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으로 선정됐다. 신규 면세점 입찰에 참여했던 HDC신라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신규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주식시장에서는 큰 파동이 있었다. 신규 면세점으로 선정된 사업자 관련 기업의 주가는 폭등했고, 반대로 입찰에서 탈락한 사업자 관련 기업의 주가는 폭락했다.
이번 시간에는 ‘사후면세점’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우선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전면세점과 사후면세점의 차이에 대해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사전면세점은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 모두 이용이 가능하며,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관세 면세 혜택을 제공한다. 반대로 외국인 관광객만 이용할 수 있는 사후면세점에서는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만 면제받을 수 있다. 관세 혜택 여부에 따라 면세점을 구분할 수 있는데, 이론상 국내 제품의 경우 가격의 차이는 없다.
사업주 입장에서 두 면세점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면 사전면세점은 허가 사업이고, 사후면세점은 신고 사업이다. 기업이 아닌 개인이라 하더라도 의지만 있다면 사후면세점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 최근 서울시내 면세점의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것도 사전면세점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서울시내 면세점이 선정되자마자 강세를 보이던 주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크게 떨어졌다. 당시 언론에서는 시내면세점 사업이 큰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도했고,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롯데면세점이 사업권을 획득했다는 각종 의혹도 불거졌다.
신고 사업인 사후면세점에는 이미 1만여 개의 업체가 진입해 있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코스닥 기업들이 신규 사후면세점 사업장을 열지 않고, 기존 사업장을 인수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빠른 사업 성장을 위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사업장 인수가가 적정한지는 의문을 가져볼 만하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의 평가의견서를 꼼꼼하게 읽어보다 보면 코스닥 법인의 사후면세점 인수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 평가서에는 각종 회계 관련 전문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기업의 인수가를 정당화 시켜주는 용도로만 활용될 뿐 사업장의 실질 가치와는 거리가 먼 사례가 눈에 띈다.
사후면세점 사업의 가치 평가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을 들여 인수한 사업장이 임대 사업장이라는 점이다. 반드시 내 건물에서 장사할 필요는 없지만 투자금 대비 효율을 따지자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다음은 사후면세점의 구조상 문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사후면세점에서는 관세를 면제받지 못한다. 따라서 수입품 보다는 국내 제품이 주로 판매된다. 대게 사후면세점은 관광지 인근에 위치해 있고, 주 고객이 단체 손님이다. 이 중간에 여행사가 20%, 여행가이드가 10% 이상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근거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실제 제품의 원가는 매출액의 5~10% 수준일 것이다. 수치상 사업성이 매우 좋아 보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를 면제받고도 비싼 값에 물건을 살 수밖에 없다.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면제 혜택이 부각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후면세점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제품은 개별소비세가 붙지 않는 제품으로, 면세되는 세금은 제품가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가 전부다. 결국 10%의 부가가치세를 줄이기 위해 수십%의 수수료를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지급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까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사후면세점 사업자가 주식시장 참가자들에게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면, 이건 큰 문제가 아닌가.
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마지막으로 조언하는 이 내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우선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사후면세점을 인수한 사업장의 주가가 예상과는 반대로 매출 및 이익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문제의 책임을 주주들에게 떠넘긴다. 상장사의 투자 활동을 투자자와 경영진들에게 자율적으로 맡기는 감독당국의 감시가 절실해 보인다.
강현수 주식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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