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창업자인 조중훈 회장은 25세에 트럭 한 대를 가지고 인천에서 한진상사를 설립했다. 이후 한진상사는 미8군의 물자수송을 전담하면서 기반을 마련하게 됐고, 조 회장의 뚝심과 노력으로 지금의 한진그룹까지 사세를 키웠다. 현재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한진해운, 한진, 인하대학교, 인하대학교병원 등 4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한진그룹의 사옥은 서울시 중구 소공동에 위치해 있다. 서울의 안산(案山)인 남산의 생왕(生旺)한 지맥은 우리은행 본점에서 신세계백화점 본점, 한국은행을 지나면서 조선호텔에서 멈춘다. 중간에 횡룡(산줄기가 진행하다 나뉘면서 방향을 바꾸는 곳)으로 만들어진 터에 명동성당이 서있는데, 이런 점에서 한진그룹 사옥은 배산임수의 지세에 의지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지맥은 지기(地氣)의 기운이 왕성한 곳이다. 시작점인 현 우리은행본점은 조선시대 정광필대감이 살던 회현방(會賢坊) 자리다. 열네 명의 정승이 나올 것이라 예언된 명당이다. 실제로 정광필 대감의 후손에서 열두 명의 정승이 배출됐고, 정유길의 외손인 안동 김 씨에서 우의정 김상용과 좌의정 김상헌도 이집에서 태어났다.
조선호텔이 있는 터는 조선시대에 천제(天祭)의식을 치르던 원구단이 있던 곳이다. 고종이 황제즉위식을 치르기도 한 이 터는 명당 중의 명당이다. 이 기맥의 힘을 우리은행 본점, 신세계 본점, 롯데백화점, 한진 등이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도 이 기맥의 힘을 빌리고 있다.
한진그룹 사옥의 좌향은 술좌진향겸괘(戌坐辰向謙卦)다. 동양학에서는 술방(戌方, 서북방)과 진방(辰方, 동남방)을 괴강(魁剛, 최고 우두머리)의 기운으로 풀이한다. 나쁠 경우 괴강살(魁剛殺)이라 하여 매우 흉악한 사건을 일으키는 기운으로 본다. 반대로 좋을 경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을 상징한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겠지만, 태평로의 삼성본관빌딩도 같은 좌향이다.
한진그룹 사옥의 건물 형태는 매우 방정한 모습을 띄고 있다. 풍수적으로 볼 때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안정된 기반 위에서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의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서소문에 위치한 대한항공 건물은 덕수궁의 앞마당인 명당에 자리해 있다. 서울 전체의 풍수로 볼 때 서울의 백호인 인왕산을 주산으로 만들어진, 봉황이 알을 품는 기운이 따듯한 터에 세워졌다. 사각형의 방정한 형태도 문제 삼을 게 없다. 한진그룹 사옥만큼이나 풍수적으로 매우 좋다.
하지만 명당의 기운이 영원할 수는 없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물의를 일으킨 ‘땅콩회항’ 사건을 지켜보면서 새삼 풍수의 중요성을 느꼈다. 이는 땅의 기운이 대한항공에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시류의 흐름을 읽는 CEO(최고경영자)의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한진해운의 본사는 여의도에 위치해 있다. 여의도는 행주형(行舟形·물에 떠있는 배의 형상으로 풍수에서는 재운이 매우 왕성한 자리로 해석)으로 해운업에 매우 부합되는 자리다. 한진해운의 건물 역시 나무랄 곳 없는 방정한 형태의 건물이다. 터의 기운을 받아 한진해운이 세계적인 해운사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8운(풍수에서 2001~2023년을 말함)이 들어서면서 한진해운 사옥의 전면과 측면에 대형빌딩들이 들어섰다. 이로써 전면의 기운이 막히고 말았다. 또 북쪽의 IFC몰 건물과 서쪽의 SK트레뉴 건물이 한진해운 사옥을 내려다보는 형상을 띄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이 두 곳의 기운이 오황살(五黃殺)과 병부성(病府星, 5와 2)의 흉살(凶殺)을 가지고 있다.
풍수에서는 오황살과 병부성의 기운이 모이는 곳을 도처장벽(사방이 장벽에 가로막혀 모든 일이 막힌다)이라 해석한다. 고서에는 ‘쟁송이 끊이지 않는다’고 쓰여 있다. 물론 한진해운이 몰락한 건 경영상의 문제가 크겠지만, 풍수적으로 해석하자면 이 두 기운이 한진해운의 오늘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 미리 대비책을 강구했다면 지금의 이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신석우 풍수지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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