2016년은 완벽한 세대교체의 해였다. 명실상부 걸그룹 원탑인 소녀시대는 공백기였고 ‘음원깡패’ 씨스타는 주춤했다. 대세로 올라설 수 있던 AOA는 ‘역사논란’으로 인해 멈칫했다. 소위 ‘4세대 걸그룹’이라 불리는 ‘트와이스-여자친구-마마무-레드벨벳’이 대세임을 증명했다. 오늘은 4세대 걸그룹 ‘레트여마’의 2016년을 알아보자.

“2008년엔 원더걸스, 2016년엔 트와이스!”

2016년은 트와이스의 해였다. 멜론 연간 차트에서 ‘CHEER UP’은 1위, 데뷔곡인 ‘OOH-AHH하게’는 9위를 차지했다. 10월 말에 내놓은 세 번째 싱글 ‘TT’ 연간 차트에서 36위를 차지했다. 앨범 판매량도 압도적이다. 올해 발매한 싱글 앨범 2장의 총 앨범판매량이 53만여 장이다. 음원 시대에 음반이 50만 장 넘게 팔리는 걸그룹이 존재할 수 있다니, 말도 안 된다.

2015년 10월에 데뷔해 멜론 차트와 가온 차트를 씹어 먹었으니 명실상부 4세대 걸그룹의 끝판왕이다. ‘혜자이스’라고 불릴 정도로 팬서비스도 좋고 멤버별 개성이 뚜렷해 그룹 팬덤뿐만 아니라 멤버별 팬덤도 굳건하다. 팬덤 규모를 증명하는 음반 차트에서 걸그룹 1위, 대중성을 증명해주는 음원 차트에서는 전체 1위를 먹었다.

누가 뭐라 해도 2016년은 트와이스가 왕좌에 등극하는 해였다. JYP 엔터테인먼트의 정수가 담겼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완벽한 기획력을 뽐내고 있는 것이 특장점이다. 즉, 노래 한두 개의 요행이 아니라 탄탄한 기획력으로 일궈낸 성공이란 뜻이다. 게다가 멤버별 팬덤도 튼튼해 한두 명에게 인기가 집중되는 현상도 없다. 멤버 모두가 그룹의 에이스인 셈이다. 2017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정규 1집 역시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원만큼은 우리가 1등!”

누가 예상했을까. 듣도 보도 못한 중소기획사의 아이돌이 3대 기획사의 정수가 담긴 걸그룹에 이어 2인자가 될 줄이야. 여자친구는 트와이스에게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그룹임을 증명했다. 세 번째 싱글 타이틀곡인 ‘시간을 달려서’가 멜론 연간 차트에서 ‘CHEER UP’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2015년 여름에 낸 싱글 ‘오늘부터 우리는’은 2016년 멜론 연간 차트에서 20위를 기록했다. 가온 차트의 음원 매출에선 트와이스를 제치고 걸그룹 1위를 기록했다. 여자친구는 콘셉트와 노래가 좋으면 사이즈가 작은 기획사에 속한 아이돌이라도 걸그룹의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준, 노력의 예시다.

‘학교’ 콘셉트 3연타인 ‘유리구슬’-‘오늘부터 우리는’-‘시간을 달려서’는 콘셉트 하나만으로 대중의 관심을 얻고, 좋은 노래로 대중의 마음을 잡은 훌륭한 사례다. 여고생 차림으로 터프한 춤을 추는 걸그룹은 듣도 보도 못한 콘셉트이기도 하다. 게다가 멤버 한 명, 한 명의 매력을 살려주는 안무와 노래배분까지 있으니 성공할 수밖에 없는 그룹이다.

비록 정규 타이틀곡 ‘너 그리고 나’가 직전 싱글인 ‘시간을 달려서’보다 성적이 좋진 않았지만, 이름에 맞는 발랄한 노래로 대중들에게 여자친구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다음 콘셉트가 기다려진다.

“음원깡패? 우리를 보고 하는 말이지.”

