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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퇴족, 우리는 편의점으로 퇴근한다

불황 속 소소한 소비로 만족감…“업무 지장없이 피로 풀고 싶어”

2017.01.12(Thu) 18:08:34

퇴근길 편의점 쇼핑으로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편의점으로 퇴근하는 사람’을 뜻하는 ‘편퇴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이를 놓고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과 함께 젊은 세대의 달라진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는 독특한 현상이라는 의견이 공존한다. 

 

퇴근 후 편의점 쇼핑으로 고단함을 달래는 ‘편퇴족’이 늘고있다. 사진=비즈한국DB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4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4.9%의 직장인이 자신을 편퇴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86.1%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향후 편퇴족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이들 중 가장 많은 응답자가 1인 가구의 증가를 그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편의점 CU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저녁 시간대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32.1%로 하루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소량 구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점은 편퇴족이 증가한 주요 원인이다. ‘편의점 마니아’라는 직장인 우현영 씨(여·29)는 “대형마트가 편의점보다 확실히 저렴하지만 묶음 판매 제품이 많아 혼자 살 때에는 음식이 남게 된다”며 “또 가격이 얼마 차이 나지도 않아 가까운 편의점을 두고 굳이 먼 대형마트에 갈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간편한 식사를 추구하는 싱글족의 성향도 혼자 사는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편의점을 찾는 이유다. 직장인 남성 A 씨는 “혼자 먹자고 지친 몸으로 장 보고 음식 만드는 건 어렵다. 또 만들다 보면 한 사람분으로 양을 맞출 수도 없다”며 “즉석 찌개류도 전자레인지로 3분이면 조리할 수 있고 종류도 다양해서 일주일에 세네 번은 사 먹는다. 5000원이면 도시락에 입가심용 음료도 마실 수 있고 1인 기준 포장인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A 씨의 설명대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삼각김밥과 컵라면 정도로 대표되던 편의점 음식은 종류와 질적인 측면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이루었다. 특히 자체 브랜드 상품(PB)의 활약이 독보였다. 이미 세븐일레븐의 ‘혜리 도시락’, GS25의 ‘김혜자 도시락’ CU의 ‘백종원 도시락’과 더불어 전국 맛집 라면 등이 가격 대비 뛰어난 맛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많은 직장인은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부담없이 하루의 고단함을 풀고자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안주를 구매한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술 한잔으로 피로를 풀고 싶지만 왁자지껄한 술자리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도 편의점은 가장 만만한 선택지다. 앞의 우 씨는 “스트레스를 풀고자 한잔하고 싶어도 술자리를 만들면 아무래도 다음날 업무에 지장이 있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며 “요즘 편의점에서 다코야키, 닭강정 등 다양한 종류의 1인용 야식이 잘 나와 부담 없이 맥주와 곁들이기 좋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편퇴족이 증가는 ‘혼밥족’, ‘혼술족’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혼자 먹고 마시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은데도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공간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직장인 오 아무개 씨(여·25)는 “유럽여행을 하면서 참 부러웠던 게 직장인들이 포근한 분위기의 동네 펍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느낌의 주점은 합정, 이태원 등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지역에만 겨우 있을 뿐이다. 대부분 ‘차려입고 가야 할 것’ 같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피로를 풀기에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편퇴족의 증가는 소소한 소비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는 젊은 층들의 새로운 소비 패턴과도 관련 있다. 비싼 돈을 들일 수는 없지만, 소비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드러그스토어, 저가 생활용품점, 편의점 등에서 몇천 원 단위의 쇼핑을 하며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소소하게 낭비하는 재미’를 뜻하는 ‘탕진잼’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편의점, 드러그스토어, 저가 생활용품점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 업계이며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고 비교적 가격대가 높지 않아 부담 없이 소비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한 직장인 여성은 “편의점과 드러그스토어는 딱히 살 게 없더라도 퇴근길에 습관적으로 한 번씩 들른다.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으니 신상품이 나오면 재미로라도 하나씩 산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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