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자는 어린 시절 ‘스타워즈’에 빠져 살았던 덕후다. 이에 해당 글에서는 첫 스타워즈 스핀오프 작품에 대한 애정과 실망감이 오락가락 묻어나오고 있다. 또한 스포일러 역시 포함돼 있다.
“한 편도 안 봤어도 즐길 수 있는 첫 번째 스타워즈가 온다. 당신의 첫 번째 스타워즈는 ‘로그 원’으로 시작하라.”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가 지난해 12월 28일 국내 개봉하며 내세운 홍보문구다. 앞서 극장에 걸린 기존 ‘스타워즈’ 시리즈 7편이 한국에서 흥행에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는 점을 다분히 의식한 듯 보였다. 그러나 이번 ‘로그 원’을 보면서 배급사의 홍보와 달리 기존 스타워즈 시리즈를 섭렵하지 않는다면 과연 이번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스타워즈 첫 스핀오프 작품인 만큼 ‘로그 원’은 기존 시리즈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변화는 오프닝부터 감지된다. ‘루카스필름’ 로고가 나오고 ‘오래 전 멀고 먼 은하계에서(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자막이 등장한다. 그럼 스타워즈 팬들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뒤이어 웅장한 주제곡과 함께 우주를 배경으로 앞서 전후 사정을 설명하는 노란색 자막이 올라오길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이번 ‘로그 원’은 이런 기대를 보기 좋게 배신한다. 곧바로 우주선이 등장하더니 주인공 진 어소(펠리시티 존스 분)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시작한다(물론 그 시퀀스가 끝나면 클래식한 노란 글씨로 ‘로그 원’ 제목이 올라오긴 한다).
하지만 이런 기존 시리즈와 차별성이 ‘로그 원’에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 앞서 이야기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되면 주변상황 배경 설명 따위는 없이 진 어소와 반군의 대위 카시안 안도르(디에고 루나 분)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거침없이 진행된다. 따라서 앞서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지 않은, 전체 스토리를 잘 모르는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동안 도대체 왜 제국군과 반군이 갈라져 싸우는지 역사적 배경을 전혀 이해하기 힘들 것처럼 느껴졌다.
일각에서는 기존 스타워즈 세계관에 전쟁 첩보영화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그 원’을 보고 과거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새벽의 7인’이 떠올랐다는 이들도 있었다. 실제 영화의 마지막 진과 카시안이 미션을 완수하고 서로 껴안은 채 죽음을 기다리는 장면은 ‘새벽의 7인’에서 두 주인공이 나치군에 포위돼 지하실에서 서로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자살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이런 첩보영화에서는 이들의 갈등이 왜 촉발됐는지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로그 원’에서는 이런 설명이 부족했다.
이에 ‘로그 원’도 이전 시리즈들처럼 영화 시작 부분에서 “클론전쟁 종결과 황제의 등장으로 오비완 케노비는 종적을 감췄고 제다이는 사라졌다. 황제의 독재에 반기를 든 공화정주의자들은 반군을 결성해 제국에 대항했다” 식으로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 이후 상황을 언급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어 ‘로그 원’은 제다이가 등장하지 않는 첫 스타워즈 작품이다. 물론 황제와 다스 베이더의 등장으로 다른 제다이들은 모두 죽고 오비완과 요다는 잠적, 루크 스카이워커는 사건의 전면에 등장하기 전인 시대적 상황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스타워즈’가 다른 SF영화들과 구별지을 수 있는 점은 제다이와 라이트세이버(광선검)이다. 제다이가 나오지 않는 게 ‘로그 원’의 약점으로 작용한다. 광선검이 없다보니 영화의 액션이 시작부터 마지막 시퀀스까지 서로에게 광선총을 쏘아대는 것이 전부다. 그러다보니 액션이 직선 움직임에서 큰 변화를 못해 단조로웠다. X-윙, 타이파이터, AT-AT 등 추억의 전투기가 등장해 전투를 벌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스타워즈라는 꼬리표를 제거하면 이미 다른 할리우드 영화에서 익숙하게 봐온 전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관객들 중에는 영화 마지막 30분의 전투장면이 스타워즈 시리즈 중 역대급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2시간 동안 비슷한 액션과 동선을 봐왔기에 큰 울림을 주지는 못했다.
또한 제다이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로그 원’에서는 앞서 주인공 진과 카시안 뿐만 아니라 치루트 임웨(견자단 분), 베이즈 말버스(강문 분) 등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부여된 역할이 적고, 그만큼 개성을 표현할 시간이 없어 극의 재미를 크게 살리지 못했다.
다만 영화의 마지막 다스 베이터가 반군 전함에 올라타 어둠 속에서 나타나 반군을 제압하며 광선검 칼춤을 추는, 원조팬들에 대한 팬서비스(?)와 같은 장면이 나오기는 한다.
이처럼 ‘로그 원’은 기존 시리즈와 선을 긋고 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이전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스카리프 행성의 시타델 타워에서 진 어소와 카시안이 기록실의 수직으로 솟은 기록보관함에 매달려 있는 장면은 ‘에피소드4-새로운 희망’의 데스스타 탈출 장면이나, ‘에피소드5-제국의 역습’ 다스 베이더와 루크의 결투 중 다스 베이더의 충격적 고백 장면을 연상한다.
이어 밖에서 벌어지는 스카리프 행성 전투는 ‘에피소드6-제다이의 귀환’ 마지막 엔도 행성 전투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또한 야빈 행성의 반군 연맹 사령부는 세트를 ‘에피소드4-새로운 희망’에 등장하는 모습으로 그대로 재현했다. 레아 공주를 비롯해 연합군의 지도자들도 CG 등을 이용해 과거 배우들의 모습을 최대한 구현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데스스타의 설계도를 손에 넣은 레아 공주가 다스 베이더를 비해 연합군 전함에서 비상 탈출하는 우주선은 ‘에피소드4-새로운 희망’ 오프닝에 나오는 바로 그 우주선이다. 따라서 스타워즈 팬들이라면 ‘로그 원’ 마지막에 레아 공주가 새로운 희망을 품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곧바로 다스 베이더에게 잡힐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로그 원’ 곳곳에 배치된 장치는 기존 시리즈를 보지 않으면 찾아보는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런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로그 원’은 기존 스타워즈 시리즈와 달리 흥행조짐을 보이는 듯 했으나, 개봉 2주차인 지난 11일 기준 누적관객 100만을 겨우 넘기는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다.
디즈니 측은 앞으로 스타워즈 에피소드8과 에피소드9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남은 두 편은 한국에서의 흥행 저조 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까.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