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가 밝았지만 창업시장은 아직 흐린 구름이 걷히지 않은 모습이다.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적지 않은 창업자들이 프랜차이즈 창업을 택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가맹점 개설 상담에서는 ‘본사와 가맹점은 동반성장의 관계’라고 말하지만 막상 계약서를 체결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갑질에 나서는 본사가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가맹점은 물론 본사까지 어려움을 겪게 되는 사례를 알아봤다.
지난 2일, 중견 아웃도어 기업 에코로바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기불황으로 아웃도어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지난해 본사의 ‘하도급 갑질 논란’에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 추락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에코로바는 채무 과다를 이유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든 에코로바 본사의 하도급 갑질은 어떤 것이었을까.
지난 2015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웃도어 브랜드인 ㈜에코로바에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행위와 관련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300만 원을 부과했다.
에코로바는 2012년 6월, 수급업자에게 등산화 4종 6만 켤레의 제조를 위탁했고 업체는 8월부터 9월까지 3회에 걸쳐 등산화 2만 켤레를 1차 납품했다. 발주서 상 납품 대금 4억 5975만 원 중 2억 500만 원은 납품 후 15일 이내로 지급해야 하는데 에코로바는 최소 18일에서 39일까지 지급을 늦췄다. 9억 5260만 원에 해당하는 2차 납품분 4만 켤레는 1차 납품 대금 지급이 늦어지면서 납기가 자연히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코로바는 10월 전자우편을 통해 일방적으로 발주를 취소해버렸다. 재무상황이 악화된 납품업자는 자금 압박을 견지지 못하고 결국 같은 해 12월 사업장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런데 에코로바 본사의 이후 행보가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2013년 1월부터 8월까지 도산한 납품업체의 중국 하도급 업체로부터 5차례에 걸쳐 2차 납품분 등산화 4만 740켤레를 직접 납품받아 판매한 것이다.
이후에도 갑질 논란은 계속됐다. 지난해 2월, MBC ‘시사매거진2580’을 통해 에코로바의 불공정거래 논란에 다시 한 번 불이 지펴진 것.
에코로바와 계약을 맺은 한 하청업체 대표는 “납기를 지키지 못했다고 계약금 수령은커녕 거액의 위약금을 물었고, 불량이 의심된다며 4800벌을 반품시켰으며 불량과 관계없는 제품명 라벨 교체까지 지시했다”며 “빚더미에 앉게 돼 죽고 싶다”는 심경을 전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불매운동까지 펼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0월에는 중소기업청이 에코로바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계약 체결 혐의로 고발했고, 상반기 당기순손실 7억 원 대를 기록하며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이어 12월에는 26일 만기가 도래한 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 처리,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갑질 행위가 비단 하청업체에만 적용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00만~500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에 해당하는 계약직 점주와 매니저들의 판매수당을 수개월째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에코로바의 계약직 점주는 기본급 없이 매장에서 벌어들인 판매액에서 약 10~17%를 수수료를 급여로 가져가는데 이들은 최근 몇 개월 동안 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6일, 다음 아고라에 “이랜드 임금체불보다 더한 에코로바의 갑질 행위”라는 제목의 청원을 통해 밝혀졌다. 에코로바 중간관리자 피해자임을 밝힌 작성자는 “2015년부터 계약직 점주로 일하고 있는 A 씨는 1년 반 넘게 아르바이트도 못 쓰고 12시간 넘게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해왔지만 판매 수당 및 보증금 2000여 만 원을 받지 못했다. 본사에 수차례 항의를 했지만 거짓된 약속만 반복할 뿐 아직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또 “점주들이 화가 난 이유는 단지 이것만이 아니다. 점주들은 고통분담이라는 차원에서 힘들어도 어려움을 참고 기다려왔는데 정작 본사 직원들은 매달 월급을 받아갔다더라. 이러한 행위에 너무 큰 배신감이 들었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미지급 수수료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일을 그만둔 점주의 수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점주들은 개인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지만 오히려 법적 처리를 권유받았다고 한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임금을 체불한 이랜드도 최근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거세다. 이랜드는 지난달 초 4만여 명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임금 83억 7200만 원을 체불한 사실이 정부 조사로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회사 측이 올린 공식 사과문에 소비자들은 ‘형식적인 사과에 불과하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이랜드에서 운영하는 외식브랜드 애슐리, 자연별곡, 피자몰 등에 대한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외식브랜드를 넘어 의류 브랜드와 백화점, 호텔, 리조트 등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의 동참도 이어지는 추세다.
익명을 요구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가맹점 개설마진, 유통마진을 통해 본사의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맹점이 잘돼야 본사의 성공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본사는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 브랜드 만들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본사와 가맹점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김미영 창업에디터
may424@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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