걸그룹이 ‘믿고 듣는’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는 어렵다. 걸그룹의 특성상 팬덤 확보가 우선이기에 대중성을 갖춘 노래보다는 팬심을 자극하는 콘셉트 송을 만들기 때문이다. 팬들을 제외하면 다소 오글거리는 가사를 싫어할 수도 있다.

어린 나이에 특정 콘셉트와 장르를 위주로 훈련시키는 아이돌 연습생의 특성상 소화할 수 있는 음악의 폭이 좁기도 하다. 하지만 마마무는 다르다. 마마무는 ‘믿고 듣는 마마무’, ‘믿고 보는 마마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확고한 대중성을 가졌다.

2016년 3월에 낸 싱글 ‘넌 is 뭔들’은 멜론 연간 차트 15위에 올랐으며 가온 차트 기준으로 2016년 걸그룹 음원 매출에서 트와이스와 여자친구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음반 매출 역시 에이핑크를 이기고 5위를 기록하는 등 어린 걸그룹과 비교해 팬덤 규모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트와이스와 다르게 데뷔 리얼리티를 하지도 않았고, 여자친구처럼 체계적인 콘셉트를 갖지도 않았다. 명실상부 히트곡 제조기인 김도훈의 제작과 멤버들의 실력 그리고 무대에서의 ‘비글미' 만으로 마마무는 음원깡패에 등극했다.

음원깡패의 선배격인 씨스타가 주춤하는 사이에 음원깡패 타이틀을 뺏어왔다. 2016년 말에 내놓은 싱글 ‘데칼코마니’에서 비글미뿐만 아니라 섹시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멤버 개개인이 랩과 보컬 모두 가능해, 추후 유닛 활동과 솔로 활동이 기대된다.

“대중성까지 갖추면, 우리가 바른다.”

걸그룹에도 금수저가 있으면 믿을 수 있을까? 레드 벨벳은 타고난 금수저 아이돌이다. 한국대중음악사를 통틀어 최고의 기획사로 손곱히는 SM엔터테인먼트의 적장자이기 때문이다. 소녀시대와 F(X)에 이어 내놓은 걸그룹으로 SM의 기획력과 음반 프로듀싱 능력이라는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하지만 4세대 걸그룹 중 가장 뒤쳐지고 있다.

2016년 9월에 낸 싱글 ‘러시안 룰렛’은 멜론 연간 차트에서 45위에 머물렀으며 2016년 3월에 내놓은 ‘7월 7일’은 연간 차트 TOP 100에 들지도 못했다. 가온 차트의 음원 매출 분야에선 신인인 블랙핑크에도 밀려 5위를 기록했다. 3대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 걸그룹 계보의 적장자인 것을 감안하면 만족스럽지 않은 수치다.

다만, 가온 차트의 음반 매출 부분에서 걸그룹 중 3위를 기록했다. 앨범 판매량이 실제 활동 중이고 적극적인 팬덤의 규모를 의미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코어 팬덤은 튼튼하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앞으로의 전망은 밝다.

지난해 9월에 낸 ‘러시안 룰렛’이 대중성과 개성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중성을 놓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던 레드 벨벳이기에 ‘러시안 룰렛’에서 보여준 변화는 레드 벨벳의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7년은 중소 걸그룹의 난립과 대형 걸그룹의 헤게모니 다툼이 동시에 벌어질 것이다.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블랙핑크가 컴백할 것이며 I.O.I로 활동했던 멤버들이 각자의 소속사에서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트와이스는 2017년에 정규 1집을 낼 것으로 보이며 여자친구와 마마무 그리고 레드 벨벳도 싱글 앨범을 내고 방송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주목할 점은 어떤 걸그룹이 패권을 쥐느냐만큼이나 그들이 어떤 콘셉트로, 어떤 기획으로 패권을 쥐냐이다. 원더걸스가 2008년 헤게모니를 쥐며 후크송과 걸그룹의 시대가 시작된 것처럼 2017년 어떤 걸그룹이 헤게모니를 쥐냐에 따라 후배 걸그룹들의 콘셉트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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