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8대의 중국군 군용기 떼로 몰려와 이어도 인근 해상을 거쳐, 대한해협을 지나 독도근처까지 비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군용기 가운데는 중국군의 폭격기 ‘홍(轰)-6’가, 포함되어 충격은 더했다. 언론에서는 사드 한반도 배치의 여파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훈련의 성격을 살펴보면 단순히 사드에 대한 반발로 보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너무 많다.
#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 진행
9일 오전 중국의 상해 인근 따창전(大场镇) 비행장에서, 중국해군 동해함대 소속의 홍-6G 폭격기 6대가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했다. 비슷한 시각 중국 산동반도와 장수성에 위치한 중국해군 비행장에서 ‘윈(运)-8’ 해상초계기와 ‘까오신(高新)-8’ 전자정찰기도 이륙해, 우리측 방공식별구역이 위치한 이어도 남쪽해상으로 향했다.
약속된 지점에서 만난 이들 비행기들은 이후 편대를 이루어 비행을 시작했고, 5일 일본 북쪽의 쓰가루해협을 지나 동해에 진입한 중국해군 북해함대의 호위함들과 만나 독도 인근해상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이상은 일본의 합동참모본부인 통합막료감부가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9일의 중국해군 훈련상황을 정리해 본 것이다. 중국 해군의 동해 진출은 지난 2016년 1월부터 시작해 벌써 세 번째에 이르고 있다. 세 차례의 훈련은 묘하게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중국해군이 주도하고 있으며 북해함대와 동해함대가 합동으로, 해상과 공중에서 입체적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 정말 사드때문인가
중국군 군용기의 동해진출은 지난 2016년 1월 31일 이후 본격화되었다. 특히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드(THAAD) 배치는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후 시작되었다. 이후 7월 8일에는 국방부가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하여, 한미 간 합의가 완료되었음을 공표하였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8월 18일과 19일에는, 이번 비행에도 출동했던 홍-6G 폭격기가 처음으로 이틀간에 걸쳐 동해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국방부는 그동안 일관되게 한반도 사드배치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바 있다.
또한 중국 정부의 입김을 받는 군사전문가들도 강경한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와 관련, 중국측 관계자는 한반도에 주한미군의 사드가 반입되면 그에 상응하는 중국군의 군사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예들 들어 서해 해상으로의 갑작스런 탄도미사일 발사라든지 혹은 사드 레이더에 대한 전자전 공격 등을 꼽고 있다.
# 동해를 노리는 진짜 속셈은
그러나 두 차례 훈련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중국해군의 홍-6G는 지상공격보다는, 원거리에서 대함미사일을 발사해 적 함선을 공격하는 폭격기이다. 직접적으로 사드를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또한 윈-8 해상초계기와 까오신-8 전자정찰기의 경우 먼 거리에서 적의 함선을 탐지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이번 훈련의 성격상 사드보다는 유사시 동해상에서 작전 중인 미 해군의 항모전단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특히 최근 중국군은 제1도련에서의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말로 따오련(岛链)이라 불리는 도련은 지난 1982년 중국해군사령관인 류화칭(刘华清)이 설정한 해상 방어선으로, 태평양의 섬을 사슬처럼 이은 가상의 선으로 중국 해군의 작전 반경을 뜻한다. 중국 근해인 제1도련은 쿠릴열도~오키나와~타이완~필리핀~보르네오를 연결하는데,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동·서·남해가 포함되어 있다.
이 밖에 중국해군이 보유한 전략핵잠수함은 미·러 전략핵잠수함에 비해, 탑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즉 SLBM의 사거리가 비교적 짧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가까운 태평양 인근 해상으로 진출해야 하는데, 중국해군 북해함대에 소속된 전략핵잠수함의 경우 동해를 지나 북태평양에 접근해야만 미국전역을 핵 공격할 수 있다.
미·중 간의 갈등이 심화될수록, 중국의 입장에서는 동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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