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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7 3대 트렌드#2] 가전, ‘말’이 통하는 진화

제조사 장벽 허물고 협업으로 ‘기술을 완성하려는 목적’에 근본적으로 접근

2017.01.12(Thu) 00:09:10

이번 CES에서 아마존과 구글은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주목받았다. 이 두 회사는 직접 전시장에 부스를 마련하지 않았지만 어디에서든 고개를 돌리면 눈에 띄었다. 바로 아마존의 음성 인식 솔루션인 ‘알렉사’, 그리고 구글의 ‘어시스턴트’가 가전 곳곳에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알람닷컴의 스마트 가전 시스템. 오른쪽 동그란 원통 모양의 아마존 에코에 이야기하면 집안에 불을 켜고, 문을 잠그는 등 제어를 할 수 있다. 사진=최호섭 제공


미국에서는 CES에서 알렉사가 주목받고 있다는 내용의 뉴스가 방송되면서 알렉사 기반의 홈 어시스턴트인 ‘아마존 에코’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시연을 방송하자, 각 가정에 있는 에코가 모두 동시에 물건을 주문하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그야말로 음성 인식 기술의 부흥기를 보여주는 며칠간의 경험이었다.

 

음성 인식 기술은 꽤 오래전부터 주목 받아왔다.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 방식은 바로 말이기 때문이다. 기계에게 말로 명령을 내리는 것에 대한 편리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관심에 비해 기술의 발전은 꽤 더딘 편이었다. 초기에는 명령어 기반으로 지시를 내려야 했다. 컴퓨터와 미리 약속한 형태의 명령어 규칙에 따라 말해서 의도를 전달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 상황은 확실히 달라졌다. 머신러닝을 통해 대화 방법을 익히고, 다양한 목소리와 말투, 억양 등을 모두 읽어들일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애플의 ‘시리’였다. 사실 최근의 모든 음성 인식 비서의 기본 원리는 시리와 닮아 있다. 다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한 시나리오의 차이가 그 차별성을 만든다.

 

엔비디아의 실드. TV에 연결해 두고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해 가전 기기들에게 음성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엔비디아는 이와 함께 스팟이라는 마이크를 함께 발표했다. 사진=최호섭 제공


 

# 제 옷 입은 음성인식 환경, ‘가전‘

 

CES는 이 음성 인식 기술이 선보이기 아주 좋은 자리다. 특히 구글과 아마존 등이 가정용 비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 이 기기들은 가정의 음성 인식 허브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말을 알아듣고 다른 기기에게 다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뭔가가 생겼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에코나 구글 홈 같은 기기에 말로 “세탁기를 돌려줘”라거나 “로봇 청소기로 거실을 청소해줘”라고 이야기하면 이 홈 어시스턴트는 그 문맥을 정확히 이해하고 세탁기와 로봇 청소기에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개방성에 있다. 일단 이 음성 서비스는 꼭 아마존의 ‘에코’나 구글의 ‘구글 홈’에 들어가 있지 않다. 때로는 냉장고의 옷을 입기도 하고, 자동차의 옷을 입기도 한다. 가정에서 사람들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는 곳에 두면 된다.

 

엔비디아는 TV 셋톱박스인 ‘실드(shield)’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넣었다. 음성으로 콘텐츠를 불러오는 것뿐 아니라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결된 가전제품들을 목소리로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기의 약점이라면 그 기기와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폭스바겐은 LG전자의 스마트씽큐를 차량에 넣었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명령을 통해 집에 불을 켜고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물론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사진=최호섭 제공


엔비디아는 작은 마이크 형태의 ‘스팟’이라는 제품을 함께 내놨다. 이 자그마한 기기를 전기 콘센트에 꽂아 두면 TV 옆의 실드 셋톱박스와 연결돼 주방이나 현관, 마당에서도 구글 어시스턴트가 작동한다. LG전자는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잔디깎이를 발표해서 큰 박수를 받은 바 있다. 가정 어디에서나 음성 비서가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향은 기업들이 이 기술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각자의 음성 인식 서비스 규격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을 각 기기에 직접 넣었다. 그러니까 전기밥솥에 음성 인식 기술이 들어가야 했고, 냉장고가 직접 말을 알아들어야 했다.

 

하지만 CES에서는 모든 가전 업계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홈 어시스턴트를 중심으로 움직이도록 했다. 그러니까 로봇 청소기는 사람의 말을 직접 알아듣지 못하지만 알렉사를 통해 기계가 내려주는 명령은 알아들을 수 있다. 그게 아마존의 플랫폼을 쓰거나 구글의 플랫폼을 쓰는 등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전제품들은 기기 간의 대화만 할 수 있도록 간소화되고 있다.

 

# 더 이상 제조사가 장벽 되지 않아

 

이를 굳이 ‘개방성’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기기 간 통합이 제조사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음성 인식 서비스들이 있었고, 기기간의 통신 서비스가 있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려면 특정 제조사의 제품으로 모든 가전을 꾸려야 했다. 기술 자체를 각 가전 제조사가 직접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가정에 스마트 가전이 자리 잡지 못하는 장벽이 됐다. 심지어 제조사가 같아도 개발 연도가 다른 제품끼리는 연결이 안 되는 일도 벌어졌다.

 

하지만 가전의 음성 인식 서비스가 IT 기업들의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그 부담을 확연히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구글이냐, 아마존이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알렉사 기반의 제품이라면 삼성전자의 로봇 청소기나 LG전자의 에어컨이 하나의 허브로 묶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경쟁사와 협업은 쉬워 보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결국 이를 허물어주는 게 플랫폼이다.

 

오른쪽은 레노버가 인텔과 협력해서 만든 음성 인식 비서 시스템. 아마존 에코를 기반으로 한다. 나머지 두 개는 인텔이 시연을 위해 만든 콘셉트 제품. 사진=최호섭 제공


자동차 기업들도 음성 인식에 열심이다. CES에서 주목받은 기술은 단연코 자율주행이었지만 음성 인식 기술도 거의 모든 차량에 접목되기 시작했다. 자동차야말로 음성 제어가 중요한 공간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그동안 연구해 온 자체 음성 인식 기반의 시스템 외에도 구글과 아마존의 서비스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자체 서비스와 아마존, 구글의 플랫폼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동차 내부의 관리는 자체 서비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테고, 자동차 바깥의 일은 구글과 아마존이 더 잘 알게다. 이를 모두 ‘혼자’ 해치우려던 고집이 이제까지의 기술 흐름이었다면 CES를 통해 보인 그림은 결국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음성 인식 기술은 현실로 성큼 다가왔고, 이제는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게 됐다. CES 2017이 보여준 ‘기술보다 실제 경험’에 대한 흐름을 가장 뚜렷이 볼 수 있었던 게 바로 이 음성 인식 기술이 아닌가 한다.

최호섭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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